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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비어있는 교실 모습입니다. 불가피하게 학부모 공개수업 또한 줌수업으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격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비어있는 교실 모습입니다. 불가피하게 학부모 공개수업 또한 줌수업으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진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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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공개수업도 줌수업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계획은 대면수업을 학부모에게 줌으로 실시간 중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단계가 격상되면서 전격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고 어쩔 수 없이 공개수업 방법도 바뀌게 되었다. 결국 아이가 가정에서 줌수업 하는 것을 학부모가 직접 참관하는 방식으로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게 되었다.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는 학급 줌주소로 접속하여 참관하게 했다.

공개수업이 시작되었다. 화면 속 아이들 옆으로 언뜻언뜻 학부모님이 보였다. 나는 다 같이 인사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도 화면에 보이도록 앉아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고, 부모님들은 양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화면은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꽉 찼다. 비록 온라인 공간이긴 하지만 마스크를 벗고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장면은 낯설면서도 설렜다. 나는 부모님이 화면 밖에서 자녀의 수업을 지켜보기로 했던 공개수업 방식을 조금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머님, 아버님. 우리 같이 수업해요."

수업 주제는 '나'를 다른 것에 빗대어 표현하기였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선생님은 41번 버스 운전사예요. 저마다 빛나는 스물네 명의 아이들을 태우고 꿈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죠. 버스 번호가 41번인 이유는 우리반이 4학년 1반이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나'를 비유하는 문장을 만들어 비공개채팅으로 보내 달라고 하였다. 채팅창에 아이들의 댓글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나는 매콤하고 칼칼한 떡볶이입니다.'
'나는 많이 써서 뜨거워진 핸드폰입니다.'
'나는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입니다.'


솔직하며 화끈한 성격을 가진 수연이는 매콤하고 칼칼한 떡볶이로, 정보통신 기기에 관심이 많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도원이는 뜨거워진 핸드폰으로, 구속받는 것을 싫어하고 목소리 톤이 높은 지민이는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로 자신을 표현했다. 개성을 담아 기발하게 표현한 아이들의 댓글을 보고 나는 연신 감탄하며 칭찬했다. 잠시 후 부모님이 쓴 댓글도 볼 수 있었다.

노력하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진 부모님 댓글들
 
2021학년도 <학부모 공개수업> 안내장입니다.
 2021학년도 <학부모 공개수업> 안내장입니다.
ⓒ 진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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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구를 종일 맴도는 바람입니다.'
'나는 울적할 때 먹는 따뜻한 우유 한 잔입니다.'
'나는 아이보다 조금 더 크고 포근한 이불입니다.'
 

부모님의 댓글을 읽을 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 애를 먹었다. 댓글에서 부모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졌다. 특히 '지구를 종일 맴도는 바람'이라는 댓글을 보며 나는 워킹맘으로서 바쁘고 고단한 생활을 하고 때론 엄마가 아닌 '나'로 존재하고 싶어 자유를 갈망하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해 많이 공감되었다.

이어서 우리는 '누구일까요?' 퀴즈를 풀며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얘들아. '나는 작고 예쁜 단추입니다' 이 친구는 누구일까요?"
"저요!" "저 알아요!" "민경이 아니에요?"
"오! 맞혔어. 너희들 어떻게 알았어?"
"민경이 꿈이 패션 디자이너잖아요." "단추가 옷과 관련된 물건이니까요."
"와. 예리한데. 민경이는 이유를 뭐라고 썼을까? 우리 민경이 발표를 들어보자."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민경이는 또렷하고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단추는 작지만 꼭 필요한 물건이에요. 예쁜 단추가 되어 옷을 빛내주고 싶어요."

민경이의 발표가 끝나자 화면에는 박수쳐주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가득 보였다.

마음과 마음이 만난 수업
 
학부모 공개수업 후 한 학부모께서 작성해주신 참관록입니다.
 학부모 공개수업 후 한 학부모께서 작성해주신 참관록입니다.
ⓒ 진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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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하며 내가 놀랐던 게 있다. 아이들은 빗대어 표현한 문장만 듣고 어떤 친구가 쓴 것인지를 무척이나 잘 맞혔다.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친구의 성격과 특징, 좋아하는 것, 그리고 꿈이 무엇인지까지도 말이다.

화면으로만 친구의 온전한 얼굴을 볼 수 있고, 학교에 와서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며 지내 온 아이들이다. 나는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배움과 소통의 시간이 과연 아이들 마음에 잘 닿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곤 했다. 특히 '관계 형성' 대한 염려가 컸는데 오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 관심과 애정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있음을 믿게 되었다.

이번 시간에 손을 안 든 아이도 없었고, 발표를 안 한 아이도 없었다. 줌수업에서 이렇게 높은 집중력과 참여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부모님들의 발표도 듣고 싶었지만 1시간짜리 수업이 1시간 반이나 지나버려 그러지 못했다.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나에게 여러 번 말했다.

"선생님. 부모님이랑 같이하는 수업 다음에 또 하면 안 돼요?"

줌수업이 아니었다면 아이들과 부모님이 나란히 앉아 함께 하는 수업이 가능했을까?

코로나 전에 공개수업은 보통 부모님이 수업에 참여하시지 않고 교실 뒤에 서서 아이들의 수업을 단지 지켜보는 것이었다. 줌수업은 대면수업보다 아쉽고 부족한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줌수업이었기에 더 특별하고 재밌는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오늘 수업 소감을 물으니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것 같다고 했다. 나에게도 오늘 수업은 마음과 마음이 만난 수업으로 두고두고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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