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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기간 내내 화제를 불러모으고 갖가지 논란도 낳았던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극중 고상아(윤주희 분)는 '페이퍼 컴퍼니' 대표였다. 지금 정가 최고의 이슈가 된 화천대유 사건에서도 '페이퍼 컴퍼니'가 등장한다.

이처럼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는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명목상의 회사", 즉 '유령회사'라는 의미를 담고서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공식 용어인양 쓰이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페이퍼 컴퍼니' 역시 일본식 영어(화제영어)다. paper company를 굳이 번역한다면 그냥 종이를 만드는 '제지회사'일 뿐이다. 일부 영미권 경제용어 사전에 paper company의 정의를 '재무상의 이유로만 존재하는 영업이 없는 회사'라고 달아놓긴 했다. 그러나 영미권 언론에서 paper company를 그 의미로 기사에 사용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이런 틀린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왜 우리는 일본이 만들어낸 '페이퍼 컴퍼니'를 그대로 사용해 '유령회사'라는 엉터리 뜻으로 공공연하게 사용해야 하나. 한편의 코미디고,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마이너스 성장, 인프라... 이또한 일본이 만들어낸 틀린 영어

'마이너스(minus) 성장'이란 말도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이란 말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이 말 역시 일본식 영어다. negative growth가 올바른 영어 표현이다. 마이너스 성장이란 말도 사용돼선 안 된다.

우리들이 '사회 기간시설'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프라'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식 영어다. 영어 infrastructure의 앞부분 infra만 떼어내 만든 조어다. 하지만 infra는 굳이 그 뜻을 얘기한다면 '아래의' '하부의' 의미밖에 없다. 사회 기간시설이나 사회간접자본 등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의미로 해석될 수 없는 말이다. '인플레'니 '디플레'도 화제영어식 표현이다.

'페이퍼 컴퍼니' '마이너스 성장' '인프라' 모두 잘못된 용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잘못 만들어진 '틀린 말'을 계속 써야 할까? 국가의 언어정책이 바로 세워져야 할 때다.

태그:#페이퍼컴퍼니, #마이너스성장,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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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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