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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 원, 그 외 전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 원, 그 외 전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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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공약으로 기본소득을 공식화하고 그 재원으로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언급하자 정치권 인사들의 논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토보유세를 신설해서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을 환수해 국민들에게 배당하겠다는 주장에 보수야당의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통계청장 출신 유경준 의원과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토보유세 비판에 나섰다. 그러나 보수야당 최고의 전문가들이 등판했음에도 내용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우리나라 보유세가 낮지 않다고?

유경준 의원은 통계 전문가다. 박근혜 정권에서 통계청장을 지냈으며 대학에서 통계를 가르친 보수정당 최고의 '통계통'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논쟁하면서 "제가 의원님이 다니시는 학교의 교수이자 대학원장"이라며 입을 다물게 한 일화로 보건대 자부심 역시 대단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 이재명 지사의 국토보유세를 비판하기 위해 올린 페이스북 메시지에는 그런 자부심과 걸맞지 않게 의아한 부분이 적지 않다. 유 의원은 대한민국의 보유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지 않은데다 상승 속도도 가파르니 국토보유세를 더 매기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정말 낮지 않은 수준일까?
      
우선 지적해야 할 건 부동산 보유세를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해서 비교하는 방식의 문제점이다. 나라마다 부동산 가치가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가치가 GDP에 비해 높은 국가들은 보유세 부담률이 과대평가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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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극단적으로 부동산 집중도가 높은 대표적인 나라다. 가계 자산의 70%이상이 부동산이다. 미국·영국·일본은 비금융자산이 50%를 넘지 않는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보유 부동산 가치는 2015년 기준 GDP대비 6.9배(토지4.2, 건축물 2.7)에 이르는데,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 OECD 13개국 중 가장 높다. 때문에 '보유세율'이 낮더라도 '세액'은 상대적으로 커 보일 수 있다. 따라서 GDP대비로 보유세를 비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영희는 10억짜리 아파트를, 철수는 1억짜리 빌라를 갖고 있다. 둘의 연봉은 5000만원으로 같다. 둘의 연간 보유세는 영희는 100만원, 철수는 10만원이다. 둘의 보유세 부담을 비교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연봉대비인가? 아니면 부동산 가치대비인가? 연봉대비로 보면 영희는 철수보다 10배의 보유세를 내니 영희의 보유세 90%를 감면하자고 주장하는 게 유경준 의원의 논법이다. 수긍이 가는가?

GDP가 아니라 세금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 가치대비 보유세 비율로 국제비교를 시행하는 게 합리적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년 기준 0.16%로 OECD 평균인 0.53%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조세재정연구원 역시 2018년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이 0.16이며 미국 0.99, 영국 0.77, 프랑스 0.55, 캐나다 0.87 등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보고한다. 주요 8개국 평균 0.54에 비하면 역시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수치에 대해 '낮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 표현하기는 어렵다.

가격에 매기는 세금이 불합리하다고 믿는다면 가격상승분에 대한 보유세 비율로 판단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7년~2018년 누적 부동산 잠재자본이익은 3852조원인데, 여기에 과세된 총 부동산 보유세는 126조6000억원으로 과세율은 3.2%다. 이와 비교할 만한 해외자료는 없지만, 국내 다른 세금의 실효세율과 비교해보면 현저히 낮다는 점이 드러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이 5.6%, 법인세 실효세율은 16.0%이다.

가격상승분마저도 미실현이익이니 비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믿는다면 부동산 실현이익 대비 보유세로 확인해볼 수도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토지+자유연구소의 2007년~2018년 부동산 누적실현이익 추정치는 2875조원으로 과세율은 4.4%로 추산된다. 여전히 근로소득세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대한민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이 높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모든 부동산 세금을 전부 끌어모아야 17.1%가 돼, 법인세 실효세율과 겨우 비슷해지게 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업을 일으켜 돈 버는 것과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대등하게 취급해 왔다는 뜻이다. 이런데도 보유세를 더 낮춰야 할까?

'실제로 누가 부담하는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유경준 의원의 논리는 더욱 허약해진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 토지는 상위 10% 세대가 가액기준 67.7%를 소유한다. 법인은 더 극단적이어서 상위 1%가 가액기준 73.3%를 차지한다. 국토보유세를 매긴다면 대부분 이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거둔 국토보유세를 전액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저가주택 보유자나 다인거주가구의 경우에는 내는 보유세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게 된다. 따라서 주택소유자 상당수도 보유세 폭탄을 맞는 게 아니라 수혜를 입게 되는 것이다. 유 의원은 실상 소수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GDP라는 지표를 이용해 은근슬쩍 국민 모두의 부담인 양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올라가면 보유세 부담율이 OECD 국가의 상위권에 위치하게 될 것이라고 서술한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애초에 종부세가 보유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종부세의 최고 상승 시나리오에서도 인상폭은 4조5000억원에 그치는데, 이는 2021년 예상 GDP의 0.23%에 불과하다. 즉 유 의원이 제시한 그래프에서 스페인·폴란드 정도를 제치고 이탈리아 벨기에와 비슷한 위치에 자리하게 될 텐데, 이걸 상위권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애초에 GDP로 보유세율을 비교한 것부터 넌센스임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주장은 과장에 가깝다. 게다가 민주당은 종부세 대상자를 상위 2%로 제한해서 오히려 세금을 깎아주려고 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떠서 다주택자 종부세도 깎자고 십수개 법안을 올려놓은 상태다.

유 의원의 지역구가 대치·삼성·도곡동을 아우르는 강남 병임을 상기한다면 보유세 문제에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나서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대의제민주주의가 자신이 대변하는 유권자의 이익을 수호하는 게 지상과제인 체제라면, 유 의원은 자신의 재능을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평가이익에는 과세 못한다? 현존 보유세 부정하는 '무지'
 
국민의힘 유력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예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예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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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이재명 지사의 국토보유세 구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산가격 상승은 평가이익이므로 과세할 수 없고 실현이익에만 양도소득세로 과세할 수 있을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평가이익에 대한 과세는 세금의 탈을 쓴 벌금이며, 국토보유세를 배당하는 발상은 국민의 재산을 빼앗아 의적 흉내를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번에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현존하는 각종 부동산 보유세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재산세와 종부세는 대표적으로 평가이익에도 과세하는 세금이다. 부동산 가격에 일정 비율을 과표로 정하고 거기에 세율을 곱하는 형태로 과세한다. 당연히 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도 따라 오른다. 재산에 매기는 세금은 필연적으로 미실현이익에 과세할 수밖에 없다. 최재형의 주장은 현존 보유세를 모두 부정하는 발언이다.

보유세는 공공적 성격이 있는 재화를 사적으로 소유하여 이용하는 것에 대해 재화의 가치에 비례하여 공적 부담을 지불하게 하는 세금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부동산에 이런 성격이 있다고 보고 보유세를 부과한다. 2019년 기준 OECD 국가 중 부동산 보유세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모든 주요 선진국들은 보유세와 거래세를 함께 운영하며 그 세목과 세율이 제각각일 뿐이다. 심지어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보유세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 전 원장의 발언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있다.

법률가로서 본인의 관점이 올바르다고 믿는다면, 국토보유세를 비난하기 이전에 멀쩡하게 보유세로 존재해 온 재산세와 종부세가 미실현이익 과세이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소송을 진작 제기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가 그런 소송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없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토지초과이득세의 미실현이익 과세에 대해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로 정리했기에 승산은 희박했겠지만 말이다.

부동산 소유, 아무도 죄라고 하지 않았다

각자 다른 관점에서 보유세를 공격했는데도 유경준과 최재형의 메시지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인식이 있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을 징벌로 보는 태도다. 그러면서 부동산 보유를 세금으로 단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 같은 주장은 허수아비 때리기에 가깝다. 지금까지 국토보유세를 주장한 이재명 지사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그 누구도 부동산 소유를 죄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많이 벌거나 많이 갖고 있으면 세금도 많이 내야한다는 현대 조세체계의 원칙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세목·세율·용도는 민의를 반영하는 국회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현대국가에서 세목과 세율은 국가공동체 유지와 재분배를 위한 비용의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발생한 재산과 소득에 타인과 공동체의 역할과 행운 따위의 요소가 얼마나 개입했는지, 어떤 경제활동을 장려하고 제한할 것인가를 계측하고 결정하기 위한 사회적 투쟁의 산물이다.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국민부담률이 우리의 두 배쯤 되는 북유럽 국가들의 국민이 우리보다 두 배 많은 죄악을 범한 게 아니다. 아이젠하워 시대 미국 최고 소득세율 91%는 고소득자들이 범죄로 돈을 벌었다고 간주한 것도 아니다. 부동산 보유로 우리보다 다섯 배 세금을 내야 하는 캐나다 사람들에게도 집소유는 죄악이 아니다. 그들 사회가 그렇게 세금 수준을 합의했을 뿐이다. 

부동산 자본이익이 죄는 아니다. 다만 다른 경제활동보다 더 많이 과세해 공동체를 위해 쓰여져야 할 세원으로 고려될 뿐이다. 부동산을 소유한 소수가 막대한 자본이득을 대대손손 누리면서도 제대로 세금조차 내지 않는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이나 기회의 평등 같은 이야기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재형 전 원장과 유경준 의원의 국토보유세 비난이야말로 대한민국 보수 엘리트들의 세금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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