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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열린 재정운용전략위원회에서 2조5000억 원 상당의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했다며 탄소중립 의지를 홍보했으나 기금 사업비의 70% 가량을 기존 사업이 차지해 '무늬만 신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6일 '무늬만 신설된 기후대응기금' 브리핑 자료에서 "기후대응기금의 2022년 사업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신규 사업보다 기존 사업이 대다수이고 일부 사업은 예산이 감액되기도 했다"며 "이런 사례는 안정적 재원확보를 위해 기금을 신설한다는 명분을 무색케 한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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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일 제7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를 열고 탄소중립, 기후위기대응 등을 위해 2조5000억원 상당의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기금의 주요 재원은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기업들이 내는 '배출권 유상할당'의 매각 수입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부처 간 합의를 거쳐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의 7%를 재원으로 추가 확보해 안정적으로 기금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기금이 지출될 사업을 기준으로 보면, 정책 내용 측면에서 기금 신설 전과 후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나라살림연구소 분석 결과다.

먼저 예산안의 1조8000억원(약 72%)이 각 정부 부처가 이미 시행해온 사업비 규모다. 가령 2022년도 기후대응기금 사업 중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탄소중립도시숲조성사업'(2687여억원)은 올해 산림청이 시행하는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조성관리'(2238억원)에서 이름만 바뀌어 재편성됐다.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2245여억원)도 올해 국토교통부가 진행하는 사업의 이름만 바꾼 사업이다. 올해 편성된 2276억원보다 31억원 삭감됐다.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R&D) 사업'도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업을 신규 편성한 것인데, 올해 배정된 1038억원보다 564억원 적은 473억원이 내년 예산으로 책정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형식적으로는 2조5000억원 기후대응 사업이 신설된 것처럼 보이나 신설사업 규모는 7000억원에 불과하고 1조8000억원은 기존 사업이 회계만 바꾼 것"이라며 "재원의 안정성을 위해 기금이나 특별 회계를 신설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나라살림연구소는 "여러 부처에 산재한 사업을 1개 기금 사업으로 통합하면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으나, 기존 사업의 소관부처가 바뀌어 사업 집행과 형식적 관리 주체가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도 밝혔다. 이에 "기후대응기금의 관리 주체가 기재부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환경부가 기획하고 집행하는 사업의 형식적 책임 부서는 기재부가 아니라 환경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사업을 감시·평가하는 측면에서도 "소관 부처가 바뀌면서 각 사업의 집행 경위 및 연혁 추적 가능성을 현저히 낮춰 재정 집행 성과와 효율성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로 현재 기획재정부 재정정보공개사이트에서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재편된 모든 사업을 '2022년 신규 사업'으로 분류해 정보 파악의 단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무늬만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할 게 아니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에 기여하는 실질적 기후대응기금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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