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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과정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자연이 알아서 하고, 사람은 거기에 작은 심부름을 하면서 자연의 비위를 맞춰주는 정도의 일만 할 뿐이다.

애플 사이다를 만들기 위해 짜낸 사과즙은 남편의 서재에서 발효 중이다. 발효는 아무래도 따뜻하면 더욱 활성화되지만, 온도가 너무 높으면 풍미가 덜할 수 있다. 그리고 온도에 따라서 활성화되는 균도 다르다고 하다. 대략 20도 정도의 온도에서 발효를 시키면 적당하다.
 
애플사이다의 1차 발효는 큰 플라스틱 통에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애플사이다의 1차 발효는 큰 플라스틱 통에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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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되는 과정은  참으로 신비롭다. 정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았는데, 사과즙이 뽀글거리며 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예술가는 역시 자연이다. 거품이 올라오면서 생기는 다양한 무늬는 매일 다채롭게 변화한다. 발효시키고 있는 방에는 사과향이 가득하다.
 
처음 담았을때에는 즙 자체의 거품만 있다가, 발효가 왕성해지면서 구름처럼 가득 피어 오른다. 그리고는 점점 더 조밀한 형태의 거품으로 바뀐다. 이렇게 불순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첫 발효용기는 씻기 쉬운 플라스틱 용기가 제일 편하다.
▲ 사과즙의 발효과정 처음 담았을때에는 즙 자체의 거품만 있다가, 발효가 왕성해지면서 구름처럼 가득 피어 오른다. 그리고는 점점 더 조밀한 형태의 거품으로 바뀐다. 이렇게 불순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첫 발효용기는 씻기 쉬운 플라스틱 용기가 제일 편하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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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발효 술의 기본은, 공기 중에 있는 이스트가 과즙에 들어있는 당분과 만나서, 그 당분을 소비하여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발효 과정에서 산소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가 발생되므로 발효 용기는 반드시 공기가 통하여야 한다. 따라서 밀봉하지 말고 간단한 뚜껑을 덮거나, 보자기 등을 씌워서 날파리가 꼬이지 않되 통풍이 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이 1차 발효가 완성되는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왕성한 발효가 잠잠해지는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데, 이스트의 종류나 양, 그리고 당도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 추이를 살펴야 한다. 보통은 대략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발효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발효가 왕성하게 될 때에는 산소의 주입이 필요하지만, 당분이 거의 다 소모된 이후에도 계속 산소가 많이 주입되면, 알코올 발효를 하던 이스트가 포도당을 충분히 분해하고 나서 수그러들면서, 알코올을 매개로 하여 초산발효로 돌아선다. 그러면 술로 완성이 되지 못하고 식초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와인도 마찬가지다. 한순간에 와인에서 식초로 넘어갈 수 있다.

따라서 발효가 주춤해지는 듯하면 곧바로 발효 용기를 바꿔서 공기를 차단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여전히 적은 양의 당분이 남아있어서 이스트가 계속 조금씩 활동을 하기 때문에,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는 한동안 느린 알코올 발효가 계속 진행되므로, 이산화탄소도 계속 발생한다. 즉, 산소는 들어오면 안 되고, 안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빼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때, 입구가 좁은 유리병으로 옮기고, 위에 에어락(Airlock) 장치를 걸어주면 안전하게 2차 발효를 진행할 수 있다. 공기가 안에서 밖으로는 빠져나갈 수 있게 하되, 바깥의 공기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물을 채워서, 공기가 바깥으로만 이동하게 해 주는 것이다.
 
주둥이가 좁은 카보이(carboy)에 담아서 위에 에어락을 걸고 2차 발효를 한다. 발효가 끝나면, 숙성을 위한 새 통으로 옮겨주는데, 이 때, 가라앉은 찌꺼기를 관(사이펀)을 통해 걸러준다.
▲ 애플 사이다 2차발효 주둥이가 좁은 카보이(carboy)에 담아서 위에 에어락을 걸고 2차 발효를 한다. 발효가 끝나면, 숙성을 위한 새 통으로 옮겨주는데, 이 때, 가라앉은 찌꺼기를 관(사이펀)을 통해 걸러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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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발효 용기에 옮긴 후, 액체가 더 이상 활동하는 것 같지 않고, 찌꺼기가 가라앉아 맑아지면 2차 발효를 마친 상태가 된다. 보통 일주일 정도면 진정이 된다. 그러나 이 안에는 여전히 사과 찌꺼기가 많이 남아있어서, 맑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 걸러주는 과정은 필수이다. 높은 곳에 올려놓고 좁은 관인 사이펀(siphon)을 이용해서 제거해준다. 
 
애플사이다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
 애플사이다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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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꺼기를 제거하느냐 남기느냐는 어느 정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이 찌꺼기에 풍미가 들어있다고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육 조각뿐만 아니라 사실은 씨와 꼭지 등등의 부분도 함께 있으며, 대체적으로는 발효를 마친 이스트의 시체이기도 하므로 제거하지 않으면 쓴맛이나 텁텁한 맛이 남는다. 이것은 와인도 마찬가지인데, 일반적으로 발효 과정이 멈춘 후 생긴 첫 번째 찌꺼기(Gross Lees)는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그 이후에 천천히 가라앉는 고운 찌꺼기(Fine Lees)는 취향에 따라 처리한다.

이제 발효는 다 끝났고 애플 사이다는 숙성의 과정만 남았다. 숙성은 한 달 이상, 때로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몇 년을 둬도 된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적절한 순간에 멈춰주고 병에 담아 밀봉하였다가 원하는 순간에 마신다. 와인과 달리 애플 사이다는 약간의 탄산이 있으므로 플라스틱 병에 담아 저장한다. 

아직 숙성을 기다려야하지만, 우리에겐 작년에 만든 애플사이다가 몇 병 남아있다. 사진을 찍겠다는 핑계로 한 병 꺼내왔다. 
 
다 먹은 병은 씻어서 뒤집어 보관했다가 재사용한다. 작년에 만든 것을 먹고 이만큼 남았다.
▲ 보관중인 애플사이다 다 먹은 병은 씻어서 뒤집어 보관했다가 재사용한다. 작년에 만든 것을 먹고 이만큼 남았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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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번 걸러도 찌꺼기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지만, 바닥의 요철 같은 부분에 가라앉으므로, 마실 때 컵에 얌전히 따라서 마시면 찌꺼기까지 마시지 않아도 된다. 실온 보관하였다가, 먹기 전날쯤 냉장실로 옮겨오면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사과의 향긋함이 감도는 애플 사이다는 4도~6도 정도로 가볍게 간식과 곁들여도 좋다. 
 
애플사이다를 흔들지 않고 얌전히 따르면 불순물 없이 담을 수 있다. 뒤쪽에 있는 병은 많이 흔들려서 뿌옇게 보인다.
 애플사이다를 흔들지 않고 얌전히 따르면 불순물 없이 담을 수 있다. 뒤쪽에 있는 병은 많이 흔들려서 뿌옇게 보인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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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식초, 즉, 애플 사이다 비니거 만들기로 사과발효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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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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