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맹탕 국정감사'가 끝난 다음 날, 농식품부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농식품수출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신선‧가공 고른 수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증가"라는 부제까지 달아놓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수출이 상승하고 있다고 착각하게끔 의도한 보도자료입니다.
전국의 논밭에서 '손발 노동'에 힘겨워하는 농사꾼들의 현실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자 호기롭게 보도자료를 내놓은 듯합니다.
아래 그림은 국무총리실 소속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1월 발행한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 2020년 4분기'와 2021년 7월에 발행한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 2020년 4분기'에 실린 부류별 수출액 통계입니다.
2020년 전체 농축산물 수출액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75억7천만 달러입니다. 그 중 곡류는 1억2천만 달러입니다. 전체 농축산물 수출액의 1.58%에 지나지 않습니다.
담배, 라면, 과자, 맥주, 소주, 음료, 커피조제품 등 가공 식품은 56억9천만 달러, 전체 농축산물 수출액의 75%에 달합니다.
2021년 1~6월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41억5천만 달러입니다. 그 중 곡류는 7천만 달러입니다. 전체 농축산물 수출액의 2.14%에 지나지 않습니다.
라면과 커피, 담배 등 가공 식품은 31억7천만 달러,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76%에 달합니다.
( * 2020년 전체 농축산물 수출액, 2021년 1~6월 농식품 수출액은 원문의 표기에 따른 것입니다. 농식품부라는 부처명이 올해 생긴 것도 아닌데 표현이 바뀐 것을 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측도 라면과 커피를 농산물로 표시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은 역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1월 발행한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 2020년 4분기'에 실린 품목별 수출과 수입 동향입니다.
제가 주로 재배하는 수수의 경우 전년 대비 391.4%나 늘어난 4톤을 수출해 2만8천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수수 1kg을 7달러에 수출한 셈입니다.
같은 기간 수수의 수입량은 5천 톤, 수입 금액은 3백만 달러입니다. 톤당 수입 가격은 600달러, 수수 1kg을 0.6달러에 수입한 것입니다.
"걱정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나라"를 모토로 내건 농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가공식품을 농산물로 현혹하는 통계를 보고도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 수입가격보다 열 배도 넘는 수출가격을 보고도 농업의 가치와 농사꾼의 손발 노동의 가치를 재정립 할 대신 농업과 농사꾼의 노동을 무시할 뿐인 정치인들을 보며 농사꾼은 허탈함을 느낄 뿐입니다.
2022년 농식품부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2.4% 증가한 16조6767억 원입니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농가 수가 100만7158가구이니 농가 당 1655만8177원이 돌아갈 수 있는 금액입니다.
기본소득과 같은 불로소득이 아닌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지불로 평가할 수 있으니 농업 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진짜 농사꾼이 문 대통령께 드리는 두 가지 고언 )
담배와 라면과 술 등 가공식품을 농산물 수출로 착각하게 하는 통계를 내고 예산을 세우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없다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