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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한 고졸 사원에게 대졸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학력 차별' 시정 권고를 받은 안동MBC(대표이사 유재용)가 권고를 수용해 사규를 개정키로 했다. 사진은 2019년 채용사이트에 게재한 공고 내용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한 고졸 사원에게 대졸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학력 차별" 시정 권고를 받은 안동MBC(대표이사 유재용)가 권고를 수용해 사규를 개정키로 했다. 사진은 2019년 채용사이트에 게재한 공고 내용
ⓒ 채용사이트 공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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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한 고졸 사원에게 대졸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학력 차별' 시정 권고를 받은 안동MBC(대표이사 유재용)가 권고를 수용해 사규를 개정키로 했다. 16개 MBC 지역계열사 중 '학력 차별 호봉표'를 폐지하는 두 번째 사례다. 이를 계기로 MBC의 다른 계열사를 비롯해 전국 민영·케이블 방송사에서도 학력에 따른 임금 차별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안동MBC 관계자는 지난 1일 <오마이뉴스>에 "고졸 사원과 대졸 사원의 기본급을 달리 산정하는 기존 호봉표를 고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인권위 결정을 수용한다는 답변도 곧 인권위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7월 20일 안동MBC 영상기자 ㄱ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같은 채용 절차를 거친 직원들에게 학력에 따라 기본급을 달리 책정하는 건 차별'이라고 결정했다. "채용 시 특정 분야 학력을 선발요건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채용 과정에서 출신지·학력·성별 등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항목을 요구하지 않고 직무 능력으로 평가하는 인재 채용 방식인 블라인드 채용 절차에 따라 신입사원을 채용했음에도, 대졸자와 고졸자 간에 호봉에 따른 기본급표를 달리 적용해 기본급 차이를 뒀다"는 게 이유였다. 인권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고용에서 불리하게 대우했다"며 안동MBC에 시정을 권고했다.

안동MBC 신입사원 기본급, 고졸과 대졸 차이 약 40만원 

안동MBC 신입사원의 기본급은 고졸과 대졸이 각각 월 106만 원(가5호봉)과 월 145만 원(6호봉)으로 약 40만 원의 차이가 난다. 회사가 기존 호봉표에 따라 고졸 사원에게 대졸 사원보다 '10호봉' 낮은 기본급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기본급은 호봉이 높을수록 더 빨리 증가해 고졸 사원과 대졸 사원의 임금 격차는 해가 갈수록 더 벌어진다. 지난 2019년 안동MBC 영상(방송카메라) 기자로 입사한 A씨는 이를 부당한 차별이라고 여겼다. 본인의 채용 절차가 학력과 무관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당시 안동MBC는 '신입직원 채용 모집 요강'에서 방송카메라 직군은 '학력, 연령, 전공에 따른 제한 없이 모집한다'고 명시했다. A씨는 지난 2월 경영진에 직접 보낸 호소문에서도 "(영상기자는) 연구·개발직처럼 학력이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며, 고졸이든 대졸이든 서류 심사부터 4차 면접까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직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가려진 채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는 A씨의 시정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씨는 결국 인권위 문까지 두드리게 됐다.

안동MBC는 인권위 조사에서 "다른 신입사원은 ㄱ씨와 직무가 달라 임금 차별 비교 대상자가 될 수 없다"거나 "(입사 때부터 진정 직전까지) 총임금을 보면 ㄱ씨가 대졸 사원의 95%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ㄱ씨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우선 인권위는 "회사 주장대로면 기본급은 직무 등의 기준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데 (안동MBC에는) 학력과 군대 경력에 따른 호봉기준표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ㄱ씨 총임금이 대졸 사원의 95%'라는 안동MBC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임금 차이를 보완한) 조정수당은 저호봉자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할 경우 지급하는 것으로 학력 차별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2019년 4월 공고된 안동MBC 신입사원 채용 모집 요강.
 2019년 4월 공고된 안동MBC 신입사원 채용 모집 요강.
ⓒ 안동MBC 채용공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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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문제 보도하는 방송사, 되레 조사 대상

방송계에선 이러한 학력 차별이 안동MBC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에 따르면, MBC 16개 지역계열사 중 울산MBC를 제외한 14개 지역 MBC 계열사가 안동MBC처럼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에 차이를 두는 호봉표를 사규로 두고 있다. MBC본사는 지난 2019년 2월 사규를 개정해 이후 신규 채용자에겐 학력과 무관하게 같은 호봉을 책정하고 있다. 

지역 민영방송 사정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충청권역의 한 민영방송사 직원 ㄴ씨는 "신규 채용 자체도 적지만 공개채용 공고문에 '학력 무관'을 명시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차별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을 전했다. 이 방송사는 직종·직무와 관련 없이 경력 산정 방식에도 학력에 따라 격차를 둬 승급에서도 학력 차별이 발생했다.

한편 ㄱ씨 사례가 공론화되기 전과 후 달라진 안동MBC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안동MBC는 인권위 결정이 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ㄱ씨에게 '소급 적용은 어려우니 대학 학위를 받아오면 호봉을 조정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말께 사내 일부 직원들이 사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이번 사안이 다뤄진 후에야 이 요구는 철회됐다. 안동MBC의 한 직원은 "학력 차별을 당한 피해자에게 다시 학력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차별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안동MBC가) 시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지만 방송계의 근본적 반성을 통해서라기보다 외부 압력이나 문제 제기에 따라 방어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이 사안은 방송계의 능력주의, 차별과 위계적 서열화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인권 감수성에 대한 방송계 전반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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