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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 듬뿍 담긴 마스카포네 치즈
 정이 듬뿍 담긴 마스카포네 치즈
ⓒ 오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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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밤 10시. 사무실에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컴퓨터를 종료한 후,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 달그락'으로 나왔다. 달그락은 깜깜한 밤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마치 <구둣방 할아버지와 꼬마요정>에 나오는 요정들처럼 쿠키를 굽고, 내일 있을 2021달그락 상상마켓 회의를 하며 재료들도 정리했다.

달그락에는 경제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쿠키, 커피 자치기구들이 있다. 청소년들은 매주 찾아온 조리법을 공유하며 실습을 했다. 매해 여름과 주말 등을 이용해 작은 마켓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사회에 사용해왔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부터 마켓 활동에 타격이 있었지만, 청소년들은 안전 수칙을 지키며 소규모로 계속 활동을 이어왔다.

경제 자치기구의 청소년들은 여름 방학 때 상상마켓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을 했다. 3월부터 약 4개월간 자신들이 준비한 내용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실제 돈을 벌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기 위해 소규모 예약제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출입구를 향해 나가는데 담당 간사님과 청소년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어떤 일인지 물어봤다. 계산 착오로 티라미수 케잌에 들어갈 주 재료인 '마스카포네 치즈' 8kg이 급히 필요하다는 것과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아침 일찍 상점을 돌아봐야겠다는 이야기도 오고 갔다.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군산 지역 페이스북 그룹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려보겠다고 말했다.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인인 스튜디오밀의 박주희 대표님의 댓글이 달렸다. "선생님, 거래처들도 휴무고 이번 주 택배도 끝났을 거 같아요. 내일 매장에 가서 제가 사용하던 게 있는지 확인해 보고 연락드릴께요."

페이스북 메시지로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지역에서 작은 업체를 운영하시는 분이었다. 조금 급하긴 한데 지금 연락하면 내일 오전까지 받을 수도 있다며 바로 전화를 달라고 했다.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몇 개 필요하신가요? 저희 공장에서 사용해서 조금은 있습니다." 집에 들어와 씻고 하루 일정을 정리하며 잠자리에 눕기 전 또 하나의 댓글이 달렸다. 자정 3분 전이었다. 이 분 역시 지역에서 작은 업체를 운영하고 계신 듯했다. 감사 인사를 드리며 두 분께 이미 요청을 해놓았는데, 혹시 필요하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분께는 공장이 옥구에 있으니 혹시 부족하면 연락을 주라는 답변을 들었다.

박주희 대표님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나에게 전화를 했다. "선생님. 매장에서 찾아보니까 500g 밖에 없는데 어쩌죠? 생크림 등은 많이 있는데 마스카포네 치즈는 저도 많이 쓰지 않는거라 별로 없네요." 대표님의 귀한 정성과 사랑에 감사하며 받겠다고 말했다. 언제쯤 매장으로 가면 되겠냐는 물음에 기어이 달그락까지 직접 와서 주겠다고 했다. 나머지 치즈는 마카롱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님께 받을 수 있었다. 이 분 역시 달그락 앞까지 직접 물건을 배달해주었다.

달그락 경제자치기구의 청소년들은 이번 마켓의 수익금 일부를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과 사람들에게 사용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런 그들의 선한 마음과 올바른 목적이 군산의 좋은 이웃들에게 전달된 것만 같다. 청소년들을 기억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고, 정이 흐르는 군산 지역이 너무 좋다. 아니 군산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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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참여와 자치활동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청소년활동가이자, 두 아들의 아빠이며, 사랑하는 아내 윤정원의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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