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여성가족부가 여성들에게도 해악이 됐다."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3선, 부산 해운대갑)이 외쳤다.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하 의원이 여성가족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여성계에선 하 의원을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안티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나선 하 의원은 이런 지적에 적극 반박했다. 자신은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고, "젠더갈등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 설치를 내세운 점도 강조했다.

오히려 여성가족부가 "젠더갈등 조장부가 됐다"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여성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에서, 여성복지는 보건복지부에서 다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에 전파하려고 했던 건 다 끝났다"고, 이제는 "모든 부처에 남녀평등 인식"을 심는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졸업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소위 586 정치인이었던 하 의원은 스스로를 "두번 전향"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여전히 기본 마인드가 1980년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라며 "586의 정치행태를 보면 타도할 대상을 계속해서 찾고, 타도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타도 대상에 포함시켜서 끊임없이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타도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관점을 가진 하 의원은 지금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여성가족부와 페미니즘을 놓고 전선을 긋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페미니즘은 과연 타도해야 할 대상인가, 타도하지 말아야 할 대상인가. 586의 정치행태에 대한 하 의원의 비판을 받아들인다면, 하 의원은 진짜 전향에 성공한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586스러운 정치행태를 보이는 것인가.

하 의원은 "(자신은) 현존하는 정치인 중에서 가장 미래세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화가 되는, 미래 코드를 아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며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젠더갈등 해소에 국력 모아야... 여성가족부 폐지가 그 조건"

- '이대남'과 '이대녀'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실을 오도하는 게 있다. 지금 현상적으로는 갈리는 건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다. 그 근본적인 대립은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걸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에 있다. 우리 꼰대들이 몰랐던 게 뭐냐면, 2030세대에게는 가장 주요한 갈등이 젠더갈등이라는 사실이다. 그걸 덮어놓고 있었고 부정하고 있었는데, 이제 객관적인 여론조사로 확인이 됐다.

젠더갈등을 다 인정하고 이걸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로 논쟁을 해야 한다. 오히려 젠더갈등(의 존재)을 부정하는 사람이 문제다. 나를 포함해 우리가 젠더갈등을 조장한다고 그쪽에서 주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젠더갈등을 인정 안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젠더갈등은 굉장히 만연해 있다. 더 조장할 게 무엇인가? 인정하고 해법을 찾는 게 생산적인 대화의 시작이다."

-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젠더갈등을 어떻게 해소하고 완화할지를 고민하는 게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일 텐데, 그 대안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대안인가? 당내에서 윤희숙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거리를 뒀고, 조수진 의원도 페이스북으로 비판했다.

"여성가족부가 할 일이 아직 남아있다고 보는지 아니면 할 일이 없다고 보는지에 따라 갈리는 것 같다. 유승민 전 대표도 나와 비슷한 입장인지 모르겠지만, 여성가족부는 이제 졸업할 때가 됐다. 정부 부처들은 노동·복지·안보 이런 식으로, 기능별로 편제돼 있다. 여성가족부만 기능이 아니라 대상으로 편제돼 있다. 과거 우리 한국 사회가 남녀차별이 심했기 때문이고, 여성가족부의 원래 존재 목적이라는 건 모든 부처에 남녀평등의 인식을 심고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목적을 다하면 없애는 게 순서다. 존재한 지 20년이 넘었잖은가? 여성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에서, 여성복지는 보건복지부에서 다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에 전파하려고 했던 건 다 끝났다. 저는 문재인 정부 이전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남아있으면 불필요한 일을 한다. 공무원들 월급 받아야 하니, 필요 없는 인력이 있으면 뭔가 자꾸 만든다. 여성가족부가 젠더갈등 조장부가 돼버린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구체적으로 여성가족부의 어떤 정책들이 '젠더갈등'을 조장했다고 보나?

"게임업계에 갑자기 '셧다운제'를 만들지 않았나? 최근 보면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 때문에 '19금'이 됐다. 여성가족부가 '글로벌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불필요하게 개입해서 오히려 국력 낭비가 됐다.

또 하나는, 여성가족부에 지금 단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극단적인 페미스트가 많이 포진해 있다. 그쪽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게 많다. 예를 들면 '김치녀'는 혐오표현이지만 '김치남'은 혐오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김치녀가 혐오표현이면 김치남도 혐오표현이지! 이런 식으로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남자들은 다 여혐(여성혐오)을 갖고 있다는 생각으로 보는 것이다. 남자들은 '와이프도 딸도 사랑하는데 왜 여혐이냐?'라고 반응하게 된다.

또, 아이돌들은 다 삐쩍 말랐고 하야니까 출연시키지 마라? 아이돌의 방송 가이드를 해서, 거의 여성가족부가 유신시대 두발단속 치마단속 하듯이 파시즘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식으로 자꾸 할 일이 없으니까, 기존 사명은 끝났는데 새 사명을 찾다보니 극단화하는 게 있다."

- 여성가족부의 효용은 이미 끝났다는 것인가? 다른 부처로 기존 기능을 이전해도 무리가 없다는 의미인가.

"오히려 역기능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는 젠더갈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겠다. 과거 1960, 1970년대에는 남북 이념갈등이 우리사회의 최대 모순이었고, 1980년대 들어서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갈등이 최대 모순이었는데, 지금은 남녀의 젠더갈등이 최대 모순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70년 넘었는데 남북 이념갈등이 아직도 우리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고, 부작용 있잖나. 노사도 마찬가지다. 대립이 아니고 서로 공존해야 하는 관계인데 그 대립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이런(젠더갈등 같은) 부정적 작용이 적어도 10년 이상 축적돼 왔다. 앞으로 더 축적되면 향후 100년간 우리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20대 때 형성된 갈등적 사고는 오래 간다. 조속히 젠더갈등을 해소하는 데 국력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여성가족부 폐지가 조건이 돼야 한다."

- '젠더갈등'만 해소하면 되는가? 젠더갈등의 원인이 되는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은 전부 해소됐다고 보는 건가?

"그런 기능을 다른 부처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를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수한 시기에 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 여성가족부가 존재했던 것이고, 과도적 역할이 끝났으니 졸업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남녀차별이 없어지겠나? 앞으로도 존재하고,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텐데, 다만 이건 이미 모든 부처에서 다 하고 있다. 그리고 해야 한다."

- 젠더갈등이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재보궐선거 투표 경향에서 드러났듯 젠더문제를 바라보는 세대 간 성별 간 간극이 큰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에 출마해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 이게 젠더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라고 여성 유권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

"여성가족부가 여성들에게도 해악이 됐다. 20대 아이돌의 방송출연을 금지시키라고 하는 등, 여성들의 외모 가이드라인 같은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나 모르겠다. 여성가족부가 여성에게도 안 좋은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이런 편향적 기능 때문에 여성단체들도 오해 받는다. 여성단체들이 정치화 됐다. 윤미향 의원 문제는 한마디도 안하고, 윤지오 같은 사기꾼한테 정부가 속아 넘어가고, 여성단체도 속았다."

- 여성가족부의 존재가 여성단체들에게 정치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여성에게는 좋은데' 하던 시대도 이미 사실이 아닌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기능이) 일반 부처에 들어가면 견제가 될 텐데, 여성가족부에는 견제 기능이 없었다. 더더욱 그 안에서 무슨 일 일어나는지 사람들이 잘 몰라왔고, 그 안에서 나쁜 관행이 커왔던 거에 대해서 방치했던 것이다."

"검찰개혁의 요체는 인사권 독립, 민주당안은 검찰 소멸"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 중 첫 번째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의원으로써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대권 도전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을까?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역할과 분량이 보였다. 4년 전부터 청년세대를 위한 정치를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어젠다를 제시하는 데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그때 두 번째로 전향을 했다. 첫 번째는 옛날 친북좌파하다가 친미우파로 바뀐 게 첫 번째 전향이고, 두 번째는 '꼰대정치' 하다가 이제 청년들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30세대의 에너지가 지난 재보궐선거 때 급격히 분출됐다. 나는 이미 땅 밑에서는 흔들리고 있다는 걸 지각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게 땅 위로 분출한 것이다. 이준석 당 대표 탄생이라는 '이준석 현상'이 생기는 과정에서도 폭발적으로 드러났다.

이제 정말 20세기가 끝났다. 새로운 미래 세대를 위한 21세기 정치가 필요하고,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21세기 국가 리더십에 그나마 제가 좀 더 다가가겠다는 판단 때문에 결심한 것이다. 당은 변했고, 이제 국가가 변할 차례다. 하태경은 현존하는 정치인 중에서 가장 미래세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화가 되는, 미래 코드를 아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대선 출마 선언한 후보 중에서 나 말고 또 있는가? (웃음) 하태경은 미래 코드를 안다."
 
- 하태경 의원은 20세기의 막내인가, 아니면 21세기의 맏이인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같이 공동 체험한 세대가 민주당 주류인 운동권 586세대다. 우리 당에 생물학적으로 586은 있지만,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을 거친 586 운동권 출신은 나밖에 없다. 나의 '탈꼰대 선언'은, 나도 어떤 면에서는 1980년대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고, 그걸 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내가 볼 때 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여전히 기본 마인드가 1980년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타락‧변질했다. 1980년대 마인드를 좀 더 쉽게 얘기하면 '타도이즘'이다. 1980년대 가장 많이 외친 게 '군부를 타도하라' 같은 '타도하라'다. 그래서 586의 정치행태를 보면 타도할 대상을 계속해서 찾고, 타도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타도 대상에 포함시켜서 끊임없이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타도정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적폐청산이 1년 정도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적폐청산을 하다가 지금까지 타도 대상이라고 찾은 게 검찰이다. 검찰 내에서는 그냥 법에 따라서 충실하게 법을 집행하는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그런데 정권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없애려고 하느냐? 본인들이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강력한 저항이 일어났고, 그 상징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됐고, 진도가 안 나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엄청 오르지, 물가 오르지, 일자리 없지, 그런데 매일 검찰개혁 이야기만 하고 윤석열 전 총장과 싸움이나 하니까 국민들은 짜증났다. 타도주의(가 필요한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 아직도 거기 매달려 있다. 그래서 이제 '내로남불' '아시타비'(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가 나온 것이다. 타도 대상이 있는데 자기 문제점을 인정해버리면 전선이 바뀐다. 타도 전선을 강화시키는 게 목적인데, 그러려면 자기 잘못도 남 탓하게 되는 것이다."

- 출마선언문을 보면 검찰총장 직선제, 법무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뤄졌던 검찰개혁의 반대 방향으로 보면 되는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검찰개혁의 요체는 인사권 아닌가? 지금처럼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구조 하에서는 검찰 독립은 불가능하다. 그럼 인사권을 누구에게 줘야 독립할 수 있나? 국회에 주면 검찰이 다수당 것이 되는 거 아닌가. 정치에 예속될 수 있다. 검찰 독립의 근본적인 대안은 국민에게 인사권 주는 게 아닐까 하는 발상이다.

안 그래도 여태까지 모든 정부는 크고 작게 검찰과 갈등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쫓아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검찰하고 큰 충돌이 있었다. 이건 앞으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21세기로 가는 데 사법 안정성은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법치에 불신이 생기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은 엄정하게 법에 따라 판단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국민투표로 검찰총장을 뽑게 된다면, 검찰이 여론 등에 휘둘릴 여지가 생기는 게 아닌가?

"비판의 여지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인사권 독립이 가장 중요한 요체라고 보고 검찰 독립의 방법론을 하나 제시한 것이다. 검찰 독립을 위한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여러 대안을 가지고 서로 경쟁해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민주당안은 검찰 독립이라고 말만하지, 검찰 독립이 아니라 검찰 소멸이잖나? '검수완박'은 검찰을 없애자는 것이다. 대안이 아니다. 진정한 검찰 독립의 대안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토론해볼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오히려 특혜채용"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공정'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이준석식 공정'이 '능력주의'이자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하태경의 '공정'은 이준석의 공정과 얼마나 같은가, 혹은 다른가?

"이 정부 들어서 가장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건 과정의 공정, 경쟁의 공정이다. 1980년대 586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정의이고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개념이 고무줄처럼 늘어나서, 다른 회사 사람, 협력회사 사람들까지 비정규직으로 확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 같으면 보안업무 전체를 협력회사가 맡는다. 그런데 이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다른 회사 직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일종의 종교 교리처럼 됐다. 586이 화석화된 것이다. 뭐든지 한 번 개념화된 것을 성찰하지 않으면 화석이 된다.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회사 사람이 새 회사 직원이 되려면 똑같이 경쟁 해야 하는데, '왜 너네들은 시험도 안보고 자동적으로 입사하느냐'라고 불공정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젊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는 '그 사람이 경력이 있으면 가점을 주더라도, 우리들이 몇 년 간 시험 준비를 하잖느냐, 똑같은 시험 쳐라'라는 것이다.

똑같은 잣대로 경쟁하자는 것이고, '더블 스탠다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게 기본적인 공정 마인드다. 자기 입맛에 맞게 주관적으로 뽑으면 불공정 시비에 걸리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똑같은 잣대, 단일잣대, 표준잣대가 필요하다는 게 2030의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걸 어겼다."

- 직군도 다르고 업무도 다른데, 정규직화를 위해 일괄적으로 같은 시험으로 선발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러니까 보안직을 공모해서 뽑으라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엄청 많다. 200대 1, 300대 1이 된다. 왜 특정 회사 보안직만 자동 채용하느냐는 것이다. 특정 단체만 특혜주지 말고, 기회의 문을 공정하게 열어 주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특혜채용이었다. 사실상 채용비리다. 권력을 쥔 586은 아직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틀렸다. 더 큰 약자는 취업한 사람보다 취업준비생, 실업자다. 더 심한 약자를 위해 기회의 문을 좁히는, 약자를 더 힘들게 하는 정책을 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이다. 실제로 공기업들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때문에 올해 신입 T.O가 30% 이상 다 줄었다."

"윤석열 검증과 이재명 검증은 결이 달라"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시기를 두고 말이 많다. 잠재적 경쟁자 중 한 사람인 하 의원은 어떤 입장인가?

"어쨌든 야권은 하나가 돼야 한다. 후보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 이건 확고하다. 그 방법이 입당을 통해서 할 건지, 아니면 사후 후보 단일화를 통해 할 건지 윤 전 총장이 고민하는 것 같은데, 입당하는 게 훨씬 야권 통합을 위해서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 당도 윤 전 총장이 빨리 입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적대적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다. 과하게 비난하지는 말자. 어차피 힘 합칠 사람 아닌가? 윤 전 총장께서는 조건 없이 입당했으면 좋겠고, 우리 당은 최대한 예우를 갖췄으면 좋겠다."

- 윤석열 전 총장의 배우자와 장모를 두고 논란이 뜨겁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과거 사생활 및 가족사와 관련한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됐다. 대통령 후보자를 향한 가족 검증은 어디까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후보랑 직접적으로 연관된 건 아무리 다뤄도 지나치지 않다. 후보와 직접 연관이 없는 문제를 후보 문제인 것처럼 덮어씌우는 것 역시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윤 전 총장의 장모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직접 연루되지 않은 문제 같다. 그리고 지금 그 장모가 대가를 치르고 있잖나?

사람이면 누구나 잘못할 수 있고. 그걸 특별 대우 받지 않고 법적인 대가 치른다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다 본인 문제잖나? 본인이 직접 다 관련된 문제다. 윤 전 총장 하고는 결이 다르다."

태그:#하태경, #국민의힘, #여성가족부, #젠더갈등
댓글6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