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이 얼마 전 교육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대선 후보들 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지만 교육 정책은 잘 보이지 않던 와중에, 교육 정책을 발표한 것 자체는 개인적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윤희숙 의원의 교육개혁 공약을 바라보자면 이것이 과연 개혁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윤희숙 의원이 내놓은 공약을 학생으로서 바라보기로 했다.

윤희숙 의원은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의 원인을 전교조에서 찾았다. 제일 큰 책임이 전교조에 있다면서, 교육 현장에 중요한 변화가 제기될 때마다 비토하는 세력이고, 그럴듯한 말을 내세워 변화를 막아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좋은 변화에 비토하는 것이라면 비판받을 소지가 있지만, 나쁜 변화에 비토하는 것은 교원단체이자 노동조합으로서 아주 당연한 일이다. 전교조가 교육 현장에 중요한 변화가 제기될 때, 비토하기도 했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와 같은 시대를 역행하는, 교육 현장에 아주 중요한 개악에 비토하기도 했다. 이는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전교조가 교육 현장의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오래된 일이 아니다. 바로 올해 6월 전교조가 시작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내로 제한해달라며 시작한 입법청원에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하면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내 제한 법제화 안건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넘겨지기도 했다.

물론 전교조는 완전무결한 집단이 아니다. 전교조 역시 비판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윤희숙 의원의 '만물 전교조설' 문제의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굳이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변화가 제기될 때마다 비토하는 세력을 찾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찾자면, 2012년 학생인권조례에 헌법소원을 추진하거나, 2021년에도 "두발, 복장에 관한 사항을 학칙에 포함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치는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찾고 싶다. 교총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교육 현장에 문제만 생겼다 하면 모든 책임을 전교조로 몰아가는 '만물 전교조설'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
 
윤희숙 의원은 전수평가를 실시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말이 좋아 전수평가이지 일제고사의 부활이다. 시험을 하나 더 늘리겠다는 발상이다.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시험인가? 휴식인가?
 윤희숙 의원은 전수평가를 실시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말이 좋아 전수평가이지 일제고사의 부활이다. 시험을 하나 더 늘리겠다는 발상이다.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시험인가? 휴식인가?
ⓒ 픽사베이

관련사진보기

 
넘쳐나는 시험 속 '일제고사' 부활하자는 윤희숙

윤희숙 의원은 학업성취와 격차 파악을 위한 전수평가 진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말이 좋아 전수평가이지, 사실상 일제고사의 부활이다. 일제고사가 폐지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 역시도 일제고사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일제고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현재 재학 중인 학교는 2016년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에서 지역 1위를 차지했다. 그 당시 학교의 교장이 지금의 교장과 같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생명 존중 교육을 명목으로 한 학년의 학생들을 강당에 모두 모아둔 뒤 "나는 자랑스러운 OO중학교 학생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도록 하거나, "우리 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다"라는 다소 황당한 말을 현재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일제고사는 학업성취와 격차 파악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학력과 성적 차별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존재였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제고사의 결과에 따라 학교평가, 성과급 지급에 교묘히 차등을 두었다고 하니 우리 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전수평가로 학업성취와 격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중학교에서도 학년 초마다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모든 과목에서 2~3개의 수행평가를 진행하며, 학기당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두 번의 지필고사를 진행(코로나19 확산 이후 지필고사를 1번만 진행하기도 했다)하고 있다.

게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모의평가를 진행하며, 시험을 응시하는 학생들에게 백분위를 매기는 일도 더해진다. 전수평가 없이도 이미 너무나도 많은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시험을 늘리자는 공약은 개혁이 아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험이 아니라 휴식이다.

윤희숙 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예비주자이다. 적어도 대선 예비주자라면 정책을 내놓기 전에 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했어야 한다. 윤희숙 의원의 시대를 역행하는 교육개혁안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청소년의 의견을 물었다면 결코 이런 정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침 윤희숙 의원의 지역구는 서초구 갑이다. 서초구는 강남구와 함께 대한민국 교육경쟁과 입시경쟁의 정점인 '강남 8학군'을 형성하고 있다. 윤희숙 의원은 시대를 역행하는 공약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강남 8학군'의 청소년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았으면 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서 진심으로 보내는 충고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태그:#윤희숙, #교육개혁, #일제고사, #전교조, #강남8학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