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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 되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악화일로였던 남북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도약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는 변화였다. 그러나 긍정적 전망과 달리 즉각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해야 하는가로 논쟁이 시작 되었고, F-35 스텔스기 도입 반대운동과 관련된 북한 공작원 논란도 일었다. 위와 같은 남북 문제와 관련된 이슈들은 한국 내 냉전 이데올로기로 인해 여타 다른 영역 이슈들과 달리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이기에 한동안 갈등이 심화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남북문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실현화 되기도 전에 한국 내 여론이 갈등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남북화해와 이후의 갈등이라는 구조는 끝없이 반복되어 왔기에 이제는 국민들이 남북문제 이슈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냉소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여기에 외부변수로서 상존하는 미국의 문제,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전혀 다른 남북관계 상은 문제의 전혀 다른 접근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남북문제는 이제 더이상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 전술하였듯 북한과 관련한 문제들은 냉전 이데올로기로 인해 건강한 토론 보다는 무조건적인 주장만이 반복 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물론 과거에 비해 냉전 이데올로기의 위세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북한 문제가 한국 사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남북문제 자체가 중요한 이슈에서 멀어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통일, 민족과 같은 기존의 통일 이슈는 관심 자체가 떨어졌으며 2030 세대에서는 통일 그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문제가 현실적으로 중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위협은 동북아 군비 경쟁의 원인이 되며, 한국 증시나 무역 안정성에 있어서도 위협요인으로 상존한다. 한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감에 있어 북한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며, 더 나아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남북문제를 다루는 '다음' 담론, 평화
 
『한국 평화학 탐구』, 서보혁, 2019, 박영사
 『한국 평화학 탐구』, 서보혁, 2019, 박영사
ⓒ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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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냉전이 지속되는 이유, 이것이 대중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러한 장기분쟁으로서의 분단정전체제를 어떤 시각과 접근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들은 기성 주류학문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적실한 답이 제시된 것도 아니었다. 해당 논의들 역시 안보를 중심으로하는 논의로 국한되어 왔다.

책 <한국 평화학 탐구>는 남북문제를 안보 차원을 넘어서 남북 분단체제 자체가 인간에게 광범위하고 다차원적인 폭력을 가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대다수 남북한 대중들에게 부자연스럽고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거대한 구조악인 분단정전 체제를 비판하며 동시에 통일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저자는 제시한다.

요약하자면 저자는 남북 분단체제가 남북 간의 안보적 문제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북분단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을 침해한다는 전제를 제시하며 남북 논의를 더 큰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더욱 구체화시킨 사례가 인간안보 개념이다. 저자는 책의 내용 안에서 안보라는 개념을 국가간의 군사문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평화로운 환경임을 제시하며 국가는 이를 보호해줄 의무가 있다는 개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평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저자는 분단체제가 해소 되어야 함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북 분단체제 자체가 개인의 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하며(납북자 가족 문제), 분단체제가 만든 정치체제가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 역시 지적하며(국방비 과잉 책정), 마지막으로 남북의 정치체제가 남북 분단문제를 이용함으로써 인권을 해치고 있다고 말한다(남북의 권위주의 정치체제).

즉, 저자는 남북문제의 논의를 기존의 논의들로부터 분리하여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면서 과거의 논의들과는 다른 지점을 제시한다. 이는 곧 냉전 이데올로기와 남북문제 무관심이라는 기존의 제약들에서 벗어난 새로운 남북문제 담론을 만드는 데 큰 효용을 가질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이들과 남북 문제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남북 관계가 평화적으로 변한다면 개인의 인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실질적 효용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문제를 접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냉전체제수립 60년 이후의 '다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본 저서는 가치를 갖는다고 하겠다.

한국 평화학의 탐구

서보혁 (지은이), 박영사(2019)


태그:#평화학, #서보혁, #남북문제, #냉전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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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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