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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란 사회활동에서 정년을 맞아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려는 사람으로서의 "이젠 사람도 아니다"라는 자학의 'No인(人)'인가, 아니면 정년을 맞이할 때까지 각 분야에서 경험하고 느낀 삶의 지혜의 보고(寶庫)로써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Know인(人)'이 될 것인가의 문제제기로 도출된 호칭이 '선배시민'입니다.

노인을 선배시민으로 스스로 호칭하든 남이 그렇게 호칭해주기를 바라든, 삶의 지혜의 보고로써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싶은 움직임들이 선배시민의 호칭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선배시민으로써 자존감을 가지고 생의 마지막 부분을 슬기롭게 생활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를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도로 "슬기로운 선배시민 생활"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왜 노인들은 나이 묻기를 악수하는 인사처럼 사용하는 걸까

신도시로 이사오기 전, 생애 처음 노인복지관에 출입하면서 제일 신선했던 것은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한결같이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무슨 띠냐'를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본래 나이는 얼마인데 호적에는 늦게 올랐다'는 얘기를 하면서까지 스스로의 나이를 알려주며 상대의 나이를 밝히라고 강요(?)합니다.

어린 시절 소년들끼리 누가 오줌발이 더 멀리 나가느냐 시합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살포시 웃음을 자아내게 됩니다. 나이 먹은 노인이란 비교할 것이 그것밖에 남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씁쓸한 느낌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은 삶이나 조직의 필요에 의해 서열을 세울 필요가 있었겠지만 무엇을 부러워해야 할 필요가 없는 생을 관조할 노년에 나이의 비교라 생각하니.

아무리 좋은 의미로 포장하더라도 유교적 한국인 정서에서 나이를 묻는 것은 학력, 경력, 재산의 차이를 가지고 우위에 서려는 행위와 같이 서열을 세우자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함께 차도 마시고 밥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다보면 자연스레 서로의 나이는 알게 되기 때문이었고, 처음 만나 낯선 상태에서 재산이 얼마냐는 등을 묻거나 하면서 사귀지는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농사를 지었든 사업을 했든 회사나 조직생활로 월급쟁이를 했든 가정주부로 살았든, 노년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게 살아왔다면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제각기 각 분야에서의 최고봉을 경험하고 은퇴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최고봉의 높낮이가 있다고 느낄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젊었을 때는 상사들이 높아 보였지만 나이 먹고 은퇴한 노년이 되다보면 학력 경력 재력의 잘나고 못남은 아무 의미가 없더라"는 얘기들을 합니다. 정상적으로 나이를 먹어 건강하게 은퇴를 해 노년이 됐다는 것은 빠름과 늦음이 있었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봉을 거치고 은퇴했음을 의미하고, 정상을 맛보았음을 의미하기에 잘나고 못남은 아무 의미가 없더라는 말에 공감을 하기에 고개들을 끄덕이는 것이지 싶습니다.

자식들을 잘 키워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루게 출가를 시킨 것이든 직장이나 조직에서 각자의 위치에 맞는 장을 달았든 농사를 잘 지었든 혹은 그것도 아니었든, 건강하게 정년의 퇴직인 노년을 맞이했다는 것은 너나없이 같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니 나이를 따져 위아래의 서열과 계층을 굳이 만들 필요없이 '하나의 인격체로 서로를 존중하고 친구가 되어 생의 마지막까지 친구로 지낼 수 있기를 소망해 보는 것'이 선배시민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1/n 계산이 일상화된 변화된 세상에서, 나이를 따지는 노년은 무의미

젊었던 시절을 회상해 보면, 나이 많은 선배들이 술 사고 밥 사던 것이 당연시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치페이라는 1/n 부담이 당연시 되는 사회로 세상이 변했습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고, 부유하고 풍족한 세상이 되어 얻어먹지 않아도 되고 서로 부담을 지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얻어먹지 않고 나눠서 1/n로 부담하는 세상으로 변했는데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서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친구처럼 지내며, 공통의 관심사나 취미생활 등에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참여하면 되는 것을, 노년에 나이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돈자랑' '자식자랑' '왕년의높은자리자랑' 등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자랑값도 치르지 않고 자랑질만 하느냐"고 하는 말을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젊은 시절과 다른 경제적 삶의 보편적 평등을 이룬 세상으로 변한 것 같은, 노년이란 이름의 삶이지 싶습니다.

이런 삶의 변화에 맞춰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고 대우받는 것이 중요하지 나이의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선배시민이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보다 경험을 더 많이 하고 그걸 지혜로 연결시킨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둔 것이 선배시민이란 호칭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런 경험을 자기가 살아가는 공동체에 지혜롭게 잘 풀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선배시민의 대접을 받는 것이지,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대접 받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동탄노복 기고


태그:#노인, #노인복지관 , #선배시민, #나이 비교, #나이 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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