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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마친 뒤 본관을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마친 뒤 본관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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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계신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전 검찰총장)께서 '건강하지 못한 페미니즘'을 저출생의 원인으로 꼽으셨습니다. 페미니즘도 국가를 위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관련 기사: 윤석열 "페미니즘, 정치적으로 악용... 남녀 간 건전 교제 막아"). 과연, '윤석열이 허락한 페미니즘'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페미니즘이 저출생 원인이라는 윤 총장의 발언은, 이십대 여성인 저로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주장이었는데요. 대선주자라기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대선후보라기엔... 한숨 나오는 현실 감각 

제 주변의 또래 여성들 중에는 '비출산·비양육'을 자의든 타의든 결심하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입니다.

1.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는다.
2. '독박육아'를 하게 될 우려가 커서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출산을 선택하기 어렵다.
3. 양육을 할 마음은 있지만 결혼을 할 마음은 없는데, 비혼출산을 하려면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한다.
4. 동성애자이거나 동성 간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아이를 낳거나 입양할 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
5. 이런 세상(경쟁주의, 기후위기 등)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옳은 일인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비출산 비양육을 결심합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비출산 비양육을 결심합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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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총장의 주장과는 다르게, 실제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게 되는 원인 중 '페미니즘'은 거의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비율을 정확히 따지긴 어렵겠지만, 굳이 짚자면 페미니즘 보다는 오히려 독박육아 우려나 경력단절 위험 등 성평등하지 못한 한국 사회의 현실 때문에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100배는 더 많겠지요.

헛다리 짚기 

페미니즘 운동은 모든 성별이 동등하게 가사와 육아에 참여할 것을 장려했습니다. 또한 여성이 직업생활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들을 요구해왔으며, 다양한 가족형태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어 왔습니다. 이러한 페미니즘의 요구들은, 지금 청년들이 출산을 주저하게 되는 원인들을 정확하게 '해결'하는 방안들입니다.

저출생의 원인이 페미니즘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페미니즘 관점의 정책들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는 저만의 주장이 아니라, 여러 통계들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2019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꼭 결혼하겠다는 응답을 한 여성은 11%에 불과했습니다. 여성들이 꼽은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 1순위는 '양성 불평등 문화가 싫어서'였고,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이 사회가 아이를 키우기에 좋지 않아서'가 36.4%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제는 여성과 남성 모두 직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커리어에 중심을 두는 사회로 변했습니다. 여성을 가정생활에만 붙들어두던 과거로 역사의 시계를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렇다면 여성과 남성 모두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데에 무리가 없는 세상으로 변해야 합니다.

사회가 변해야 하는 시점에,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페미니즘이 잘못되었다 말하는 건 헛다리 짚기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여성의 노동 참여율과 성평등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출생률이 높습니다.

정답은 이미 있다  

사실 4년 전에 이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이 대선에서 등장했던 바 있습니다. 당시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슈퍼우먼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및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액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약을 발표했습니다(관련 기사: '심상정의 1분', 생애 첫 정치후원금을 냈다).

저는 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정책이야말로 제대로 된 저출생 정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의 기업들이 여성 채용을 꺼리며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결혼·출산을 하면 그만두거나 휴직을 할 것'이라는 명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성들이 취업 면접에서 결혼·출산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하지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출산을 하게 되면 육아휴직 뒤 안정적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직장문화인 회사들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재취업 시 연봉에도 악영향을 미쳐, 남녀 간 성별임금격차를 벌리는 데에도 큰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현실은 여성들로 하여금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출산과 양육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만약 남성의 육아휴직이 의무화된다면 어떨까요?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상용직 부모 가운데 '육아휴직 쓰는 아빠'는 100명 중 2명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선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커리어면에서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것도 주로 여성에만 부담이 전가됩니다. 설령 남성이 육아휴직을 희망한다 해도 직장내 문화상 어려움이 큰 게 현실입니다.

자녀 출생 시 여성과 남성이 모두 육아휴직을 쓰도록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기간도 남녀 간에 점차 비슷해진다면, 기업이 출산 가능성을 빌미로 여성 채용을 꺼리는 일도 여성노동자가 경력단절되는 위험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여성들은 출산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덜 느끼게 되겠지요.

'평범한 사유리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 전 방송인 사유리씨가 자발적 비혼 출산을 선택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비혼모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심각한 한국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 일이었지요. 저출생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어떤 출생'은 환영하나 '어떤 출생'은 차별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난임에 대한 정부 지원 역시 법적 부부에게만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이 부부 단위의 출산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여성 개인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미 시민들에게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욕구가 있고 실제 사람들의 가족형태 역시 매우 다양화된 지금, '모든 출생'과 '모든 가족'을 동등하게 존중하지 않고서는 저출생 극복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외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성과 동성을 막론하고 시민들의 가족구성권을 인정하는 '시민연대협약' 등의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꼭 결혼하지 않아도, 혼인신고 없이도 가족으로서의 세제 혜택과 사회보장을 받으며 살 수 있도록 제도가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한 뒤 혼외출산(결혼 외 출산)이 증가했고 전체 출산율도 늘었습니다. 살고 싶은 모습대로 살면서도 아이를 기르는 데 차별이 없도록 하니 더 많은 시민들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 때, 아이도 낳을 수 있다

인구절벽시대는 우리가 처음 맞이하는 미래입니다. 노동, 복지, 국방, 이민 정책 등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출생률을 증가시키기 위한 국가의 혁신적인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민을 출생률 증가의 수단으로 보고 출생률 자체에 목표를 두었던 정책들은 이제껏 실패했습니다.

출산을 하는 시민이든 안 하는 시민이든, 지금보다 여유롭고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곧 출생률 증가 정책일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 때 기꺼이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지구는 지속가능할 것이고, 사람들의 삶은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정치를 간절히 바랍니다.

[관련 기사] 
윤 후보님, 페미니즘이 싫다고 말하는 배짱이라도 보여주세요 http://omn.kr/1upcs
발언 논란 윤석열 "많이 유의하겠다"... 이영 "프리드먼 책임" http://omn.kr/1updn
 
청년정의당 대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강민진
ⓒ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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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강민진씨는 청년정의당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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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입니다. 현재는 청년정의당 대표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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