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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코로나 학번, 내 딸은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 기숙사 짐을 정리하러 서울에 올라가서 얼굴을 보니 마음고생 꽤나 한 듯했다. 작년 1학년을 마치고부터 슬슬 나온 얘기였으니, 휴학에 대한 고민을 한순간에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합격을 통보받은 지 한 달 만에 터진 코로나 사태 이후, 2020 학번들이 겪었을 청춘의 고민, 그들만큼은 아닐지라도 모르지 않았다.

딸은 1학년 대학 생활이 완전 비대면으로 이어지면서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당함과 서울살이 자취집 경비에 대한 부담을 여러 차례 말했었다. 세상이 그런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타고난 성격인지 본인의 서울살이 경비를 마음에 담아두는 편이었다. 1학년을 마쳤을 때, 딸이 말했다. 2학년 때도 코로나가 계속되면 1학기에 휴학을 하는 게 어떠냐고.

다시 '휴학' 이야기를 꺼낸 딸

우리 부부는 강하게 반대했다. 첫째 이유는 부모로써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공부할 때 계속해서 졸업을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요즘은 학부만 나와서는 한계가 많으니, 대학원까지 고민하려면 쉬지 말고 공부하라고 했다.

특히 남편은 말하길, 코로나로 인해 사회시스템이 기계화로 되는 것 같지만 그 반대일 수 있다고 했다. 어느 사회나 인력이 필요하고, 코로나로 공부를 늦추면 막상 합당한 인재가 없을 거라고, 그러니 졸업의 자격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말했다.

나도 역시 남편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일단 졸업을 제때 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다른 환경이 필요하다 싶으면 학교의 교환학생제도나, 대학원으로의 진로를 고민해보자고 딸을 설득했다.

올해 딸은 작년에 자취집을 얻고서 1년 동안 무의미한 월세만 나갔다고, 기숙사를 신청했다. 딸의 학교 기숙사는 학교 안 기숙사와 학교 밖 제2의 기숙사가 있는데, 학교 내부의 기숙사는 경쟁률이 높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외부 기숙사에 신청을 했는데, 주변 자취집의 경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일반 자취집에 비해 보증금이 적었고, 학기 단위로 본인이 퇴사를 희망하면 나올 수 있어서 그나마 이 선택이 낫다고 결정했다.

딸의 2학년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서울 수도권의 코로나 확진자는 날마다 늘어났고, 학교는 완전 비대면이 계속되었다. 달라진 것은 딸의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종종 모여서 서로 위로의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친구들도 1학년 때와는 달리 서울에 기거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동일전공을 하는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하고, 자격증 공부도 했다. 가끔씩 서울의 젊은이들 공간에도 가는 등, 이제 서울 아가씨가 되어가나 보다 했다.
 
딸의 계획대로 알찬 휴학이 되도록 도와주고 기도하는 일이 내 일이다.
▲ 딸이 보내온 휴학중 계획서 딸의 계획대로 알찬 휴학이 되도록 도와주고 기도하는 일이 내 일이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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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딸은 2학기 수강신청과 기숙사비 납입, 그리고 등록금을 앞두고 또 한번 휴학을 깊이 고민했다. 이번에는 그럴싸한 이유를 말했다.

"엄마, 엄마도 알다시피, 내가 이 대학에 올 때, 엄마랑 말한 게 있잖아. 학교의 교환학생제도 말야. 난 그 제도가 아무 학년이나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4학기까지만 허용이 된대요. 근데 난 벌써 3학기를 마쳤고, 교환학생에 신청하려면, 학점이 좋아야 하고 자격시험을 봐야 해. 학점은 나름 열심히 했으니까, 자격시험을 위한 준비를 하고 교환학생 신청을 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별의별 핑계를 다 댄다고, 엄마아빠의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냐고 나무랐다. 우리 부부 같이 고지식한 사람들은 학생이면 공부하면 되고, 학교는 잘 다니면 되고, 부모나 선생 말은 잘 들으면 되는데, 뭐가 그리 복잡한지 철이 덜 들었다고 뒷담을 했다.

아들의 '즉답'이 바꾼 마음 

다음날, 한 학년 위인 아들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 같은 대학생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동생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아들은 서운하다 할 정도로 즉답을 했다.

"엄마, 제 학교와 동생의 학교의 시스템이 달라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고요, 일단 제가 휴학할 맘이 없다고 해서 동생을 이해할 수 없는 애라고 말할 수 없죠. 그리고, 동생은 성인이에요. 성인이 제 인생의 진로를 결정해서 휴학을 하겠다는데, 엄마 아빠가 너무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요. 지가 결정하면 책임도 져야 하는 거지. 애가 아니고 대학생이에요."

2주 동안이나 고민했는데, 아들의 단칼 같은 말에 갑자기 앞이 밝아지는 것은 무슨 심리인가. 반대를 더 많이 하는 남편과 다시 대화를 했다.

"생각해보니, 얼마나 불쌍한 코로나 대학생들이에요. 합격을 했으면 뭐해, 교수 얼굴을 한 번 못 보고 여전히 인터넷으로만 수업을 받으니, 대학생이라고 해도 무슨 열정을 느끼겠어요. 한 발짝 더 뛰기 위한 점프대가 필요할 수 있어요."

다음날 딸은 휴학시에 자신의 생활 계획을 보내왔다. 말로는 무엇을 못할까 싶으면서도 일단 꼼꼼히 읽어봤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이미 휴학에의 결심이 굳어졌다는 사실이었다. 또 그 다음날, 휴학에 대한 부모의 생각과 동의를 묻는 메시지가 왔다. 고집스럽게.

결국 딸에게 문자로 편지를 썼다.

"아빠와 상의한 결과 일단은 너의 판단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단, 네가 보낸 생활 목표를 실행하는 데는 매 순간 많은 결심들이 필요할 거다. 최소한 이것만은 지켜보자."

1. 휴학 기간이 절대적으로 네게 이로운 도구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매우 구체적 목표 설정과 실천, 그리고 결과가 있어야 한다. 예로, 영어OO 필수 점수 획득, OOO 자격 성취 등.
2. 휴학의 큰 목표로는, 교환학생 신청을 위한 준비, 작은 목표는 대학 생활 재검점하기.
3. 휴학 동안 알바를 한다면 일정한 시간에, 공부 시간에 저촉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기.
4. 휴학을 허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로 인한 너의 대학 생활에 느껴지는 무력감과 억울함, 억압감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무조건 쉼터만을 찾는 우리 딸이 아닌 것을 믿는다. 휴학 기간 동안 네가 뜻하는 방향으로, 네 인생에 디딤돌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방에서의 서울행은 늘 바쁘고 힘들다. 수도권 가까이부터 시작된 교통체증을 물리치고, 딸의 기숙사에 가서 짐을 가지고 오니, 어느새 저녁이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였는데도.

딸은 다음 주에 있을 OO자격 시험을 보고 온다고 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수가 여전히 2000명을 육박하고 있으니, 시험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휴가 3일이라서 그런지 고속도로에 들어찬 자동차들이 거북이 걸음이었다.

이제는 딸의 휴학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어느새 연휴 동안 지방으로 퍼져나갈 코로나의 위세가 더 걱정되는 긴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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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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