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서울 도심 퀴어 퍼레이드 퀴어축제 조직위 주최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부근에서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도심 행진을 펼치고 있다.
▲ 서울 도심 퀴어 퍼레이드 퀴어축제 조직위 주최로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부근에서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도심 행진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 2000년부터 한국사회의 성소수자의 가시화, 인권증진, 문화 향유, 자긍심 고취를 위해 매해 여름 서울에서 개최되는 복합공개문화행사다. 

2000년에 50여 명의 참가로 시작한 행사는 20년이 지난 지금 10만 명의 국내외 사람들, 각국 대사관과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와 정부 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창작자가 함께 만드는 시민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 제22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진행했다. 행사를 마치고 각각의 업무들 평가회의가 이어지고, 마무리 작업을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던 지난 25일,  2019년 서울시에 신청한 사단법인 설립에 대한 불허 사유가 담긴 공문이 2년여 만에 등기로 도착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측에 보낸 서울시의 공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측에 서울시가 25일 보낸 공문
ⓒ 서울시

관련사진보기

 
공문을 받은 사무실 사람들의 얼굴빛은 순간 달라졌다. 공적인 문서로 적혀진 글자들은 차마 누구에게 정부 기관으로부터 받은 거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저급한 수준의 문서였다. 공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귀 단체의 주요한 목적사업인 "퍼레이드, 영화제 및 성소수자 관련 예술 행사' 시 과도한 노출로 인해 검찰로부터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고,
2) 퍼레이드 행사 중 운영부스에서 성기를 묘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되며,
3) 또한 매 행사 시 반대단체 집회가 개최되는 등 물리적 충돌 예방을 위한 대규모 행정력이 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사회적 갈등 등으로 인해 공익을 저해할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는 바, 신청단체의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신청을 불허가함을 알린다."


이러한 공문과 함께 조직위의 반박 입장문이 함께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게 정말 이유라고? 이렇게 낯부끄러운 사유가?"

혐오세력 논리 그대로 반복한 서울시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는 조직을 정비하고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기 위해 비영리사단법인 설립을 결의하였고 2019년 비영리법인설립을 위해 서울시에 서류를 제출했다. 처음 비영리사단법인 설립절차 등을 문의하기 위해 서울시와 통화를 시작할 때부터 서울시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서울시에 주무부서가 없다는 거였다. 

서울시가 여러 과들의 회의를 거쳐 소관부서를 지정하는 데만 일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2020년 11월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예술과가 소속으로 배정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후로 사단법인 설립요건 충족을 위해 주무부서 담당자와 긴밀하게 소통했고, 2021년 3월 21일 자로 설립에 관한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었다는 공문을 받았다.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었다는 답변 이후로 설립허가에 대한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설립허가가 계속 지연되자 담당자와 여러차례 통화를 했고, 마지막 통화에서는 법무부에 유권해석이 필요한 '특별한 사유'가 있어, 법무부의 질의 회신 이후 비영리 법인 허가 여부를 통보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물론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021년 8월 25일 공문을 통해 비영리법인불허가 처분됐음을 알려왔다. 

이는 조직위가 지난 2019년 10월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신청을 한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서울시가 종합적으로 판단한 근거라고 공문에 적시한 사유들은 사실관계의 확인조차 되지 않은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한 내용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비영리 법인 불허에 대한 조직위의 입장문이 나간 후 한겨레 기자가 서울시 담당자와 통화해 취재한 결과 불허의 사유로 들었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2016년 3월 당시 한 매체 기사에는 (2015년 퀴어문화축제에서) 과도한 노출을 한 신원불상의 사람들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고 보도됐다. 서울시에서 이 보도를 인용하면서 마치 조직위나 조직위 관계자가 기소유예판결을 받았다는 식으로 적어 불허가 사유로 들었던 것이다. 서울시가 혐오세력의 논리에 편승하여 성소수자와 조직위에 대해 차별적 행정을 가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서울시, 기사 엉터리로 인용해 퀴어축제조직위 법인 신청 불허해', 210827 <한겨레>) 


또한 "반대 단체 집회 개최로 인한 물리적 충돌 예방을 위한 대규모 행정력이 동원돼" 비영리사단법인 신청을 반려한 것은 사회적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하는 서울시가 스스의 책무를 저버리겠다는 선언이며 그 책임을 조직위에 전가하는 비겁한 태도다.  

2014년에도 서울시는 성소수자 단체라는 이유로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사단법인 설립신청을 거부한 적 있다. 그 이유도 조직위에게 보낸 사유와 비슷한 '미풍양속에 어긋나서' 라고 했다가 차별이라고 이야기하니 말을 바꾸며 '주무부서'가 없어서라고 했다. 

이후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법무부에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재단이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보편적 인권을 다루는 법무부는 주무관청이 아니다"라며 반려하자 소송을 냈다. 4년간의 긴 행정소송 끝에 어렵게 사단법인이 되었다.  

 '특별한 사유'가 있다거나 '법무부는 보편적인 인권을 다루므로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이유는 성소수자를 차별해야 하는 명백한 언어와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말들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가 인권인데 성소수자는 특별하거나 특수하기 때문에 인권보장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성소수자도 서울의 시민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다양하며 특별하고 존엄한 가치를 가진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성소수자의 364일

한국의 성소수자부모모임을 다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게이 아들 예준과 함께 걷는 어머니 비비안의 모습이 나온다. 그 거리에는 반대하는 피켓이나 욕설이나 폭력은 없었고 퍼레이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환호와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이 있을 뿐이다. 

무지개 깃발 사이로 시민들의 환대와 함께하는 캐나다 토론토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국의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모습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2015년 이후로 성소수자를 사랑해서 반대한다고 핏대를 높여 외치는 목소리와 성소수자를 마치 지옥에라도 보내 버릴 것 같은 혐오세력의 험악한 표정들을 마주했다. 그 결과 다른 여러나라의 퍼레이드와는 다른 풍경이 매년 서울 도심에서 펼쳐진다.

두 도시의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사뭇 다르지만 서울과 토론토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걷는 너무나 행복한 모습의 웃음 가득한 성소수자의 얼굴은 같다. 대한민국의 성소수자들은 연일 뉴스에서 토론회에서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성소수자는 이 사회에서 없는 사람 혹은 나중에 인권을 보장받아야 할 존재임을 364일 동안 매일 확인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날들 속에서 단 하루,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서울퀴어문화축제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걷는 그 순간은 온전히 나인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며 공간이다. 인권도시를 말하는 서울의 진정한 모습은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축제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 주는 일이다. 또한 인권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은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나라다. 

하지만 서울은 인권과 멀어진 행정을 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사회적 약자가 최소한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는 날조와 책임 전가를 정당한 사유인 양 포장하여 조직위의 비영리법인 설립을 불허한 것을 사과하고 즉시 설립 허가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서울시의 이번 처분은 명백한 행정 서비스에서의 차별 사례이기에, 조직위는 이러한 차별적 행정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하여 끝까지 싸울 것이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퀴어문화축제(Seoul Queer Culture Festival, SQCF)”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 매해 여름 서울에서 개최되는 복합/공개/문화행사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