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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사임 선언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사임 선언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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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만료 앞두고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끝내 연임을 포기했다. 

스가 총리는 3일 집권 자민당 임원 회의에서 차기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하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의 총재가 행정 수반인 총리를 맡는다. 이달 말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스가 총리는 차기 총재 선거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총리직에서도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임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오른 지 불과 1년 만이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며 연임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던 스가 총리가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자 일본 정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당장 닥쳐올 자민당 총재 선거와 의회 총선거를 앞두고 향후 권력 구도를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스가 총리는 취임 초반에만 해도 7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으며 고공 행진했다.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 대를 이어 일본 정계를 장악한 이른바 귀족 정치 가문이 아니라 시골에서 딸기 농장을 하던 평범한 가정 출신이라는 독특한 배경도 눈길을 끌었다. 

전임자가 남긴 1년간의 임기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연임을 목표로 한 스가 총리는 디지털 행정으로의 전환, 휴대폰 요금 인하 등 여러 개혁 공약을 밀어붙였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2020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악재와 구설로 얼룩진 1년... 힘 잃은 총리 

그러나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를 앞세워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코로나19가 스가 정권의 덜미를 잡았다. 지난 2020년 말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해달라고 당부하면서도 내수 경제를 살리겠다며 여행 지원 캠페인을 벌이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면서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곧 감염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지만,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와 반대로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고, 최근에는 '위험 수준'으로 여겨지는 20%대까지 추락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터널 끝의 빛이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긴급사태 선언과 연장, 확대를 반복했다"라며 "국민을 향해 방역 대책을 준수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해달라며 총리가 고개를 숙이는 것이 정기행사처럼 되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리 취임 후 줄곧 이번 비상사태가 마지막이라던 스가 총리의 낙관론은 국민을 여러 번 배신했다"라며 "방역을 위해 불편함을 강요당하는 국민들의 초조함과 불만이 한계에 달한 것이 스가 정권을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스가 총리가 구설에 오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취임 한 달만인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일본학술회의' 인사에서 학회 측이 추천한 후보를 그대로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학문의 자유와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위헌 논란에 휘말렸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일본 총무성 직원들이 스가 총리의 장남이 일하는 방송 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이 드러나 11명의 직원이 무더기 징계를 받는 사건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에다가 여러 논란이 겹치면서 스가 총리가 재임하는 동안 자민당은 각종 재·보궐 선거와 도쿄도의회 선거 등에서 전패했다. 오는 10월 총선거를 치러야 하는 자민당 내부에서는 스가 체제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자민당이 선거의 얼굴(총리)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위기감을 느낀 스가 총리는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두고 당직 간부 인사를 강행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으나, 이마저 강력한 당내 반발에 부딪혀 보류되자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혼돈의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안갯속'

스가 총리의 결단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민당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졌다. 아무리 인기가 없더라도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스가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민당 총재 선거 구도는 안갯속에 빠졌다.

일단, 이번 선거에는 불출마하기로 가닥을 잡았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NHK에 따르면 고노 담당상은 이날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이 나오자 자신이 속한 자민당 파벌인 '아소파'의 회장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만나 30분에 걸쳐 긴급 면담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선배, 동료들과 차분히 논의하고 향후 계획을 결정하겠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측근들은 고노 담당상이 아소 부총리에게 총재 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구도를 분석하는 NHK 갈무리.
 일본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구도를 분석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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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한테 패했던 이시바 전 간사장도 당초 이번에는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어떻게 할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라며 "무엇이 당과 국민을 위한 선택인지 여러 동지들과 폭넓게 논의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자, 차기 총리감으로 꼽히며 주목받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이번 선거에서 스가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던 입장이기 때문에 당장 할 말은 없다"라며 출마 여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반면에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은 "출마 의사는 변함없다"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자민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로 총재 선거에 임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노 담당당, 이시바 전 간사장, 고이즈미 환경상 등 경쟁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떨어져 존재감이 약한 것이 단점이다. 

선거 구도가 혼란에 빠지자 자민당 지지층은 결국 또다시 아베 전 총리, 아소 부총리,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등 당내 주요 파벌과 실세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스가 총리에 대해 "내가 건강이 나빠져 갑자기 물러났었는데, 총리직을 훌륭하게 맡아줘 감사하다"라며 "불출마는 매우 유감이지만, 당과 국가를 위한 선택으로 알고 있다"라고 격려했다.  

일본 야권 "자민당 전체의 책임... 정권 바꿔야" 

야권은 긴장하는 눈치다. 스가 총리의 인기가 떨어진 것을 기회 삼아 이번 총선거에서 내친김에 정권 교체까지 기대했으나, 자민당이 스가 총리보다 인기가 높은 인물을 총재로 내세울 경우 선거 전력이 틀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스가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무책임하다고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이는 곧 자민당 정권의 문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감염 폭발과 의료 체계 붕괴로 촌각을 다투는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스가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해 레임덕을 자초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라며 스가 총리는 무책임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자민당도 더 이상 정권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 위원장도 "코로나19 사태 악화는 스가 총리 만의 책임이 아니라 자민당 정권의 책임"이라며 "누가 자민당의 새 총재가 되더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고, 일본의 정치가 변하려면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앞선 재·보궐 선거에서 적극적인 후보 단일화로 자민당을 꺾으며 재미를 봤던 야권은 총선에서도 같은 전력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시이 위원장은 "자민당 정권으로는 지금 일본이 처한 위기를 타개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야당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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