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사상 첫 전군 지휘관ㆍ정치간부 강습을 주재한 모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사상 첫 전군 지휘관ㆍ정치간부 강습을 주재한 모습.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북한이 연이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담화를 내놨다. 지난 1일에 이어 김여정 담화가 다시 나온 10일 오후엔 남북연락채널이 다시 불통됐다. 11일 오전에도 마찬가지다. 7월 27일 연락채널 복원이라는 우호적 조치를 내놓은 지 불과 2주 만에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을 고조시킨 것이다. 

뒤이어 11일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장이 담화를 통해 "우리는 이미 천명한 대로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하였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한 뒤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함으로써 향후 상황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1일 담화에서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듣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한 김여정 부부장은 10일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외의 한결 같은 규탄과 배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하였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개시된 위기관리참모훈련(CMST)과 16일 개시되는 연합지휘소훈련(CCPT)을 비판했다.

김여정은 훈련 규모가 축소되는 것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식을 띠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우리에 대한 선제 타격을 골자로 하는 작전계획의 실행 준비를 보다 완비하기 위한 전쟁 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는 데 이번 합동군사훈련의 침략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이번 담화가 북한 안보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도 함께 고려한 결과임을 표시했다. "해마다 3월과 8월이면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 광기로 말미암아 조선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 위험이 격발되고 있다"며 "조선반도의 정세 발전에 국제적 초점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침략전쟁연습을 한사코 강행한 미국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주변'도 고려해서 담화를 냈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여정은 주한미군 철수도 거론했다.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는 말로 담화를 끝맺었다. 담화에 반영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전한 것이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지난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자주포와 차량이 대기중인 모습.
▲ 정치 쟁점된 한미연합훈련 지난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자주포와 차량이 대기중인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미연합훈련 개시라는 "배신적인 처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지만, 이 담화가 나오기 보름 전에 북한은 연락채널을 복원하는 우호적 조치를 선보였다. 한미훈련이 임박한 시점에서 복원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8월에 훈련이 열린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익히 알고 있다. 담화에서도 "해마다 3월과 8월이면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 광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됐다.

"미국과 남조선군의 전쟁 광기"가 나타나는 8월이 임박한 시점에 연락채널을 복원했다가 닷새 뒤에 한미훈련 개최 여부를 예의주시하겠다는 담화를 냈다. 그런 뒤 주한미군 문제까지 거론하는 격렬한 담화문을 또다시 내놓았다.
  
최근 보름 사이에 북한 정권이 보여준 이 같은 모습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다. 연락채널 복원(A) 닷새 뒤에 한미연합훈련을 경고하는 담화문을 내고(B) 연합훈련 개시(C)에 맞춰 '남조선의 배신적 처사'에 유감을 표할 게 아니라, B 담화문을 내고 C 여부를 지켜본 뒤 A 여부를 결정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웠다. A를 통해 갑자기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한 뒤 불과 닷새 뒤부터 분위기를 경색시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모습은 북한 지도부의 일관성 부재라든가 근시안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기보다는, 동북아 국제질서가 새롭게 형성되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남북관계의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을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이제까지 남북관계에 최대 영향을 준 변수는 북미관계였고 그 다음이 한미동맹이었다. 남북관계에 대한 이 두 가지 요소의 파급력이 여전하기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쳐 조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요소들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북미관계와 한미동맹 이외의 여타 요소들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 여타 요소 중에서는 미중관계와 북중동맹이 가장 강하다. 그 뒤에 북러관계가 있다. 또 영국·프랑스 등의 동향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남북관계에까지 영향을 줄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혼란상이 앞으로 더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해 일관성을 지키기 힘들어지는 일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미·중 패권경쟁이 양국 대결로 끝나지 않고 진영 대결의 양상을 띠고 있는 데다가, 대결 무대가 신장위구르·인도양·남중국해·홍콩·타이완해협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패권경쟁이 진영 대결 양상을 띠게 됨에 따라 북한과 중국·러시아가 밀착하는 한편, 미국·일본뿐 아니라 영국·프랑스까지 동아시아 해역에 나타나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동아시아에서 보기 힘들었던 유럽 군함들이 100년 만에 다시 동아시아로 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중국·러시아가 동아시아 대륙세력의 울타리로 모여들고, 미국·일본·타이완(대만)이 동아시아 해양세력의 울타리로 집결하는 가운데 영국·프랑스 등이 후자에 가세하는 그림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이 그림 속의 대륙세력은 수세적 국면에 놓여 있고 해양세력은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한 압력의 가중이 대륙 진영 내부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변화 중 하나는, 대륙 국가들이 자국의 안보 못지않게 진영 전체의 안보를 운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군함들의 출현과 남북관계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한 대성동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한 대성동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대륙 국가들이 진영 전체의 안보를 운운하는 모습은 위의 김여정 담화에서도 나타났지만, 중국 정부의 발표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김여정이 한미훈련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지 닷새 뒤인 지난 6일, 왕이 외교부장은 "미한연합군사훈련은 현 정세 아래서 건설적이지 않으며, 미국이 정말로 북한과 대화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정세를 긴장하게 만드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진영 내부의 일체감이 강화되는 모습은 북한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최현도 조선-유럽협회 연구사 명의의 글을 통해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의 동아시아 진출을 비판했다.

퀸엘리자베스호의 등장은 일차적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지만, 최현도 연구사의 글에서는 이것이 '우리의 문제'로 표현됐다. "머나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함까지 들이밀면서 정세를 격화시키는 영국이 그 구실을 우리의 위협에서 찾고 있는 것은 적반하장 격으로서 우리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라고 최현도는 언급했다. 어느 정도는 북한 견제의 측면도 있는 일이지만, 이를 '우리'의 문제로 표현함으로써 중국과의 유대감 강화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다.

동맹을 챙겨주는 모습은 반미국가 쿠바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한 동아시아 대륙세력의 태도에서도 발견된다. 북한은 경제난과 코로나로 인한 반정부 시위로 위기를 겪는 쿠바 정부를 응원하고자 지난 7월 16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쿠바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외부 세력의 배후 조종에 의한 산물"이라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쿠바 시위가 발생한 뒤에 미국이 사태를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시위의 발생 원인은 경제난과 코로나다. '쿠바 대 미국의 문제'이기보다는 '쿠바 민중 대 쿠바 지배권력의 문제'인 것을 '외부세력의 배후 조종에 의한 산물"로 규정했다. 응원보다는 비판을 더 받아야 할 쿠바 정부를 두둔하는 북한의 태도는 동북아 대륙세력뿐 아니라 세계 반미진영에서 점차 고조되는 상호 연대감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쿠바 사태가 북한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정서도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군사훈련 중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한미훈련이 아니다. 미·중이 벌이는 훈련이 훨씬 위협적이다. 8월 1일 이후의 상황만 열거해도 그렇다.

8월 2일에는 중국 견제를 담당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영국·호주·일본과 함께 육해공군 합동군사훈련을 개시했다. 미국은 한국과의 연합훈련은 축소하면서도 여타 국가들과의 연합훈련은 확대하고 있다.

8월 6일에는 중국 쪽에서 위협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8월 6일부터 10일까지 군사훈련이 벌어지게 되니 외국 선박들은 남중국해 일부 구간을 통항하지 말라는 중국해사국의 발표가 <인민일보>에 보도됐다. 뒤이어 8월 9일에는 중국이 러시아 군대를 자국 땅에 초청해 합동훈련을 개시했다. 러시아와 가끔씩 협조하면서도 항상 경계했던 중국이 러시아 군대를 자국 땅에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그만큼 중국도 미국을 겁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세 대결 양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도 적잖은 위협을 받는 상황은, 중국과 보조를 맞춰 미국의 역내 군사훈련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북한 지도부가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북한이 자체적 필요성뿐 아니라 북중동맹의 필요성을 위해서라도 미국을 더 많이 비판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 자신 때문에도 미국을 비판하지만 중국 때문에라도 미국을 비판해야 하는 상황 속으로 북한 지도부가 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을 상대로 보여준 7월 27일의 우호적 태도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게 만드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 남북관계가 북미관계·한미동맹뿐 아니라 미중관계·북중동맹·북러동맹은 물론이고 일부 유럽 국가들에 의해서도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세계정세가 격동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Youtube(시사와 역사 채널).kimjongsung.com. 제15회 임종국상..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 여자 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