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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5년, 업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칼럼을 <조선일보>에 실었습니다. 삼성 장충기 사장에게 공짜 공연표 "배려"에 "감사 말씀" 드린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뉴스타파>를 통해 알려진 분이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 봤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업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강원택 교수의 칼럼
 문재인 정부의 업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강원택 교수의 칼럼
ⓒ 조선일보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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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긴 추석 연휴에 많은 이와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누구도 '문재인'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 5년의 "상징적이라고 할 만한 업적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이승만,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이후의 단임 대통령도 제각기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북방 정책, 군의 탈정치화, 햇볕 정책, 탈권위, 녹색 성장. 이 각각은 노태우부터 이명박까지 각 대통령을 상징하는 업적이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임기 마무리 시점이지만 문 대통령의 대표 업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특정 정부의 치적을 평가할 땐 잘한 것과 못한 것을 함께 비교하는 게 일반적인데,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조국, 분열, 부동산, 적폐 청산, 코로나 등"이 떠오를 뿐이랍니다.

전직 대통령들의 업적을 이야기 하면서 (햇볕정책) 김대중과 (탈권위) 노무현을 언급하기 싫었는지 "민주화 이후의 단임 대통령을 "노태우부터 이명박까지"로 얼버무렸습니다.

내 동료들과 싱가포르 언론은 다르더라

그 기사를 읽고 함께 일하는 한국인 동료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래도 남북정상회담도 하고 남북미 정상이 함께 만나고 한 건 업적이라고 할 수 있잖아?"

"코로나 방역도 그만하면 잘 한 편 아닌가? 백신 80%넘게 접종한 싱가포르보다 확진자가 적게 나오니까."


문재인 정부가 모든 걸 다 잘 했다는 사람은 없고, 부동산 이야기 하면서 핏대를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한두 가지씩 잘 한 걸 찾아 이야기 합니다. 강 교수 지인과 제 지인의 의견이 좀 많이 달라 보입니다. 교수와 회사원이라는 직업적 차이 때문일까요? 한국과 싱가포르라는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요?

싱가포르에 사는 저와 지인들은 싱가포르 대표 영자신문인 <스트레이츠 타임스>를 자주 봅니다. 거기에 한국 관련 기사가 실리면 자연스레 관심이 가고 단체 카톡방에 공유하기 도합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실린 한국 관련 소식 중에서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했던 업적이라 할 만한 것 몇 개만 살펴 보겠습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
ⓒ 스트레이트 타임스 보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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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건 역시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입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매번 정상회담 때마다 주요 뉴스로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싱가포르 매체에 남북정상이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 실렸을 때 여기 사는 동포들 대부분 가슴이 뭉클했을 겁니다. 평화가 일상이 되어 더 이상의 분단리스크가 없는 삶. 전 이게 제일 큰 업적이라 봅니다.

G7 회원국이 아님에도 특별 초청을 받아 영국에서 선진국 정상들과 지구적 이슈를 논의하는 한국의 대통령은 또 어떻습니까. 이건 분명 외교적 업적입니다.

다음으로는 K방역을 들 수 있겠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백신을 제일 먼저 도입했고, 지금은 백신 완전 접종률이 82%로 최상위권인 나라입니다. 한 때 코로나에 가장 안전한 나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세계 최초의 전국 규모의 선거를 제대로 치러낸 한국의 민주주의 능력에 대한 찬사가 가득한 기사입니다.
 코로나 시대 세계 최초의 전국 규모의 선거를 제대로 치러낸 한국의 민주주의 능력에 대한 찬사가 가득한 기사입니다.
ⓒ 스트레이츠 타임스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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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싱가포르는 늘 한국의 방역에서 배우자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싱가포르가 봉쇄를 고민할 때 한국이 전국적인 규모의 선거를 무리없이 치러낸 것도 놀라움의 대상이었고, 그 해 7월 싱가포르도 한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총선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싱가포르 입국시 14일 격리가 기본이지만 한국에서 오는 여행객은 7일만 하면 됩니다. 방역의 성과에 따라 나라별 격리 기준이 다른데 한국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 함께 8개의 방역 우수 국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인구 대비 확진자 수는 한국이 확실히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는 어떨까요? 일단 기사 제목부터 보겠습니다. "세계 경제에 좋은 징조, 한국 수출, 6월 두 자릿수 증가"
 
한국의 수출 증가를 세계 경제 회복의 신호로 보고 있는 기사
 한국의 수출 증가를 세계 경제 회복의 신호로 보고 있는 기사
ⓒ 스트레이츠 타임스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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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6월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는 소식이 왜 "세계 경제에 좋은 징조"일까요? 그 이유는 기사 본문에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제조업이 전 세계 서플라이 체인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증가는 세계 무역이 증가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기사입니다.

이 밖에 지난달 아프카니스탄에서 난민 390명을 작전명 '미라클'처럼 기적적으로 데리고 왔을 때도, <블룸버그 통신>이 매년 발표하는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한국이 1위를 하고 싱가포르가 2위를 했을 때도, 한국이 개발한 잠수함 탄도 마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해서 세계 8번째로 SLBM을 가진 국방 강국이 됐을 때도 싱가포르 매체는 크게 보도를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G7 참가, SLBM 시험 발사 성공,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아파카니스탄 난민에 대한 지원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문재인 대통령의 G7 참가, SLBM 시험 발사 성공,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아파카니스탄 난민에 대한 지원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 스트레이츠 타임스 보도화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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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도 많겠지만 앞에서 열거한 것처럼 업적이라 불러도 좋을 것들도 많습니다. 싱가포르 매체가 보도하는 한국의 모습만 본다면 이른바 "눈 떠 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실감이 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교수는 앞서 열거한 것 중 어느 것 하나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조선일보>만 봐서 그런 걸까요? "메이저, 마이너" 가리지 말고 여러 매체를 두루 살펴보고 시간이 된다면 외신도 찾아 보길 강 교수에게 권합니다. 그러다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치기 전에 한 두개의 업적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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