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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이 대구지회를 통해 대구지역 사립유치원에서 작성, 제출토록 한 '선거인 참여자 명부' 서식.
 한유총이 대구지회를 통해 대구지역 사립유치원에서 작성, 제출토록 한 "선거인 참여자 명부" 서식.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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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립유치원 원장 등이 가입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아래 한유총)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참여자 명부 제출을 일선 유치원에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행법(공직선거법, 정당법)은 유치원 교원의 선거와 정치 개입을 금지하고 있어 관련 기관의 조사와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지난 7월 초 16개 시도 지회장 등을 통해 일선 유치원에 '선거인 명부 제출 문서'를 보냈다. 한유총은 유치원 이름과 함께 '선거인명', '선거인 전화번호', '선거인단 인증번호' 등을 유치원별로 적어서 제출토록 했다. '추천인명' 란에는 이미 '한유총'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3일까지 제20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2차 모집에 나서 185만 9328명의 신청을 받은 바 있다. 한유총은 이 기간에 맞춰 유치원장으로 하여금 선거인 신청 명부를 작성토록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유치원 교사는 <오마이뉴스>에 "한유총이 유치원 원장을 시켜 교사와 교사 가족들에게 민주당 선거인 참여를 강권하고, 참여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토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 유치원 원장은 선거인을 한 명당 100명 이상 모아야한다며 교사들을 압박했다. 다른 지역 유치원들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하소연했다.

한유총 대구지회장이 소속된 H유치원 관계자도 '한유총이 민주당 선거인명부 요구 문서 작성을 유치원장에게 요구한 것이 맞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행위는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제57조의 6(공무원 등의 당내경선운동 금지)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은 당내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으며, 그 지위를 이용하여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법 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도 "법령에 의해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는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교사와 원감, 원장의 경우 신분상 공무원은 아니지만 사립학교법에 따라 공무원 복무규정을 따라야 한다.

한유총 "우리가 보낸 거 맞다... 유력 후보 만날 때 무기될 거라 판단"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대한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한 지난 2019년 3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대한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한 지난 2019년 3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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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에 대해 한유총 관계자는 "우리가 지난 7월 6일 (한유총) 임원들에게 카톡으로 보낸 게 맞다"고 시인했다. 지난 7월 6일 한유총 김동렬 이사장 이름으로 보낸 내부 카톡방 서신에는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사립유치원 규제가 나날이 확대되어 사립 유치원 운영의 자율성이 부정되고 있다"면서 "사립유치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실시하는 (대통령 후보자) 경선 선거인 모집에 적극 참여코자 하니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7월 카톡 서신에 '교원들은 선거인단에 참여하지 말도록 하라'는 내용을 넣었으며, 우리가 선거인단 참여를 독려한 바도 없다"면서 "다만, 지인의 선거인단 참여를 독려해달라는 것일 뿐, 유치원을 이용하거나 교원 자신이 직접 참여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유치원에 '선거인단 참여 명부 요구'를 한 이유에 대해 "한유총이 (여야) 유력 대통령 후보들을 만날 때 그 문서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치원 교원이 직접 명단에 적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 자체가 불법의 소지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제85조에서 "공무원은 직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교육단체 등에서도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연합회로 전국에 16개 지회를 가지고 있다. 2019년 국회가 공공성이 강화된 유치원 3법 통과를 추진하자 결사적으로 반대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태그:#한유총, #대통령 선거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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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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