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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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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빈의자의사회의 따뜻한 의료 손길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의료봉사라는 가치를 실천하고자 여러 병원들이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동참한다. 돈이 없어 아파도 치료받지 못했던 이들은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병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각박한 사회에서 든든한 의지가 된다고 말한다. 원주에서 시작된 민간의료안전망은 이제 주변 지역으로도 확대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민관협력으로 발굴부터 진료까지

원주빈의자의사회의는 1989년 부부의원을 개원한 곽병은 원장이 학성동 윤락여성, 독거 노인이나 노숙인들에게 무료진료를 하면서 다른 여러 전문과의원에 의료 협업을 부탁한 것이 시작이 됐다. 십수 년간 중앙동 인근 의원들과 함께 무료진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13년 곽  원장이 아신상을 타며 수상금 중 일부(7천만 원)를 기금으로 마련하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무료 진료를 해오던 의원들과 함께 정식 의사봉사단체를 만들었다. 

빈의자의사회는 참여 의료기관이 무료 진료 및 실비 진료를 하고 이에 대한 진료비 지원기금 역시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한다. 민간 의료진들이 모였지만, 대상자 발굴 등 사업의 효율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민관협력사업으로 추진한다. 지역 내 노숙인, 노인, 장애인, 아동, 다문화가정 등 의료지원을 필요로 하는 최저 빈곤층이 대상이다. 대상자는 원주시 복지정책과, 읍면동행정복지센터, 보건소, 지역 종합사회복지관 및 복지기관 등을  통해 의뢰받는다. 발굴의뢰기관에서 무료진료 필요성에 대한 경제적, 사회복지적 적절성을 평가하여 의뢰하는 방식이다. 

창구기관인 밝음의원에서 상담과 1차 진료를 받고 전문 진료가 필요한 경우, 회원 타과 전문의원에 진료를 의뢰한다. 입원이 필요한 대상자들은 원주의료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통해 입원을 연계한다.

지난 2020년부터는 빈의자의사회 회원을 늘려 활성화하기 위해 원주시의사회에 가입해 산하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종합병원, 의원, 치과, 한의원, 약국 등 지역의 다양한 의료기관 29곳이 참여하고 있다. 

8년간 350여 명에게 의료서비스 제공 

2020년 말까지 350여 명이 빈의자의사회로부터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받아왔다. 지원 금액은 8천만 원이 넘는다. 

그동안 빈의자의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대상자들도 다양하다. 파라밀 이주여성 쉼터로부터 의뢰받은 태국 여성은 분만일이 얼마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이었으나 불법체류 신분으로 의료보장을 받을 곳이 전혀 없었다. 빈의자의사회는 해당 환자를 회원 병원 산부인과에 연계해 전액 무료로 분만할 수 있게 지원해 새 생명을 지켰다.

정신건강센터로부터 의뢰받은 20대 젊은 여성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치과 치료도 시급했다. 치과진료비로 나온 300만 원은 대상자가 납부하기엔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하지만 회원 치과에서 150만 원을 할인받고, 정신건강센터에서 50만 원, 본인 50만 원, 빈의자의사회 50만 원씩 세 곳에서 분담해 치료비를 납부할 수 있었다. 빈의자의사회를 통해 정신과 치료와 치과 치료를 받은 환자는 청년수당으로 나온 돈으로 병원 직원들에게 차를 사와 고마움을 전했다.

올해부터는 외국인노동자까지 대상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내달 원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와 협약식을 갖고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의료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최근 빈의자의사회를 찾는 환자들에도 변화가 생겼다. 젊은 사람이 많아졌고 정신과 의뢰 환자도 늘고 있다. 대부분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연령대가 높고 다양한 과에 의뢰 환자가 많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곽 원장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서 치료비가 없어 병원을 다니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는 것 같다"며 "청년 실업과 청년 빈곤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8년째 운영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했지만, 기금 부족으로 돕지 못한 환자가 있는 것은 늘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치과 치료 환자들이 그렇다. 외래 치료는 회원병원에서 대부분 무료진료가 가능하며,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원주의료원에서 적극 협조하고 있다. 하지만 치과 보철환자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치과 보철은 기공료 같은 재료비가 많이 들어 회원치과에서 할인을 해도 치료비 부담이 크다. 때문에 별도의 치과 빈의자회를 구성하거나 원주 노숙인 치과치료를 담당하는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과의 연계도 고민하는 등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타지역으로 전파되는 선한 영향력

무형의 자선종합병원과도 같은 빈의자의사회 의료시스템에 대해 타 지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충청북도의사회는 지난 2019년부터 빈의자 의료체계를 도입한 충북의료봉사단을 운영 중이다. 

청주를 중심으로 20여 곳의 의원들이 의료봉사에 참여한다. 주요 대상자는 외국이주민들이다. 불법체류자 등 공공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외국인 중 낙상, 골절 등 중증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진료를 실시한다. 충북의료봉사단은 외국이주민센터나 복지관 등 민간단체에서만 대상자를 의뢰받고 있으며 연간 20~30건의 진료가 진행된다.

충북의료봉사단 총무를 맡고 있는 박경식 원장은 "기존 외부 의료봉사는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고 의료인이 줄 수 있는 도움이 약 처방 정도로 한계가 있었다"며 "빈의자의사회의 의료시스템은 자신의 병원에서 연계 받은 환자에게 더 심도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원주빈의자의사회는 올해 같은 생활권인 횡성으로도 의료지원 대상자를 확대했다. 횡성군의사회에서도 동참하면서 참여 회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의뢰대상자는 횡성군에서 적극 발굴하기로 약속했다. 군 복지정책과가 1차 창구 역할을 하며, 횡성 내에서 진료가 어려운 경우, 원주 회원병원으로 연계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횡성군과 횡성군의사회는 빈의자의사회를 계기로 처음으로 민관이 소통하고 함께 사업하는 기회가 됐다. 횡성군의사회 정인규 회장은 "의료봉사를 하고 싶어도 의료진들이 대상자를 직접 발굴하며 진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빈의자의사회는 대상자 발굴부터 의료서비스 제공까지의 체계가 잘 갖춰져 있으며, 특히 횡성처럼 병·의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원주의 의료진과 협력할 수 있어 지역의 의료체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곽 원장은 "진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지역으로 나눠서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빈의자의사회와 같은 민간 의료봉사단체가 전국적으로 많아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빈의자의사회, #원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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