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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원피스>가 책으로 나왔다. 나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도 진포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서 한길문고에 갖다 주러 가는데 뱃속이 간질간질하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책을 넘겨준 뒤에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한길문고 문지영 대표님이 책 코드를 입력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다.

'지금 저 책이 내 책이라고?'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고 설렜다. 그랬다. 간질거리는 느낌의 정체는 언제 느껴봤는지 기억조차 가물한 설렘이었다.
    
책을 찾아오는 길에
 책을 찾아오는 길에
ⓒ 김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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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권을 만든다는 건 글만 갖고 되는 게 아니었다. 표지는 물론 내지 디자인과 ISBN(국제표준 도서번호)을 등록할지도 결정해야 했다. ISBN 등록을 하면 그 글로 공모전에 낼 수 없고 출판사와 계약하기도 어렵다. 이미 출판한 책을 다시 내줄 출판사가 있을 리 없을까 싶지만(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들었다).
     
디자인을 생각할 때마다 막막했다. 무심하게 봐 왔던 책들이 세상에 나오는데 이렇게 많은 결정이 필요한지 처음 알았다. 내 이름으로 나오는 책을 대충 할 수도 없지만, 어떻게 해도 어설퍼 보일 게 뻔한 일에 애쓰고 싶지 않은... 아, 숱한 갈등의 연속이었다. 몇 번이나 그만둘까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랬는데... 분명히 그랬는데 막상 책이 나오니까 벅찬 감정에 젖어들었다. 아이는 누구나 낳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출산하면 과정 하나하나가 특별하듯 나도 그랬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세상에 나온 책들을 바라보는 마음까지 비슷했다. 이제 엄마가 되었으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그때처럼 조금 비장해지기도 했다.     
 
"엄마의 원피스는 원래 엄마가 집에서 입었던 홈피스에서 출발한 이야기였다. 쓰다 보니 자꾸만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어딘가로 외출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한 사람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의 허망함 때문일까. 엄마의 화장품과 옷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던 딸은 엄마가 자신으로서의 삶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 <엄마의 원피스> 중에서     

독립출판을 준비하면서도 투고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디 한 군데라도 연락 왔으면 좋겠다, 자비출판이 아니라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싶다, 내내 이런 마음이었다. 그랬으니 출판을 준비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가슴 벅차기만 했다면 거짓말이다.

'어차피 고생해봐야 내가 서툴다는 걸 증명하는 것밖에 더 되겠어? 그럴 거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게 현명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들은 글 한 편을 쓰는데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는 건 내 안에서는 오고 가는 무수한 말들과 격전을 거친 뒤에 얻는 승리와 같다. 그래서 뿌듯한 걸까? 누군가의 칭찬 없이도 일단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성취감으로 가슴이 뻐근해지는 이유가.

3년 전 글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낸다는 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 생각에 미치자 나 자신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3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나한테 지지 않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더디 간다고 불평 말고 그간의 노력을 하찮다 하지 말고 앞으로도 지긋이 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표지 디자인은 같이 경로당 수업을 하는 코나 작가가 해줬다.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 하고 싶다"는 코나 작가의 말이 가슴이 울컥할 정도로 고마웠지만 처음에는 나는 한사코 사양했다. 출판 비용은 아는 언니가 후원해줬다.

"나도 처음에는 내 돈으로 개인전을 했어."

언니의 말은 어떻게든 계속 작업하는 게 중요하고 오래 갈 거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에게 제대로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성의를 고맙게 받고 책임감 있게 준비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반성과 출산 아니 출판을 한 마당에 이제는 징징거리지 말고 (제발) '으른다워져야겠다'는 각오가 동시에 생겼다. 
    
출산 아니 출판 동지들
 출산 아니 출판 동지들
ⓒ 김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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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날짜까지 특별한 한글날에 독립출판을 함께 한 11명의 작가들과 한길문고에서 출판기념회를 했다. 출판기념회에서 나는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고등학교 때 야자를 마치자마자 드라마를 보려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이상한 건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다는 거예요. 내 생활이 드라마고 시트콤이었거든요. 글을 쓰면서 제가 느낀 게 딱 그 기분이었어요."   
   
<그 길에 만난 바람을 기억해>의 김양오 작가, <소울 내 영혼의 작은 울림>의 나비 작가, <누구나의 계절>의 김정희 작가, <어디서 저런 보석을 만났니?>의 오안라 작가, <어쩌다 반백살 반백수>의 황승희 작가, <2021 지루함이 뭐야>의 이순화 작가, <내 인생의 봄날>의 김 숲 작가, <칠십 대 후반, 노인정 대신 나는 서점에 갑니다>의 이숙자 작가, <팬데믹 바다에서 살아남기>의 신은경 작가, <오 마이 라이프로의 초대>의 박모니카 작가와 출판기념회를 함께 했다.     

나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자리를 함께한 10명의 작가들, 축하해주러 온 가족,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는 기분 좋은 술렁거림이 있었고 그 속에는 따뜻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행사를 하는 내내 누군가가 나를 안고 등을 투닥거려주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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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원밥 18년에 폐업한 뒤로 매일 나물을 무치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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