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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켓은 음식 데코레이션 효과도 뛰어나다.
 샤인머스켓은 음식 데코레이션 효과도 뛰어나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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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용 하우스들이 하늘과 땅의 끝이 만나는 곳까지 이어지는 충남 부여군 세도면. 이곳에 가면 부여의 농부들이 온 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하우스 안에서는 대부분 방울토마토를 재배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아열대 과일과 신품종 과일들의 재배로 업종이 확대되고 있다. 진취적인 백제인들이 그랬듯이 부여의 농부들도 새로운 작목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등장하자마자 시각과 미각을 사로잡아버린 샤인머스켓이라는 청포도 재배가 한창인 하우스를 찾아갔다. 부여 세도면의 농민들은 방울토마토 재배로 기본기가 다져져 있어 이 땅에서 자라지 않는 어느 작물일지라도 자신 있게 도전한다. 연구하고 실패하면서 농법을 익혀 새로운 과일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보람에 농사를 짓는다.

달고 상큼한 맛... 마약포도가 따로 없네
     
잡풀 한 포기 없는 하우스 안에는 눈이 시원해지도록 상큼한 색감이 매력적인 샤인머스켓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을 줄 알았으나, 다들 소중하게 봉지에 씌워져 줄을 맞춘 듯이 관리되고 있었다.

탱글탱글한 연초록 열매들은 익어서 수확하는 날까지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샤인머스켓은 직사광선에 닿으면 갈색으로 변하거나 상처가 나기 때문에 알이 커가는 시기가 되면 봉지를 씌워서 관리해야 한다. 수확을 하고 나면 햇볕이 차단되는 연두색 봉지를 벗기고 투명한 봉지로 갈아 입혀서 출하한다. 방울토마토 보다 손이 덜 가고 가격도 좋기 때문에 최근 농가들의 관심 지수가 높아지는 과일이다.
 
샤인머스켓이 봉지에 씌워져 자라고 있다.
▲ 샤인머스켓 농장 샤인머스켓이 봉지에 씌워져 자라고 있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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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 재배 30년 경력에 샤인머스켓 재배 3년차인 베테랑 과일 농부 김대연(56세) 농부를 만났다.

"이게 다 3년차 나무들이쥬.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라는 말이쥬. 지금부터 따는 열매가 진정한 샤인머스켓의 맛을 내는 거여유. 한 알을 입에 넣으면 아삭하고 달콤한 맛에 망고향까지 난다니께."

포도나무에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김대연 농부가 건네준 샤인머스켓 한 알을 따서 입안에 넣었더니 정말로 달콤하고 상큼한 과즙과 향이 가득 퍼졌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달콤한 맛이 밀려들어와 샤인머스켓을 향한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껍질째 씹어도 씨도 씹히지 않는 아삭한 식감과 달큰한 향이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맛이었다.

"워때유? 맛있쥬?"
"이거 마약 포도인데요. 자꾸만 먹게 되네요."


농장에 취재를 하러 가면 어지간해서는 맛보라고 주는 농산물도 조심스러워하게 된다. 필요 이상으로 농작물을 맛보거나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인데, 이번엔 그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어느새 한 송이를 순삭해 버리고 말았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포도 시장을 샤인머스켓이 잠식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했다. 도저히 단점을 찾을 수 없는 맛과 재배 방법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샤인머스켓은 볼수록 매혹적이었다.
     
"따로 개발한 특별한 거름에 비법이 있는 거죠?"
"비법이라면 한 박스 가져다가 3일만에 다 먹고 또 먹고 싶어서 주문하게끔 농사를 짓는 것이 비법이지. 별 거 있간디유..."


역시 백제인의 후예답게 부여 농부는 맛에 대한 표현도 예술이었다. 대체로 고된 노동과 기후, 시세에 민감한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이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사는 농민들의 표정이 이렇게 밝은 이는 처음이었다.

그가 재배하는 샤인머스켓이 맛이 있는 이유는 바로 맛있게 농사지어서 소비자가 다시 찾게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농사의 맛집을 만들고 있다는 그의 자부심까지 더해져 달콤한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샤인머스캣 냉동해서 먹어봐유, 안 먹고 못 배겨유"
 
한번 맛본 사람들의 재주문으로 포장으로 나가는 손길이 바쁘다.
▲ 포장 작업 중인 샤인머스켓 한번 맛본 사람들의 재주문으로 포장으로 나가는 손길이 바쁘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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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켓은 장점이 많은 과일이다. 저온 저장으로 석 달 정도 보관이 가능하고 겨울철에 재배할 때도 난방비가 적게 든다. 방울토마토에 비하면 인건비도 적게 들고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하지도 않다. 투자 비용 대비 현재까지는 가격도 안정적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씨가 없어 껍질째 먹을 수 있으니, 음식물 쓰레기 부담도 적어서 고르기 좋은 과일이다. 장식적인 효과도 높아서 디저트와 샐러드 등의 음식에 사용하기 위해 해마다 수요도 늘어나는 중이다.

"자꾸 땡기는 맛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지유. 냉동해서 먹어봐유. 그런 천연 아이스크림이 또 없슈. 과일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안 먹고는 못 배기는 맛이라구유."

그의 농장 샤인머스캣은 벌써 반 이상이 팔려나가 나무에는 몇 송이 남아 있지 않았으나, 주문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농가들도 대량으로 출하하는 것보다 직거래를 선호한다. 택배 포장을 하는 시간이 걸려도 제 가격을 받고 팔 수 있고 소비자들의 반응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농법의 발달로 과일을 먹는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색 과일도 손쉽게 맛보게 됐다. 소비자들의 입맛 추이에 따라 부여 농부들의 도전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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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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