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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
ⓒ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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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애가 왜 그러니? 잘하는 게 어떻게 하나도 없어?"라는 말을 듣고 살아야 했다면 어떨까.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애매한 사람은 평생 성공이나 승리의 기쁨은 누리지 못하고 산다는 말일까.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대사가 생각났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물론 웃자고 한 유행어지만, 그 말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1등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말이었다. 거들자면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동메달을 확정짓자 "아... 우리가 원했던 색은 아닙니다만..."이라던 해설자의 말도 일맥상통한다. 2등, 하물며 3등도 아닌 4등은 소외감은 물론 자괴감까지 들게 하는 숫자였다.

그래서일까. 일류가 아닌 이류, 아니 삼류. 아니 어설픈 능력이 무기가 된다는 제목을 들으니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린다. "부족한 나도 괜찮은 걸까?"라는 용기가 들었다.

물론 저자는 자신을 한껏 낮춰 지방대 경영학과를 나와 평범한 회사원이 됐다고 소개한다. 애매한 관심과 어설픈 재능으로 지금은 설치미술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는 자신은 직티스트(직장인 아티스트의 줄임말)라며 본캐는 회사원, 부캐는 아티스트기에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털어놨다. 책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이번 기회에 딴짓해 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부족한 재능을 엄청난 노력으로 끌어올려 탁월한 재능으로 바꿔 성공하지 않았다. 설치 미술에 대한 어설픈 관심, 직장 생활이란 평범한 환경을 활용해 작가로서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매함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활용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법, 그리고 애매한 재능을 기회로 만드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38쪽)​
 
저자는 예술과 전혀 상관없는 인생을 살다 우연한 기회에 미술작품을 접했다. 그냥 막연하게 "나도 언젠가는 이런 설치 미술을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 씨가 된 경우다.

평범한 대학생이 개인 여행을 하겠다고 선언, 대기업이 천만 원을 지원해 주었다. 갑자기 삼성전자 부회장, 부산시장 등을 유명 인사, 셀럽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군 복무 중에는 대학 때 C+ 받은 과제로 특허 출원을 하게 됐다. 토익점수도 없는데 대기업 공채 입사해 잘 다니고 있다. 결국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해외 전시를 한 경험까지 추가됐다. 본인 스스로 내세울 스펙, 배경, 재능 하나 없다지만 이룬 일이 극적이다.

"해보고 안 되면 말고"의 관점과 태도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삶을 바꾸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영화로 치면 모으고 조합한다는 뜻의 '몽타주'가 무대 위에 완벽하게 배치된 '미장센'보다 강점이라 설명한다. 몽타주를 만들기 위해 본인 데이터를 최대한 찾아 이어 붙일 조각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일단 애매한 재능을 유튜브에서 찾아본다. 요즘 대세는 뭐니 뭐니 해도 유튜브니까. 유튜브는 시청 기록, 구독, 좋아요를 토대로 통계치를 얻을 수 있다. 산출한 통계로 채널명, 카테고리, 대표 키워드, 재미있게 본 영상을 표로 만들어 보는 거다. 자신만의 대주제를 정하고, 세부 주제를 뽑아 본다. 그리고 부사로 구성을 방향을 잡아간다. 마지막으로 콘셉트를 정하면 된다. 내가 무엇에 관심 있고 즐기는지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앞서 말한 완벽한 미장센보다 얼기설기 이어 붙인 몽타주가 낫다는 말처럼 '평범한 것'과 '평범한 것'을 연결하면 의외의 재미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단다. 직장인과 설치예술가라는 낯선 조합처럼 그 사람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종합하고 편집하느냐에 따라 독창성이 생긴다는 결론이다.

묻고 따지지 말고 일단 해봐!

요즘 100세 시대라고들 떠든다. 길어도 너무 긴 인생이다. 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일하고 잘 놀고(휴식, 취미), 한 우물 파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어느 정도 흥미와 재능이 있는 것을 계속해서 찾아 나서야만 한다. 피곤한 21세기 호모사피엔스는 죽을 때까지 갈고닦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슬픈 인류다.

책에는 어떤 환경에서라도 애매함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활용법이 가득하다. 그럭저럭 쓸만한 재주를 발견하고, 1%로 재능으로 활용해 자신의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 사소한 무기 소개한다. 어쩌면 요즘 갖추어야 할 무기는 전문화가 아닌 최소화, 꾸준한 노력 보다 어설픈 시도다. 대충 시도라도 해봤기 때문에 잘 안되더라도 실망감이 덜하다. ​툭툭 털고 또 다른 재능에 도전해 보는 거다.

최근 지인과 대화하다가 슬럼프가 왔다고 고백했는데 이런 대답이 날아왔다. "너무 열심히 해서 그래요." 맞다. 매사에 완벽해지려 열심히만 했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퓨즈가 나간 거다.

세상은 변했다. 열심히 일한다고 비례하는 결과로 화답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전문성보다는 쉽고 대중적이며 독특하고 꼭 필요한 콘텐츠인가가 중요하다. 애매한 재능, 어설픈 관심, 한 번의 시도가 필요하기도 하다. 대충이라도,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일단 해보는 것'이다.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 - 어설픔조차 능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

윤상훈 (지은이), 와이즈베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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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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