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기사수정 : 9월 13일 오후 8시]

"살갗을 다 뜯어내고 싶었어요. 박박 몸을 씻었는데도 내 몸이 더럽게 느껴졌어요. 몇 시간을 멍하니 아무 일도 못하고 있었어요."

A(여·30대)씨는 당시의 일이 떠오른다는 듯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몸을 떨었다. 그의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여러 번 한숨을 내쉰  A씨는 어렵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A씨는 2019년 9월 파주시청 소속의 직장운동부(실업팀) 코치로 발령을 받았다. 첫 직장이었던 이곳에서 그는 여성 선수의 코치를 맡았다. 남성 선수는 5년 넘게 B코치(남·30대)가 담당하고 있었다. A코치와 B코치는 매일 운동장에서 만나진 않았지만, 선수들 훈련일정부터 훈련방법 등을 논의하며 함께 팀을 이끌었다. 

그렇게 2년여가 흐른 지난 9월 1일, A코치는 파주경찰서에 B코치를 '성폭력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4시간여간 진술했다. A코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피해자 A코치 "B코치가 속옷 차림으로 방문 두드렸다"

A코치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열흘만인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에서 그를 만났다. 이자리에서 그는 "2020년 B코치가 다른 선수를 성추행 한 것을 직접 목격했다. 당시 B코치는 속옷만 입은 채로 내 방에 찾아오기도 했다"라면서 "지난 2월에는 내가 피해자가 됐다"라고 밝혔다.

A 코치와의 인터뷰·고소장 내용에 따르면 A코치와 B코치 그리고 해당팀 선수들은 2020년 8월 18일 태백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훈련을 마친 저녁에는 감독과 A, B코치 그리고 C선수(여)가 술자리를 가졌다. A코치는 "이 자리에서 B코치가 C선수를 만지고 안으려고 했다. 감독과 나 모두 이 장면을 목격해 서둘러 자리를 마쳤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B코치는 재차 자신의 방에서 2차를 하자고 했다.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결국 A코치, C선수가 B코치가 숙소로 들어갔다. 이후 A코치는 술을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조금 후 C선수가 방으로 찾아와 "B코치가 무섭다"라고 했다. A코치가 '내일 B코치가 술이 깨면 한마디 하겠다'며 C선수를 달래던 때, B코치가 그의 방으로 찾아왔다. B코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A코치의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C선수에게 다가가 다리를 만졌다. C선수가 놀라 뒷걸음질을 쳤고 A코치는 얼른 B코치를 방 밖으로 끌어냈다. 

C선수가 방으로 돌아간 후 다시 B코치가 A코치의 방문을 두드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방문 너머로 '오빠 이렇게 세워둘 거냐'는 B코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한 마음에 살짝 문을 열었더니 B코치가 빨간 삼각팬티만 걸친 차림으로 서 있었다. 이후 방문을 닫으려는 A코치와 방문을 열려는 B코치가 몇 분여 실랑이했다. 참다못한 A코치가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B코치가 물러섰다. 방문이 잠겼다며 B코치가 계속 복도에 있자 A코치는 안내실에 가서 마스터키를 가지고 왔다. 

"너무 놀랐어요. 안내실에 가서 마스터키를 받아오면서도 사장님에게 CCTV를 볼 수 있냐고 물을 만큼요. B코치의 방문을 열어주고 제 방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아무것도 못 했어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은 상태로 한참을 앉아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별생각을 다 했어요. 그런데 제 첫직장이잖아요. 크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날 B코치에게 '어제 일이 기억나냐'며 개인적으로만 화를 냈어요. B코치는 미안하다면서 다시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때는 그 말을 믿었죠."

하지만 과음하지 않겠다는 B코치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2월 제주에서의 겨울 동계훈련 때 또 문제가 발생했다. 

"B코치와 제주도의 D코치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어요. 태백에서의 일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D코치가 있으니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B코치 방에서 셋이 맥주를 마셨는데, 이후 B코치가 D코치에게 '가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왜 D코치를 보내냐'고 해도 B코치는 막무가내였어요. 결국 방에 둘이 남았어요. 무서운 마음에 일 이야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선수들 훈련 이야기를 했죠. 그랬더니 저를 껴안으며 침대에 눕혔어요."

A코치가 B코치를 밀치며 일어나자 다시 B코치가 그를 눕혔다. 

"끔찍했어요. 제가 애원하며 제발 이러지 말라고 빌며 울었는데도, 다시 저를 침대에 밀어 눕혔으니까요. 안 되겠다 싶었죠. 저도 운동한 사람이다보니 B코치를 다시 밀쳤고 방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그런데도 B코치는 계속 할 말이 있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어요. 도망치듯 제 방으로 와서 바로 몸을 씻었죠. 제 옷에 B코치가 닿은 게 싫고 제 자신이 너무 더럽게 느껴졌어요."

A코치는 "B코치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나를 토닥여준 거라고 주장한다"라면서 "(B코치에게) '당신이 나를 침대에 눕혔다'고 해도 내 기억이 잘못된 거라고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주에서의 일을 어떻게 문제제기 할지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말했다. 코치 경력이 자신보다 많고 평소 평판이 좋았던 B코치를 상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결국 용기를 냈다. 

"B코치가 E선수를 성추행해 사표를 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어요. 순간 머리가 핑 돌았죠. 내가 처음부터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으면, 내가 태백 사건 때 경찰에 신고했으면 뭐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았어요. 사표를 내고 나서도 B코치는 당당했어요. E선수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며 계속 억울하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이 사람을 봐주면 피해자가 계속 생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국 B코치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A코치의 설명대로 B코치는 지난 3월 다른 성추행 의혹을 받고 파주시에 사표를 제출해 퇴직한 상태다. E선수는 지난 4월 B코치를 성추행 혐의로 신고했고, 해당 사건은 1심 재판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지난 1일 A코치는 B코치의 전화를 받았다. B코치는 "너가 경찰에 나를 성폭행범으로 신고했다며 그런데 내가 너를 언제 성폭행 했냐. 너 말 제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코치는 "'쌤이 저를 침대에 강제로 눕히고 안으려 했다'고 답했지만, B코치는 여전히 '나는 안 했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A코치는 "수많은 선수들, 수많은 운동관계자들이 운동계의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도 남은 문제가 많다. 여전히 이 바닥에서는 선수와 코치, 또 선배 코치와 후배 코치사이의 위계가 있고 절대 복종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그런 분위기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 B코치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낮은 형량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관련 사건에 대한 반론을 듣고자 B코치에게 여러 차례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지만, 입장을 듣지 못했다. 

한편, 파주경찰서는 "현재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부, 신나리 입니다. 들려주세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