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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경북 포항시 죽장면 현내리의 한 사과밭, 계곡의 물이 넘치면서 사과나무가 뽑혀나가거나 넘어져 쑥대밭이 됐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경북 포항시 죽장면 현내리의 한 사과밭, 계곡의 물이 넘치면서 사과나무가 뽑혀나가거나 넘어져 쑥대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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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붙어 있어 살지 어떻게 살겠능교? 사과밭도 망가지고 농기계도 다 떠내려갔는데 기껏 이불 몇 채하고 생수만 몇 박스 주고 갑디다. 당장 밥 해먹을 그릇도 없고 쌀도 없는데..."

지난 2일 제12호 태풍이 휩쓸고 간 경북 포항시 죽장면 봉계리. 한 주민이 장판을 걷어낸 방 안에서 한숨만 내뱉고 있었다. 그는 75년을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이번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8월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죽장면 일대에 3시간여 동안 129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 비로 포항~청송을 잇는 국도 31호선 입암교와 지방도 등 일부가 유실됐고 주택과 상가 등이 물에 잠겼다.

현내리에서 만난 김필용(75)씨는 집 앞에 심어놓은 사과나무 206그루 중 204그루가 물살에 휩쓸려 농사를 망쳤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의 또 다른 자두밭도 토사가 쓸려내려 오면서 농사를 망치게 됐다.

하천 옆에 있는 김씨 집도 물에 잠기면서 세간살이가 모두 떠내려가다시피 했다. 그는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집안에 물이 들어차고 농기구가 쓸려 내려가는데 먼발치서 보고만 있었다"며 "손을 쓸 수 없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만 멍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경북 포항시 죽장면 현내리에 한 주민이 침수돼 세간살이를 들어낸 집안에 장판 대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경북 포항시 죽장면 현내리에 한 주민이 침수돼 세간살이를 들어낸 집안에 장판 대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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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경북 포항시 죽장면의 한 파밭에 파가 뽑히거나 쓰러졌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경북 포항시 죽장면의 한 파밭에 파가 뽑히거나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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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600mm 와도 끄떡 없다더니... 두 시간 만에 이 난리 났다"


태풍이 지나가고 일주일이 더 지났지만 도로 곳곳은 아직도 무너져 복구가 되지 않고 있었고 농작물은 비 피해로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파를 심어놓았던 밭이 자갈밭으로 변했고 사과나무가 쓰러진 곳도 한두 곳이 아니었다.

죽장면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두마리와 봉계리, 하사리였다. 이곳은 순식간에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도로가 끊기고 주민들이 고립되기도 했다.

구성모(현내리)씨는 "포항시 공무원이 600mm의 비가 와도 끄떡없다는 하천이라고 했는데 불과 두 시간동안 내린 비로 이 난리가 났다"며 "하천 옆에 담이 터지면서 집안에까지 물이 들어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구씨는 "20년 동안 가꾸고 키운 나무들이 모두 물에 쓸려내려갔다"며 "갑자기 계곡물이 불어난 것은 산에 있는 나무를 벌목하고 제대로 원상복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재가 분명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정열 두마산림휴양치유마을 추진단장도 "비가 순식간에 내리면서 하천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며 "우수한 품종을 심는다는 명목으로 벌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복구를 하지 않으니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린다면 피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운기 등 농기구가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간 농민들은 농번기를 앞두고 발을 동동 굴렀다. 당장 일손도 모자라는데다 농기구마저 수리비용이 부담스러워 선뜻 수리를 맡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포항시 죽장면의 한 작은 도로 일부가 침수되면서 끊겼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포항시 죽장면의 한 작은 도로 일부가 침수되면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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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경북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 인근 도로에 토사가 쓸려내려가 콘크리트 바닥만이 떠 있다시피 하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경북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 인근 도로에 토사가 쓸려내려가 콘크리트 바닥만이 떠 있다시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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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경북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로 들어가는 도로의 일부가 무너져 가드레일 기둥이 드러나 있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경북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로 들어가는 도로의 일부가 무너져 가드레일 기둥이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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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 조기 선포됐지만...

계곡을 끼고 있는 도로는 일부가 무너져 내려 긴급복구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뿌리째 뽑힌 커다란 나무가 하천 가운데 가로로 누워 있는 모습은 집중호우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도로 옆 가드레일 기둥이 뽑혀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모습도 보였다. 중장비를 이용해 복구하던 한 주민은 "우선 임시방편으로 무너진 도로 쪽으로 흙을 가져다 다지긴 했는데 비가 또 온다면 다시 무너질 수 있다"며 "차량을 통제하고 다시 공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평리에는 파손돼 무너진 집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인근 마을에도 침수된 농기구가 물과 함께 흘러들어온 토사로 가득한 논에 방치돼 있었다.

봉계리로 가는 도로 옆 하천에는 육군 제50보병사단 장병들이 피해복구를 하고 있었다. 장병들은 지난달 24일 태풍 피해가 발생하자 이날부터 지금까지 대민복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장병은 "토사와 침수로 피해를 입은 침수 민가와 인근 도로에 대한 정리 및 복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아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아 장병들이 뿔뿔이 흩어져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시골이라 그런지 재해로 피해를 당하더라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면서 "만약 대도시에서 이런 물난리가 났다면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것"이라고 서운해 하기도 했다.

한편 경상북도와 포항시는 죽장면 일대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조기 선포하고 특별교부세를 지원해 달라고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조사를 실시한 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주민들이 애만 태우고 있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죽장면 봉계리에서 군인들이 2일 오후 대민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죽장면 봉계리에서 군인들이 2일 오후 대민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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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마이스, #포항 죽장면, #태풍, #침수피해, #집중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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