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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교육청 감사관실의 내선 번호가 찍혔다. 감사관실이라는 이름에 놀라 곧장 전화를 걸었다.
 광주광역시교육청 감사관실의 내선 번호가 찍혔다. 감사관실이라는 이름에 놀라 곧장 전화를 걸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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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 아침, 교무실무사 선생님이 놀란 목소리로 교육청에서 날 찾는다고 전했다. 휴대전화에는 광주광역시교육청 감사관실의 내선 번호가 찍혔다. 감사관실이라는 이름에 놀라 곧장 전화를 걸었다. 다짜고짜 경위서를 내부 메일로 제출하라고 했다. 내용은 보낸 경위서 양식을 읽어보란다.

두 달 전 반론과 재반론이 오간 '광주 카페 사장'이 이번엔 교육청으로 민원을 제기한 모양이다. 해당 기사를 쓴 이유, 신상 정보를 밝힌 이유, 후속 기사를 낸 이유, 갑자기 실명을 지운 이유, 걸려 온 전화의 지역번호를 언급한 이유 등을 소상히 밝히라는 내용이다.

순간 이걸 굳이 일일이 답해야 하나 싶었다. 연수와 개학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는데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법적 문제가 전혀 없는 사안인데, 민원만 제기되면 교사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교육청이 황당하다 못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경위서 요청한 광주교육청 감사관실의 전화 

교사에겐 교육청의 지시는 추상같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양식과 육하원칙에 따라 성실하게 답변을 적었다. 사실 이는 두 차례 쓴 기사에도 이미 밝힌 바 있어, 마음 같아서는 질문에 죄다 해당 기사의 URL을 적어놓고 '기사 참조'라고만 적고 싶었다.

듣자니까, 경위서 요구를 내게만 보낸 게 아니었다. 내가 쓴 기사를 SNS 등을 통해 공유하고 공감한다는 견해를 적은 교사 역시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교사가 민원에 취약하다는 걸 이용하려는 것일까. 교육청은 일단 민원이 제기되면 내용을 불문하고 피민원인, 곧 교사에게 경위서를 받는 게 오랜 관행이다. 말이야 공정하게 양측의 견해를 듣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경위서 요구를 받아든 교사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학교 내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민원이라면, 당연히 교사가 나서서 해명하는 게 맞다. 개별 학교에서 벌어진 사안은 교육청에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 중재할 여지가 생길지는 몰라도 교육청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엔 아예 성격이 다르다.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을뿐더러 교사의 복무규정 위반 여부를 다툴 사안도 아니다. 곧, 이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할 게 아니라 언론 등 민주주의 공론의 장에서 반론과 재반론을 통해 해결될 문제다.

지시한 대로 경위서를 쓰고, 날인하고, 스캔한 뒤 서둘러 보냈다. 보낸 뒤 교육청 감사관실에 부러 전화를 걸었다. 경위서를 제출해야 하는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전하려 했다. 학교 현장과 교사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교육청 담당자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는 전가의 보도처럼 '중립'을 이야기했다. 양쪽 의견을 다 경청하기 위해서 경위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양쪽 의견은 이미 여러 편의 장문 기사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교육청이 몇 줄짜리 경위서만으로 입장과 의견을 파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저 교육청의 민원 대응 매뉴얼에 따른 관행이자 형식적인 조치일 뿐이다.

글자 크기는 14포인트, 작성 후엔 설명 상자 삭제, 한 장이 넘어가면 간인, 내부 메일로 송부 등의 안내문이 경위서 안에 빼곡하게 적혀있다. 그것도 빨
간색 두꺼운 글자여서 언뜻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경위서를 요구한 감사관실에 바람을 전했다. 이번 사안처럼 별도의 경위서 없이도 맥락을 어렵잖게 파악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교육청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감사관실은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기사의 공신력을 문제 삼았다. 달랑 한 장짜리 경위서가 인터넷 언론 기사보다 신뢰성이 높다는 뜻이다. 기사에 다 나온 내용을 다시 경위서에 옮겨 적으라고 하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런 마당에 차마 민원인이 문제 삼은 기사를 찾아 읽어봤는지를 묻진 못했다. 감사관실은 민원의 내용과 사실관계, 쟁점 등을 파악하는 것보다, 원만하게 해결되는 게 중요할 테니까 말이다. 민원 처리 규정에 따른 절차와 서류를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민원에 대응하는 교육청의 태도... 열정이 식는다

두 달이나 지난 지금 '광주 카페 사장'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이유는 뭘까. 언론사의 게이트키핑을 거쳐서 법적 문제가 없다는 건 그도 잘 알 것이다. 하긴 민원을 통해 인사권을 가진 교육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현직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집요하게 괴롭혀 의지를 꺾게 만드는, 우리 사회에 흔히 보이는 익숙한 행태다. 

당장 나와 함께 경위서를 요구받은 교사는 고통을 호소했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니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지만, 새 학기를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경위서에 적은 답변조차 다시 또 꼬투리를 잡히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경위서가 교육청의 입장에선 별것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감사관실이라는 이름만으로 당사자인 교사에겐 머리칼이 쭈뼛 설 만큼 부담감을 안겨 준다. 오죽하면, 전화를 받은 교무실무사 선생님조차 바짝 긴장했겠는가. 소식을 전해 들은 동료 교사들도 날 걱정하는 낯빛이 역력하다.

"벌집을 건드린 것"이라는 둥, "그러게 왜 가만히 있지, 굳이 토를 달아 화를 자초했냐"는 등 위로인지 충고인지 모를 지인의 말에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민원을 제기한 '광주 카페 사장'의 시도는 이미 성공한 셈이다. 그의 주장에 대놓고 맞서려면 엄청난 번거로움을 견뎌내야 한다는 걸 모든 교사가 알아버렸다.

교육청에 간청한다. 모든 교사가 오롯이 교육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며 교사를 위축되게 만드는 관행은 자제해야 옳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엔 교육청이 개입하거나 중재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기사의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니, 민원인에게 해당 언론사와 글을 쓴 내게 직접 연락하라고 말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미 기사가 나간 뒤 기사 내용을 두고 직접 그와 장시간 통화도 한 터다. 경위서에 적힌 질문은 그때 다 오간 이야기다.

민원에 대한 관행적이고 형식적인 교육청의 대응은 교사의 열정을 식게 한다. 학교는 민주주의의 실천 장이고, 교사는 교사이기 앞서 행동하는 시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그땐 노무현 탓이라더니, 이젠 모든 게 문재인 탓? http://omn.kr/1tz8o
"문 정부 비판했다가 버러지 소리 들어... 불편함 느꼈다면 죄송" http://omn.kr/1u0ge 
광주 카페 사장님 비판 후... 학교로 쏟아진 전화 폭탄 http://omn.kr/1u2u0
[반론] 그땐 노무현 탓이라더니, 이젠 모든 게 문재인 탓?  http://omn.kr/1ua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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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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