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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선택수업에서 치어리딩은 남학생이 들을 수 없고, 축구는 여학생이 들을 수 없도록 하는 건 성차별적인 대처'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다.
 "체육선택수업에서 치어리딩은 남학생이 들을 수 없고, 축구는 여학생이 들을 수 없도록 하는 건 성차별적인 대처"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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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A교사의 글을 본 건 지난 8월 27일이다. "자신이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는데, 체육선택수업이 성차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경기도교육청에 전자민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글의 핵심은 '체육선택수업에서 치어리딩은 남학생이 들을 수 없고, 축구는 여학생이 들을 수 없도록 하는 건 성차별적인 대처'라는 것. 

이 얘기는 올해 초 A교사를 만났을 때도 들었다. 그로부터 한 학기가 지나서야 교육청에 민원을 직접 제기한 A교사도 고민이 많았다.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했다가 아이의 학교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A교사는 딸에게 "학생들의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민주적으로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했다. 학교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제출한 아이의 시정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교사는 학교장 면담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와 상의도 해봤으나, 학교생활에 불이익이 있을까 주저하는 아이의 모습에 결국 경기도교육청 전자민원에 글을 올렸다고 했다. 나는 민원 내용이 SNS에 모두 공개된 만큼 A교사로부터 언론에 알리는 데 동의를 얻어 8월 27자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해당 사안을 알렸다.

마침 해당 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이던 지인이 보도자료를 보고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여학생들에게 축구를 권장해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행정이냐"며 당장 학교에 문의해 보겠다고 했다. 해당 학교의 한 학부모는 "자신의 딸도 중학교에 입학 후 토로했던 이야기"라며 "자식을 맡긴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가 해당 사건을 그냥 넘겨버려 속상했었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렇게 보도자료가 나간 지 3일이 지나서야 한 지역 언론에서 첫 기사가 나왔다. 첫 보도 이후 다른 지역 언론에서도 취재해 보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사이 취재를 진행한 기자로부터 "학교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했고 잘못된 것임을 시인했으며 즉시 시정하겠다고 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나에게 "시정하겠다고 한 마당에 굳이 기사로 내보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찜찜함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교육청 민원과는 언론 보도 이전에도 해당 학교는 충분히 고민하고 고칠 시간이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당사자인 학생들이 교내 자치 회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는 이 문제 제기를 가볍게 치부했다. 언론에 보도되자 즉시 시정하겠다고 그간의 자세를 바꿨다. 이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일을 왜 그동안 모른 척하고 묵살했던 것인가? 왜 사건이 되고 일이 터져야만 시정하겠다고 나서는 걸까?

진정성은 조금도 느끼기 어려운 해피엔딩이다. 이것이 찜찜함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한국 사회 곳곳이 이렇게 곪아있다. 똑같은 사건·사고가 계속 되풀이되는 이유이기도 할 터다. 군대 내 가혹행위의 실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해 최근 화제가 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 D.P. >의 대사가 계속 머리에 맴돈다.

"6·25 때 쓰던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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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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