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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환경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노민규씨.
 지난 2019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환경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노민규씨.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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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제주2공항에 대한 전략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이로써 제주2공항 건설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주2공항 건설을 반대해온 제주 주민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반가운 소식"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2019년 말 제주 청년 노민규씨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환경부 건물 앞에서 "제주2공항 전략환경평가서에 대해 반려 혹은 부동의 하라"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는 2019년 10월 18일부터 11월 3일까지 17일간 단식했다. 제주청년의 외침이 1년 반이 지나서야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관련기사: "젊은 청년이 천막에서 15일 굶는데... 환경부 장관 뭐하나" http://omn.kr/1lhxr)

제주 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 소식을 들은 노민규씨가 <오마이뉴스>에 소감문을 보내왔다. 기자는 2019년 단식 농성 당시 노씨를 인터뷰한 인연이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와 관련 그는 "많은 분들의 수고와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일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 안도감이 찾아왔다"며 "20일 하루는 기뻐할 수 있겠다는 동료의 말이 와 닿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소감문에서 그는 "제주도의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수준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앞으로 제주2공항과 같은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아래는 노민규씨가 21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소감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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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21년) 2월에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제2공항 사업추진 여부는 더 아리송해졌다. 확실하게 제주 제2공항 사업이 전면백지화 되리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국토부에서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21년 6월 11일) 이번이 3번째로, 2019년 10월과 12월 이미 국토부에서 환경부에 두 차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바 있었다.

며칠 전에 갑자기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해 불부합 의견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떨떨하면서도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7월 20일 오후. 갑자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일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안도감이 들었다. 오늘 하루는 기뻐할 수 있겠다는 동료의 말에 나도 마음속으로는 동의가 되었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지는 일들(통과되는 각종 개발사업들)을 보고 있노라니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였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에의 길이 완전히 막혀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고 있었고, 시민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에 깊이 분노하고 있었다.

평범한 시민들의 저항과 투쟁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일어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2019년 10월 환경부 앞에서 단식하던 때 내걸었던 요구사항 중 하나는 바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 혹은 반려 결정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제2공항을 저지하기 위해 싸워온 많은 분들의 수고와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결정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올해(2021년) 2월에 여론조사가 실시된 이후 제주도민들의 의견은 반대의견이 더 높게 나왔다. 그런데도 사업이 취소가 되지 않고 있으니 이 사업은 어떻게든 (추진)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결정이 난 것이다.

여론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제주 언론뿐만 아니라 전국 언론에서도 이번 결정을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여러 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니 혼동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이 확실히 접어진 것인지 아니면 정권이 바뀌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제주 국회의원 3명(민주당 소속)은 공항인프라 확충은 필요하다면서 다른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쩌면 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제2공항 반대는 근본적으로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광객이 늘어날 때마다 공항 확충에 대한 얘기를 꺼내 왔었다.

가령 1990년 교통부에서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가 있었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당시)도 제주 신공항 개발사업 공약을 채택했었다. 게다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당시)도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공약을 채택했었다. 심지어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당시)도 제주 제2공항 조기개항 공약을 발표했었다. 공항사업추진에 여야가 따로 없다.

길게 보면 31년 전부터 호시탐탐 제주 신공항 혹은 공항인프라 확충을 노려온 것이다. 관광객이 증가하면 얼마든지 공항인프라 확충 혹은 제2공항, 제3공항 이야기는 다시 거론될 여지가 있다.

제주의 많은 환경문제가 제기되는 이유 중 큰 비중은 인구 증가와 관광객증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제주의 환경보전을 주장하고자 하는 경우 기존 제주공항으로 확장으로 충분하다는 논리도 좋지만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적 이슈로 놓고 본다면 이는 경제성장의 논리를 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극심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성장의 논리를 건드려야 하는 것처럼,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커지는 기후위기와 격화되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공항인프라 학충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고, 원희룡 도지사는 부동의와 반려는 다르다면서 부동의를 했다면 사업추진이 어렵겠지만 반려는 향후 국토부 추진의사에 따라 제2공항 건설사업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어떻게든 사업추진의 불씨를 끄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이런 사람들이 도민을 대변(대표)하는 정치인이라 볼 수 있을까?

제2공항 반대싸움이 어쩌면 길어질 수도 있다. 분명 환경부의 '반려' 결정은 반가운 것이지만 추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태그:#노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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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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