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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점기 시인이 그가 펴낸 세번째 시집 직립보행을 펼쳐보이고 있다
 민점기 시인이 그가 펴낸 세번째 시집 직립보행을 펼쳐보이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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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권 출신 민점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직립보행>이 출간됐다. 

이 시집은 그가 겪은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첫 시집은 1996년 <나는 고향에서 달을 보았다>를 펴낸 바 있다.

삭막한 노동운동을 하다 시를 쓰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에게 시를 쓰게 된 이유를 묻자 "공무원 노조 초기 선전학교에서 강사가 들려준 김남주 시인의 '종과 주인' 시는 강렬하게 다가왔다"면서 "직립보행을 통해 노동이 이루어지고 노동을 통해 세상이 발전하고, 역사가 전진해 왔다는 것을 감을 따다가 쉬는 시간에 깨닫게 되었는데 그 시가 바로 '감을 따다가'라는 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시를 대하면서 나 역시 노동운동을 빡세게 해야겠지만 따로는 웅변만이, 우렁찬 사자후만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닌 김남주 선생님처럼 잔잔하고 조곤조곤 현장을 실감 나게 얘기하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시도 좋은 도구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노동 현장이 너무 거칠기 때문에 숙성이 안 되어 시간이 지나야 시가 써지게 되더라"라며 "비정규직 투쟁 과정을 후배들에게 기록으로 꼭 남기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대표 시 '직립보행'의 일부다.

나는야 55세 첫돌박이
광화문 청와대를 행진하며
쉰다섯에야 똑바른 걸음마를 배웠다(중략)

하지만 나는야 아직 아픈 손가락
불편한 몸 때문에 행여 오갈데없이 짤리까봐

식구들 밥상보다 소장, 사장 밥상 먼저 차리고
온갖 시중들기 바빴던 아픈 손가락
장애인 노동자(중략)

나는야 우리는야
제발로 당당하게 일어선
자주시대의 직립보행 노동자

 
지난달 3일 진보당 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민점기시인
 지난달 3일 진보당 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민점기시인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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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노동자의 애환 담긴 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직립보행'은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도로공사 측에서 자행되는 부당한 일들을 개선하는 투쟁을 격려하기 위해 썼던 시다. 당시 전남의 진보진영과 농민들이 한겨울 집회에 참석했고 격려사를 시 낭송으로 했다. 유튜브를 검색하면 당시 낭독한 '직립보행'이 올라와 있다.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천막도 치고 도로공사 본사가 있는 김천 점거 농성 1년 만에 협상이 타결됐다. 평균연령 55세 대부분이 여성노동자고 그중 20~30%는 장애인 노동자였다.

이에 대해 민 시인은 "뒤늦게 노동조합을 만나서 자기 운명의 주인공으로 일어서는 과정이 너무 아파 한 편으로는 아름답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내가 배우고 격려받는 느낌이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지난 1일에는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출판기념회에 대한 소감을 묻자 "책 서문에 제가 살아온 과정도 60이 넘어서야 비로소 제대로 직립보행을 한 것 같다"며 며칠 전 여수의 화섬노조 대표자 한 분이 보낸 카톡 편지를 소개했다.

"노동자 민중을 사랑하는 신념과 철학이 담긴 시집 잘 읽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진하는 것은 흔들린다라는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후보님도 진보정치의 길에서 흔들림을 장악하고 주도하면서 힘차게 전진하시길 바랍니다."

전진하는 건 흔들린다

이에 대해 그는 "책을 선물했는데 시집을 읽은 노동자 팬이 오히려 저를 격려하니 감개무량했고 함께 전진해 가자고 답했다"면서 "이 내용은 2005년 공무원노조가 총파업 후 탄압을 당해 조직이 엄청 어려워졌을 때 조직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흔들림을 두려워 말고 흔들림을 오히려 튼튼해지는 기회로 삼자고 다독였던 시였다"라고 소개했다. 시집에 담긴 '전진하는 것은 흔들린다' 시의 일부다.

흔들어댄다고 겁먹지도 말고
흔들렸다고 움츠리지 말라
도리어 흔들림을 장악하라
전진하는 것들은 흔들린다

 
민점기 시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코로나 신독재를 기술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점기 시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코로나 신독재를 기술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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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점기 시인은 2017년 공무원 노조에서 정년퇴직했다. 다행히 공무원 노조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해직자가 복직되었고, 노동법 일부가 개정되어 다시 가입된 공무원노조 퇴직조합원이다. 현재는 진보당 전남도당 지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3일 진보당 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이석기 전 의원의 장기 투옥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이해가 안 된다"면서 "4대종단에서 석방하라고 탄원이 이뤄졌지만 민주 정부가 오히려 박근혜 정부보다 더 오래 가둬놓는 이유를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 야권연대를 처음 제안했던 이석기 의원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코로나 정국에 대해 "자신들은 할 것 다 하고 노동진영을 완전 봉쇄하는 것을 눈여겨보면서 '코로나 신독재를 기술적으로 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이 강력히 항의하고 저항운동을 일으켜야 한다"라고 반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직립보행, #민점기,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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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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