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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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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의 여행은 귀국하고 나서도 자가격리가 끝나야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가 있다. 각 나라마다 방역검사도 다르다. 존에프케네디공항에 없는 것이 인천공항에는 있었다. 일명 K-방역이었다.

귀국 후 자유의 몸이 되기까지

인천공항에서의 K-방역은 철저했다. 비행기에서 공항 건물로 진입했을 때 제일 먼저 맞닥뜨린 것은 바리게이트처럼 통로를 막은 방역관리사였다. 귀국 72시간 안에 뉴욕에서 받은 유전자증폭(PCR) 음성 판정 서류와 여행 전 접종했던 백신 확인증을 제출해야 했다.

뉴욕으로 떠나기 17일 전인 6월 10일에 얀센 백신을 맞았다. 17일이라는 숫자를 강조하는 것은, 백신을 접종하고 항체가 생긴다는 2주 후에 출국해야 귀국했을 때 자가격리면제 대상이라는 방침 때문이다.

두 가지 서류를 꼼꼼하게 살피던 방역관리사는 여권 표지에 방역확인증과 자가격리면제라는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면제자는 공항에서 주거지까지 대중교통과 일반 택시를 이용할 수가 있다. 격리자는 앞좌석과 뒷좌석에 칸막이가 있는 방역 택시만 타야한다. 택시 승강장도 따로 구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택시를 탈 수 있는 사람은 담당자에게 꼭 여권 표지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택시 승강장에서 알았다.
      
스티커를 발부받았다고 해서 통과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가격리앱을 스마트폰에 '즉시' 다운받아야 한다. 면제자와 격리자 둘 다 해당된다. 받는 순서가 차례대로 적힌 문구와 QR 코드가 박힌 표지판이 방역검사대 주위로 세워져 있지만, 일련의 승인과정이 번거롭다고 생각한 것은 나만이 아닌 것 같았다.

담당자가 분주히 오가며 질문에 답하면서 도와주지만, 몇몇이 내뱉은 싫은 소리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앱을 완벽하게 다운받았다면 다른 담당자에게 잘 받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때 보호자 전화번호를 제시해야 하는데, 담당자는 '즉시'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이 모든 것을 끝냈다면 입국심사대로 향할 수가 있다.
 
전망대가 보이는 풍경
 전망대가 보이는 풍경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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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나는 공항에서 인천터미널까지 일반 택시를 탄 뒤 광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공항과 광주를 잇는 공항버스 운행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8월 17일 새벽 2시에 주거지에 도착해서 그날 아침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 또 그날 오후 5시 30분에 음성판정이라는 문자를 받고나서야 외출을 할 수가 있었다.

전날도 2차 PCR 검사 음성 판정 문자를 받았다. 자가격리면제자는 귀국한 지 6~7일 뒤에 의무적으로 두 번째 검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8월 24일에야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시국에 장기간 여행을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 방'으로 끝나는 잔여백신 얀센을 접종해 자가격리면제자가 되어 귀국하고 하루 만에 일상으로 합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 말에 동의한다. 뉴욕시티뿐만 아니라 한국 면적과 비슷한 뉴욕 주를 활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뉴욕시리즈 마지막 연재로 '모홍크'를 소개할 수 있어서이다.
  
비현실적인 자연경관,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

업스테이트 뉴욕 뉴팔츠에 위치한 모홍크(Mohonk)의 정확한 이름은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이다. 맨해튼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캐스트 킬 마운틴과 허드슨강 사이에 위치한 호텔이다. 1869년 퀘이커 교도인 알버트와 알프레드 스밀리 형제가 지었고 여러 차례 확장 공사를 통해 지금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호수 주변을 하이킹하며
 호수 주변을 하이킹하며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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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했던 야외 테이블
 점심식사를 했던 야외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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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용을 갖춘 오래된 건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숙박시설 앞 모홍크 호수(Lake Mohonk)를 둘러싼 산세가 스위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곳은 모홍크 보존지구(Mohonk Preserve)이며, 1986년에는 국가 문화재(U.S.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었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1883년 알버트 스밀리가 후원하는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 연례 회의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첫 번째 회의가 열리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1985년과 1916년에는 국제 중재를 위한 모홍크 레이크 회의를 개최하고 네덜란드의 헤이그 중재재판소 설립에도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

전미 역사 보존위원회는 이곳을 미국의 19세기 역사를 대표하는 주요한 역사 시설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객실이 267개이며, 실내 수영장, 스파, 실외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 정원, 도서관 등의 시설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중 호수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중 호수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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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으로 상당히 외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외부인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호텔 이용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등산 코스, 호수 등이 있다. 하루 숙박 비용은 살인적이다(비수기와 성수기가 다르니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90달러에 달하는 점심 식사를 예약하면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수 주변을 하이킹하고 호수에서 카누나 카약 등을 탈 수가 있다(숙박하는 사람은 무료이나 점심 식사만 예약한 사람은 2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전망대에서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 전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올버니(Albany)에 머무르는 어느 좋은 날 나는 모홍크로 향했다. 입구에서 철저하게 통제를 하지만 그곳만 벗어나며 호젓한 숲길과 만난다. 십 분 정도 달리다보면 다른 세상에 드디어 발을 딛게 된다.

나는 비현실적인 자연경관과 벗하며 호수 주위를 걷고 오래된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카약을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햇살은 만연했지만 산중이라 바람은 시원했다. 엄격한 인원 통제와 철저한 코로나 방역으로 그곳에서는 마스크가 필요 없었다. 조금은 사치스러운 하루를 보낸 나는 올버니로 돌아와서 여행은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기에 하루만큼은 풍족해도 된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모홍크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 올레길에서 다시 길 위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아름다운 카펫이 깔린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 실내
 아름다운 카펫이 깔린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 실내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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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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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와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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