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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초, LH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했다. 같이 살게 될 하우스메이트들과 치킨을 시켜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당황했다.

"주방용품은 다 각자 쓰고 있어요."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식사도 각자 먹고, 가끔 같이 시켜 먹거나 외식할 때도 있어요. 밥솥은 없고 둘 다 햇반 먹고 있어요."


지인들과 지냈던 셰어하우스에서는 매일 아침을 같이 먹고 주방용품과 식자재는 공용이었다. 그래서 이사할 때 주방용품을 안 챙겨왔던 터라 숟가락부터 냄비 등 모든 주방 살림을 마련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그래도 식사는 건강하게 챙겨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음 날 마트에서 2+1 행사하는 햇반을 사고야 말았다. 밥솥을 사고 혼자서 언제 다 먹을지 모를 쌀을 사는 것보다 먹을 만큼의 밥이 2분 만에 만들어지는 햇반을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환경비용과 나의 경제비용 사이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의 환경비용과 나의 경제비용
 
안녕상점은 방학천문화예술거리(방예리)에 자리한 제로웨이스트샵으로 지역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에서 운영중이다
▲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샵 "안녕상점" 안녕상점은 방학천문화예술거리(방예리)에 자리한 제로웨이스트샵으로 지역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에서 운영중이다
ⓒ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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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독립을 하려다가 같이 사는 사회주택에 입주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높은 월세보다 주거환경이었다. 혼자 원룸에 사는 비용으로 거실, 주방, 방 3개가 있는 주택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고, 무엇보다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 친환경적인 삶에 가까웠다. 이건 나에겐 중요한 문제였다.

그중에서도 주방을 공유하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다. 혼자 요리를 해서 한 끼를 먹으려면 생각보다 갖춰야 하는 조건들이 많다. 간단한 요리를 하더라도 조리 도구들과 각종 양념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또 환기도 잘 돼야 한다. 구입한 식자재들을 버리지 않고 소비할 수 있어야 하고, 식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줘야 한다. 무엇보다 만들어 먹는 것이 경제적이냐는 문제가 남아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 이렇게 조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치에 가깝다. 주방과 방이 하나로 되어 있는 방 구조에서는 환기도 잘 안되고, 좁은 공간에서 요리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식자재들은 2인 이상 소비 기준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먹어서 소비하는 양과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부패해서 버리는 양이 비슷해지기 일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9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경우 먹고 남은 밥·반찬·국찌꺼기(48.2%)나 상하거나 오래된 음식(14.7%) 비중이 높았다. 반면에 가구원 수가 증가할수록 조리 전 쓰레기가 늘어났다.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월남쌈을 혼자 한 번 먹기 위해 4인분용 라이스페이퍼와 각종 소스를 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여러가지 재료를 구매하지 않아도 밀키트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주거, 생활환경에 의해서 1인 가구 쓰레기 배출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디지털재단이 발표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일회용품을 2.3배 더 많이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서울 거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배달음식 주문빈도는 코로나 발생 이전인 올 1월까지 월평균 3.0회였으나, 코로나 발생 이후 4.0회로 약 1.4배 증가했다고 한다.

배출 증가하는데 관리는?

1인 가구의 쓰레기 배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쓰레기 및 분리수거 운영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지역은 다세대 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이 대부분인데 분리수거함이 있는 경우는 그나마 양호한 경우이다. 분리수거를 개개인에게 맡기다 보니 집마다 분리수거 배출방식이 통일되지 못하고 제각각이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분리수거 운영과 관리가 명확하다. 배출 요일이 정해져 있고 관리사무소에서 분리수거를 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제대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또한 작년 12월 25일부터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는 의무적으로 투명 페트병과 유색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도록 시행되고 있어서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올해 12월부터 매주 목요일 비닐과 투명 페트병만 배출·수거하는 '요일제'가 의무화된다고 하지만 자리잡히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큰 골칫거리다. 음식물 쓰레기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오는 1인 가구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버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쓰레기가 적게 나오고 먹기 간편한 미니 과일 채소 매출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버리는 양만큼 계량하여 요금을 부과하는 RFID 방식의 음식물 쓰레기 정량제
▲ RFID 방식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아파트 단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버리는 양만큼 계량하여 요금을 부과하는 RFID 방식의 음식물 쓰레기 정량제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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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파트 단지에서는 RFID(무선주파수인식,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활용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관리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장비에 RFID 태그를 인식시킨 후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면 배출자와 무게, 시간 등 정보가 중앙 시스템으로 전송되고 수수료가 등록된 충전카드에서 바로 차감된다.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할 때마다 즉시 버릴 수 있고 무게에 따라 수수료 차감이 직접 보이기 때문에 쓰레기 감축에도 큰 효과가 있다.

골목 입구마다 '마을 공동 분리수거함'이 있다면?
 
동작구는 2016년부터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중 쓰레기 혼합배출, 무단투기 등이 빈번한 곳을 대상으로 재활용 정거장 16개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 흑석동 중앙대학생회관 맞은편에 설치된 재활용정거장 동작구는 2016년부터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중 쓰레기 혼합배출, 무단투기 등이 빈번한 곳을 대상으로 재활용 정거장 16개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 동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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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는 15세대 이하 소규모 공동주택(빌라, 다세대, 다가구 주택 등 포함)인 경우  '음식물쓰레기통 보관 거치대 무상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 음식물 쓰레기 전용용기 거치대 도봉구는 15세대 이하 소규모 공동주택(빌라, 다세대, 다가구 주택 등 포함)인 경우 "음식물쓰레기통 보관 거치대 무상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 도봉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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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1회용품 소비량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정책을 제도화해서 효율적으로 자원순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정한 세대수 혹은 반경을 기준으로 분리수거함을 만들고 관리 인력을 두어 마을 일자리로 두는 정책을 두면 어떨까? 또 동마다 자원순환센터를 두어서 지역에서 발생한 1회 용품을 지역에서 해결하도록 해서 '로컬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대문을 열어 놓고 두레상에 둘러 앉아
한솥밥을 나누는 정경은 지금은 사라진 옛 그림입니다.
솥도 없고, 아궁이도 없습니다.
더구나 두레상이 없습니다.
'한솥밥'은 되찾아야할 삶의 근본입니다.
평화(平和)는 밥을 고르게 나누어 먹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쌀(禾)을 고루 나누어(平) 먹는(口) 것이 '平和'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 <한솥밥>

한솥밥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한솥밥 대신에 각자 먹은 플라스틱 그릇을 함께 설거지 해보면 어떨까? 쓰레기를 하나 치우는 문제가 단순히 환경을 생각하는 문제를 넘어 우리에게 멀어진 '삶의 평화' 를 찾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작은 평화를 만드는 일이 '동네 정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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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서 시작하고, 내 주변부터 변화하는 따뜻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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