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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항의 출국장을 나서는 관광객들 손에 여지없이 들려 있는 여행 선물이 있다. 카스텔라 속에 커스터드 크림이 든 '도쿄바나나(東京バナナ)'라고 하는 빵이다. 도쿄(東京) 명물이지만,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홋가이도(北海道), 후쿠오카(福剛) 등 타지역 공항에도 쫘악 깔려 있다. 

차별화, 차이를 만들다
 
 도쿄바나나(동경바나나,東京バナナ)는 일본에 들른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사는 품목 중 하나다.
  도쿄바나나(동경바나나,東京バナナ)는 일본에 들른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사는 품목 중 하나다.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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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이 빵이 국내· 외를 막론하고 여행 선물로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선물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고 가벼우면서 부피가 작아 휴대하기 용이하다. "욕 먹는 한이 있어도 여행 기념품은 절대로 안 사 갈 거야" 굳게 다짐했다가 결심이 흔들려도 공항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장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선물 받는 입장에서 보면 이 빵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일본의 다른 먹거리와 달리 거부감이 없다. 처음 먹어보는데도 불구하고 "어,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 기억을 더듬게 되는 맛이다. 우리나라의 L사와 O사에서 판매하는 '카○○○'라는 제과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건너온 특별한 선물로 받아들이는 까닭은 알려진 도시 이름을 붙인 제품명과 독특한 모양, 살살 녹는 식감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바나나빵'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밀가루를 주재료로 한 바나나 모양의 풀빵을 말한다. 그에 비해 으름에 가까운 모양을 한 '도쿄바나나(東京バナナ)'는 달걀, 우유, 커스터드 크림 등을 사용해 고급화한 제품이다. 

추억의 주전부리, 지역 대표 먹거리로 부활
   
최근, 1970년대에 공주경찰서 골목에 자리했던 바나나빵집을 리모델링 후 지역 먹거리로
 최근, 1970년대에 공주경찰서 골목에 자리했던 바나나빵집을 리모델링 후 지역 먹거리로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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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부터 공주시 대통1길에 있던 구옥 한 채의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대통1길은 옛 공주경찰서가 자리했던 곳으로 지역민 중 일부는 여전히 '경찰서 골목'으로 부르고 있다. 만하(晩夏) 즈음하여 구옥의 리모델링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공주시에서는 크고 작은 화젯거리를 몰고 다닌다.

리모델링이 끝난 건물은 1960~1980년대 교복 입은 학생들을 비롯하여 어린이, 직장인 등 시민들도 줄 서서 먹던 '바나나빵집'이었단다. 당시의 바나나빵은 바닐라향 가루를 밀가루 반죽에 섞어 모양을 잡고, 기름에 한번 튀겨 설탕을 입힌 것이었다. 오늘날의 간식거리와 견주면 볼품없다 할 수 있겠으나, 변변한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에는 빵 냄새를 맡고 먼 곳에서도 일부러 사러 오곤 했다는 '추억의 먹거리'다.

추억의 보고, '공주 바나나빵집'

작년 11월, 충남도내 첫 민간 개방형 직위 읍·면·동장제에 공주시 중학동장으로 '전홍남' 씨가 선출됐다. 올 1월 임명된 전홍남 중학동장을 중심으로 공주시 중학동주민센터(동장 전홍남)는 한때 공주에만 있었다는 바나나빵을 지역 대표 먹거리로 발굴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끈질긴 노력과 추적으로 옛 바나나빵집의 두 번째 주인이었던 '김종용' 할아버님과 바나나 모형의 빵틀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SNS에 관련 소식이 올라오자 이 빵집에 추억을 가진 분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빵집 재개업 소식보다 당시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댓글이 너무도 흥미로웠다. 
 
A: 그 인근에 태권도장과 복싱도장 있었는데.... 운동하고 오다가 혹은 고교 학급 친구들과 함께 만나게 먹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B: 초딩시절 하교길에 자주 들렀던 빵집입니다. 그때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C:쇼트닝에 튀겨내 주전부리를 채우던 그 맛이 압권이었는데요~~
D:구석구석 꼼꼼히 새록새록 기억을 끄집어 내누만. 기름에 목욕하고 설탕으로 분장한 그 빵였나?

댓글을 읽으며 나 또한 꼭꼭 숨어 있던 기억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옛 공주경찰서 맞은편에는 철봉, 시소, 그네, 뺑뺑이 등 놀이기구 몇 가지가 갖춰진 넓은 놀이터가 있었다. 쟁탈전이 심한 놀이기구를 일찌감치 포기한 아이들은 큰 나무를 중심으로 비석치기나 구슬치기, 삔치기 등 또래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노는 경우가 많았다.

'바나나빵집'은 하굣길에 들르거나 집에 가방만 던져 두고 친구들과 다시 모여 자주 놀던 놀이터 인근에 있던 곳이다. 안타깝게도 소싯적 그 일대에서 살다시피 했건만, 내 기억에 '바나나빵집'은 없다.

동시대에 자리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오히려 맞은편 건물에서 만두와 찐빵을 팔던 가게가 기억에 선연하다. 밤늦게까지 백열등을 켜고 장사하던 아저씨의 실루엣과 건물 밖에다 만든 화덕 위에서 모락모락 뽀얗게 오르던 뜨거운 김과 코끝을 자극하던 냄새까지도 기억한다.

지역 청년들이 바나나빵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문이다. 만두와 찐빵이 내 기억에 박제된 것처럼 '바나나빵집'을 기억하는 이들은 제 나름의 추억거리를 한 아름 안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이 추억을 안고 사는 이들이 당분간은 믿음직한 후견인이 돼 줄 것이다. 그러나 '도쿄바나나(東京バナナ)'처럼 넘사벽 상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중간한 준비로는 왕년의 인기를 구가할 수 없을 터다.

쌀가루로 구운 바나나빵, 오트밀 바나나빵, 초코 바나나빵 등 종류가 다양해졌다. 요즘은 미니 빵틀 구매가 가능해 집에서도 바나나빵을 만들 수 있다. 이 치열한 제품 경쟁 속에서 젊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공주 바나나(?)'의 출현은 걱정을 앞세우게 하지만, 그 추억 언저리를 붙잡고 있는 나 역시 몹시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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