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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당 미래당 첫걸음대회 단체사진.
 청년정당 미래당 첫걸음대회 단체사진.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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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평균연령 27세의 청년들이 모여 지금의 미래당을 만들었다. 당시 미래당을 만든 사람들은 대학생, 알바생, 취업준비생, 휴직자, 직장인 등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물론 각자가 정당을 만들기로 한 이유는 다르겠지만 "더 이상 기성정치인들에게 우리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공감대만큼은 같았다.

정당은 선거에서 평가를 받는다. 미래당을 창당하고 나서 두 번의 지방선거와 한 번의 총선이 있었고, 미래당 청년들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도봉구의원으로 출마했던 김소희 후보는 8.22%를 받아 5위에 머물렀고, 지난 4월 송파구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최지선 후보는 7.01%를 받아 3위로 낙선했다.

낙선의 고배는 쓰라렸지만,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수정당에서 청년들이 받은 7~8%의 득표율은 제법 고무적인 성과라며 위안 삼았다. 그리고 내년에 있을 제8회 지방선거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기로 했다.

사실 낙선보다도 더 쓰라렸던 건 유세현장에서 마주하는 냉소였다. "청년들이 뭘 안다고 정치야!"라는 소리. 유명 정치인들이나, 똑같은 청년 후보여도 거대정당 청년 후보들은 마주하지 않는 이 이야기를 우리는 유세현장에서 늘 마주해야 했다. "너희가 뭘 알아!"라는 말은 우리에게 자극이 되기도 했다. 모르고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우린 더 꼼꼼하게 정책을 다듬었다.
  
선거유세중인 최지선 (당시) 미래당 송파구의원 후보
 선거유세중인 최지선 (당시) 미래당 송파구의원 후보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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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는 사실상 끊어져 있다. 창동역에 한 번이라도 내려본 사람이라면 1번 출구에서 2번 출구로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 잘 알 수 있다. 출구가 1번과 2번 두 개뿐인 창동역은 지상철인 탓에 완전히 가로막혀 있다. 계단을 오르고, 긴 통로를 지나 다시 내려와야만 두 출구를 오갈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에게는 출구를 오가는 일이 특히나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주민들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우린 지난 선거에서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공약으로 거는 등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공약들을 마련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창동역 에스컬레이터는 지난달에나 설치됐다).

송파에서는 최근 쓰레기 대란,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회용품줄이기 조례제정'과 미래세대의 먹거리와 놀이문화를 신경 쓴 '유기농 급식' '탄천 생태놀이터 조성' 등의 공약을 준비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로웨이스트' 선거사무실을 구축해 선거 운동 내내 쓰레기를 최소화하기도 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의 소망이 하나 있었다면 여타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나이' 대신 '공약'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청년들이라 모른다'는 말만큼은 선거에서 듣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런 우리의 진정성과 공약에 주민들로부터 7~8% 득표라는 유의미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처음이라 모른다고요? 참 뻔뻔합니다
 
제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0호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 강사로 참석, 최재형의 선택과 대통령의 역할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제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0호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 강사로 참석, 최재형의 선택과 대통령의 역할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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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넨 모르니까 정치 안 돼!"라는 말을 피하려 했던 우리와 달리 대놓고 "모른다"고 하는 뻔뻔한 대선후보들이 근래 나타났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전 검찰총장)와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전 감사원장)이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주 120시간 근로' '부정식품' '부마항쟁' 등의 발언에서 무지를 드러내더니, 최근엔 급기야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가 처음이라 국정 전반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모름'을 인정했다. 또 최근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에서 선거법을 어겨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국민의힘의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초보의 실수"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후보 시절 "젊은 세대는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2~3년씩 수험생활을 한다"면서 선출직에 출마할 후보들에게 자격시험을 치르게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사회 초년생이 '신인이라 모르니 잘 봐달라' '검토중이니 나중에 답하겠다'고 말했다간 밥줄이 끊길 가능성이 크다.

'나 몰라요'가 자랑인 대선 후보들이 뻔뻔하게 인터뷰하고 언론에 노출될수록 한편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청년후보들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피 터지게 공부하는 젊은 세대들의 박탈감과 자괴감만 커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서른을 6개월 앞둔 지금은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미래당, #김소희, #최지선, #윤석열, #최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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