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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한길문고 어린이·청소년 독서단'을 통해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와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자는 취지의 독서단에서 지역의 생태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한길문고 대표님께서는 같은 마음으로 수업 준비에 최선을 다해주신다.

전공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강사인 나 역시 환경과 생태, 기후 공부를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를 모으고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밴드에서는 아이들과 여러 주제의 책 읽기를 유도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 있는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생태 감수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업을 한다.

예정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새만금의 수라 갯벌 소식을 듣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타지에서 군산으로 이사 온 지 8년 차. 새만금에 갯벌이 남아있다는 소식은 반갑기만 했다. 유례없는 간척사업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는 새만금. 이제 이곳의 갯벌은 사라졌다고만 생각했는데, 탄소중립을 외치는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를 흡수하는 갯벌이 남아있다는 소식은 그 얼마나 반가운 뉴스인가! 이는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말로 바로 해석되었다.

갯벌은 세계유산!

지난 7월 26일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유산목록에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보다 앞선 5월에는 유네스코 자문 역할을 하는 IUCN에 의해 등재가 어렵다며 반려의견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세계유산위원회는 IUCN의 의견과 반대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다며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유네스코가 자문기구 등재반려 권고를 뒤집고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등재 결정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에서 위기종으로 인정한 27종의 철새를 비롯해 약 2000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한국 갯벌의 가치를 지키고 홍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2025년까지 유산구역을 확대하겠다는 의견과 함께 유산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적 개발을 관리하라는 IUCN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결정하면서 몇 가지 과제를 주었다. 

1. 2025년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할 것.
2. 유산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
3. 유산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을 관리할 것.
4. 멸종위기 철새 보호를 위해 동아시아 철새 이동 경로 상의 국가들과 협력할 것.

그러나 전라북도는 새만금에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갯벌마저 숙원이라며 지역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국제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의 공항들이 코로나 이전부터 5년 연속 적자인 상황에서 어떻게 지역 발전이라는 말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전세계 전염병 시대를 살면서 일 년이 넘어가도록 마스크를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어떻게 아무런 깨달음이 없을 수가 있을까?

전북 연구원 지역개발연구부 연구위원은 "공항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지역발전의 역량으로 볼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새만금을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의견도 아니고, 마지막 갯벌을 지켜달라는 목소리가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에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선진국은 지금!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네덜란드는 방조제를 제거하여 갯벌로 복원하는 역간척사업을 진행 중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와 덴마크 3개국이 인접한 북해 바덴해 갯벌은 연간 800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생태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비행기 운행을 금지하겠다고 한다. 오스트리아는 정부가 제시한 환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항공사가 비행편 일부 노선을 폐지하고 기차로 대체했다.

유럽 학생들 사이에서 '플뤼그스캄', '플룩샴'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비행기 타는 것의 부끄러움'이라는 뜻으로 비행기보다 더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탄소 배출이 낮은 기차를 선호하겠다는 의미다. 유럽 환경청에서 발표한 1km 이동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비행기 285g, 자동차 158g, 버스 68g, 기차 14g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항공편 제한이 거론되는 이유는 국내선 비행기가 이동 거리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영국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선 비행은 같은 거리 기준 기차에 비해 6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비행거리가 짧은 비행기는 교통편 중 가장 효율이 나쁘다.

2014년 발간된 국내 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처 연구에 따르면 B737 기종 기준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갈 때 450km를 이동하기 위해 연료를 평균 2350kg 소모했는데, 이중 10%에 달하는 양이 이착륙에만 소모됐다. 

아이들의 목소리!

지난 18일 전북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은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는 한길문고 어린이 독서단 친구들이 활동 작품으로 만든 피켓을 챙겨들었다. "어른들이 다 망쳤어요." 수업 중에 한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갯벌에 사는 다양한 생명을 지켜주세요.
▲ 한길문고 어린이 독서단 갯벌에 사는 다양한 생명을 지켜주세요.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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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판한 타일러 라쉬는 '어스아워-지구를 위한 한 시간'이라는 세계자연기금(WWF) 한 시간 소등하기 행사에서 말했다.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화를 내야 한다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어른들은 그래도 누리고 살았지만 여러분들은 기후위기시대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를 살아나가야 한다고. 바로 어른들 때문에. 그러니까 목소리를 내셔야 한다고.

나는 한길문고 독서단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각오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뜻을 함께하는 5학년, 1학년 자녀들과 함께한 기자회견장에서 5학년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기자회견 현장
▲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 기자회견 현장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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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를 배출하는 신공항 건설을 반대합니다. 새만금 간척은 이미 많은 생명을 죽였습니다. 생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멸종위기종이 늘어나면 결국 우리 인간도 멸종위기에 처합니다. 우리는 미래에도 저어새와 흰발농게 그리고 금개구리를 보고 싶습니다.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수라갯벌을 생명의 땅으로 남겨둡시다. 마지막 갯벌은 마지막 기회이고 마지막 희망입니다. 어린이들의 기회와 희망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탄소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탄소배출량 세계 4위의 우리나라. 현재 새만금 외에도 가덕도, 제주2공항, 흑산도, 울릉도 신공항이 추진 예정이다. 공항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지역발전의 역량으로 볼 수 있었던 시대는 분명히 지나갔다. 게다가 새만금에는 군산공항이 이미 있으며,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탄소 저장고이자 탄소 흡수원인 갯벌. 남아있는 갯벌을 제대로 보전하지 않는다면 갯벌 안에 간직되어 있던 탄소를 배출하는 폭탄이 된다. 거기에 탄소를 배출하는 공항까지 짓는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같은 문제로 아이들이 화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적자공항, #탄소배출, #수라갯벌, #어린이 청소년 독서단, #생명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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