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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주말, 오랜만에 하루를 온전히 비운 필자에게 술을 못하는 아내가 술자리를 청했다.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무언가 중대 발표를 하거나 힘든 자리가 되리라는 것을. 하지만 아내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 보여 미루거나 고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리가 시작되고 아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보, 우리 아기 혹시 발달 지연이 아닐까요?"

맙소사. 순간 아기가 앉는 것이 늦고 기는 것이 더디다며 걱정하던 아내의 지난 어느 날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냥 '때 되면 하겠지...' 하면서 의미 없이 넘겼었는데, 아내가 그저 걱정을 일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진 않았을까 미안했다.

아내의 고민은 꽤 깊어진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8개월 아기의 경우, 지금부터는 발달의 지표가 바로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순차대로 아기가 해야 하는 발달 행동들이 존재하는데, 아기는 아직 스스로 기지 못 하고 서는 것을 시도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가 기는 것을 못 해요" 엄마들의 걱정 

아내는 유튜브와 맘카페, SNS로 찾은 수많은 내용들을 보여주었다. 그곳마다 걱정을 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그리고 심심치 않게 목격한 광경은 이랬다. 아기 엄마들은 아이의 발달이 더디지 않나 걱정하면서 타인의 SNS나 유튜브를 보고, 여러 육아템들의 구매처를 물어보고 있었다. 아기 엄마들의 초조함과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아내의 고민은 이른바 이 '놀이앱'이란 것을 찾으면서 시작되었다. 아기의 시기에 맞춰 놀이를 추천해주는 역할을 하는 앱인데, 아기 엄마는 여러 가지 놀이 앱들을 깔았다. 놀이 앱의 채팅창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배밀이를 못 한다'거나, '기는 것을 못 하고 일어서기 시작해야 할 때 못 한다'는 등등. 대부분 발달 지연에 관해 걱정하는 얘기였다.
 
실제 발달이 느린 엄마들의 걱정어린 댓글들이 많이 보인다.
▲ 아기 엄마들 댓글 캡처 실제 발달이 느린 엄마들의 걱정어린 댓글들이 많이 보인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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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SNS와 맘카페, 그리고 놀이앱에서 만난 아기 엄마들의 고민은 한결같았다. 말이 늦고 낯을 많이 가린다는 고민들이 많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아기들이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굴을 가리고, 입모양도 숨기고, 교감하기보다는 거리를 두었을 것이다. 아기들에게 그런 어른들이 어떻게 비쳤을까 생각하니 슬펐다. 우리 아기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영유아 검진과 접종 이외에는 아기를 멀리 데리고 갈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3개월 아기가 마스크를 쓴 모습
▲ 신생아 마스크 3개월 아기가 마스크를 쓴 모습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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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간다고 해도, 아기들은 신생아 때부터 마스크를 씌울 수 없으면 유모차에 탔다. 절충형, 휴대형, 일반형으로 구분되는 여러 유모차에서 생활해야 했다. 엄마 아빠에게 안겨서 외출하는 것이 아기의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지만, 안전 때문에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레 아기를 안고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아기가 자주 보는 사람이라고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부였을 것이다.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여러 유모차들을 탈 수밖에 없었다.
▲ 비말덮개가 씌워진 유모차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여러 유모차들을 탈 수밖에 없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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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집콕 육아' 시대, 아기의 거실엔 장난감만 가득 채워졌다. 하루 대부분을 장난감을 혼자 가지고 노는 시간으로 보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소비하다 보니 엄마들은 타인의 SNS나 맘카페 등에 접속해서 다른 아기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기에게 무엇이 더 필요할지, 혹 발달 지연이 아닌지를 불안해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다른 아기와 비교해가면서 말이다. 아이 엄마가 이런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미안했다. 육아 경험이 많은 동료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조언을 구했다. 쌍둥이를 포함한 아이 셋을 기르는 '육아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충격이었다.

"실은 우리 셋째도 발달 지연으로 추적 검사를 받고 있어요. 어린이집에도 비슷한 아기들이 많아요. 담당 교수님이 말하시길, 코로나로 아이들 외출도 못 하고 교감도 못 하니 언어가 느리고 소근육 대근육 발달이 느려 검사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많이 생겼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아이도 작년 한참 걸음마하고 조금씩 뛰어다니고 많이 돌아다녀야 할 시기에 코로나 때문에 내내 집에만 있었더니 코어 힘도 약하고 소근육도 느리고 언어도 느려 근 1년 동안 매일 치료받고 있어요. 큰 걱정이네요."


저녁에 퇴근해 아내와 마주 앉아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내는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고는 이내 아기가 잘 때 읽었다는 정신과 의사의 책 일부분 내용을 전해 주었다. 아내의 말에는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에 집중하며 육아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답이 들어 있었다.

'상호작용이 제일 중요하다. 수많은 장난감들이나 보조 기구의 홍수는 오히려 아이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마음가짐이다. 끊임없이 아기와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아기 부모들의 불안에서 이 시대의 슬픈 단상을 본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아기의 행복을 위해 아기를 돌보며 사랑으로 노력하고 계실 이 시대 모든 부모님들께 응원과 격려 그리고 존경을 보낸다. 이 세상 모든 아기와 엄마들의 안녕과 건강을 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발달 지연, #코로나 육아, #집콕 육아, #코로나 육아,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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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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