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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끊을 수 없던 밥줄을 마침내 끊어냈다. 어렵게 학원을 정리하고 학원 주차장을 빠져나오던 날, 차 안에서 울고 말았다. 마음은 후련한데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흘렀다. 함께 일하던 학원 강사들은 꽃다발을 건네주었고, 남편도 그동안 수고했다며 작은 선물을 내밀었다. 저녁에는 언니와 형부까지 와서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 프롤로그 '전업주부가 되다' 중에서, p8

학원 강사로 23년을 살았던 이주용 작가는 학원 일을 '차마 끊을 수 없던 밥줄'이라고 했다. 얼마나 명확하고 솔직한 말인지. 그의 책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에는 23년간 일하는 여자로 살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일을 그만둔 3년간 몸속 세포까지 찌릿하게 느껴버린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그걸 '성형 수술 전과 성형수술 후처럼'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의 3년을 담은 이야기들이자, 앞으로 남은 무수히 많은(더 멋질) 작가의 시간들을 기대하게 하는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것. '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이야기기도 했다.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 책표지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 책표지
ⓒ 99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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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나이 50에 첫 책을 썼다.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진짜 자신의 꿈을 찾기 시작하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글을 썼다. 그리고 2년 뒤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진짜 책을 썼다.

'꿈'을 가진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명확히 알 것 같다. 그러나 그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단단한 꾸준함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도.

어른이 되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경제 생활자로 살며, 집안을 꾸리다 보니 '한 여성'의 삶이 그리 단순하게 정리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순탄하지 않았다고 혹은 행불행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하루 24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사는 여성들의 삶이, 그 사이사이 챙겨야 할 무수히 많은 자잘한 일들과 감정들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물들여가는 지 알아가면서 언제부턴가 여성들의 모든 것에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건 단순히 한 여성이 살았다로 이야기 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더욱이 한 여성이 엄마로, 아내로 살았다고 끝나서는 안 될 일이기도 했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엄마로의 삶, 딸로, 아내로 살아가는 동안의 '나'와 꿈을 꾸는 '나'가 어떻게 같고, 다른지 그 접점을 찾아가는 독서이기도 했다.
 
일할 때는 가난한 날들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새해마다 부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뜻대로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말이다. 일을 그만두고 돈을 좇지 않으면서 나는 달라졌다. 삶의 우선순위가 돈, 물건, 인간관계에서 가족, 책, 자연으로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새해 결심도 부자가 아니라 더 나은 삶으로 바뀌었다. 한 해 동안 불필요하게 쌓아둔 물건은 없는지 찾고 비우면서 미니멀라이프를 재정비했다. 효율성을 추구하며 소비도 줄였다. 것이 바로 나만의 시간과 자유, 그리고 꿈을 지키며 부자의 마음으로 사는 새로운 삶이다. - '돈 벌지 않아도 풍족하게 사는 법' 중에서, p116

나는 여전히 밥줄(일)을 놓지 않고(못하고) 있다. 18년을 일하는 사람으로 살았으나, 앞으로 또 그만큼 그렇게 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뻔한 월급을 받는 월급생활자가 월급을 모아 부자가 되겠다는 꿈도 꾸지 못하며 산다.

그냥 월급에 맞춰 딱 한 달의 생각을 겨우 꾸려나갈 뿐. 돈 벌지 않아도, 돈 벌어도 결국 자신의 마음을,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작가의 말처럼 '나만의 시간과 자유, 그리고 꿈을 지키며' 사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고 싶다.

3년의 전업주부로의 삶을 마치고 저자는 다시 이력서를 썼다. 전업주부로 살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과 요가(저자는 그 시간 동안 요가 강사 자격증도 취득했다)를 하면서 몸을 가꿨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자, 다시 일에 대한 욕구가 되살아 났다고. 거기에 경제적인 문제를 남편에게만 부담 지우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얹어졌단다. 다시 강사로 학원에 나가면서도 저자는 그 이전(전업주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일을 했지만, 시간에 쫓겼지만 그 시간에 책을 쓰고 책을 출간했다. 

나는 이 책의 저자가 '이제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해', '아, 이렇게 늙는 일만 남았나' 싶은 고민을 하는 여성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면 좋겠다. 삶이 힘들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당신 곁에는 힘들어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쓴다. - '매일 아침 써봤니?' 중에서, p149

함께 글을 쓰는 멤버들 중 '언제가 내 책을 내는 게' 꿈인 분들이 있다. 이 책을 보니 할 수 있다고, 계속하면, 꾸준히 쓰면, 마음을 놓지 않으면 할 수 있다고 조금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그런 분 있다고. 어쩌면 작가 역시 그런 말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으실 것 같고. 에필로그에서 50을 바라보는 자신에게 했던 그 말처럼.
 
"네가 꾼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씩씩하게 나아가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았어. 그리고 마침내 정식 출간계약서까지 쓰는 쾌거를 이뤄냈지. 덕분에 지금 이렇게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를 쓰고 있잖아. 믿기지 않지만, 결코 운이 아님을 잘 알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도전한 네 노력이 이런 좋은 일들을 만든 거야. 여자, 엄마, 아내, 딸, 그리고 이주용으로 참 열심히 달려왔네. 힘들 일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잘 해낸 거야. 40대의 이주용, 수고했어. 50대에도 너의 많은 이름이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할게. - '에필로그' 중에서, p219"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작성자의 블로그에도 수록됩니다.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 - 전업주부 3년, 유쾌한 주용씨의 인생 성장기

이주용 (지은이), 99퍼센트(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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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불량 엄마로 기꺼이 살아갑니다. 불편한 일들에 대해 눈치보지 않고 이야기하려고 애씁니다. 책을 읽고 쓰는 일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책을 추천해드려요. 지극히 주관적인 마음들을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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