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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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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해양신도시를 '에너지 자립섬'으로 제안한다."

창원 마산만 바다를 매립해 조성해 놓은 인공섬인 마산해양신도시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를 두고 다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건물을 짓더라도 '에너지 자립섬'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6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다. 외국 사례를 들어 소개한 박 대표는 "우리 기술로도 가능하고, 창원시의 의지만 있다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때 이곳을 '빌딩 섬' 내지 '아파트 섬'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아무 건물이 없는 '습지'로 해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전체 면적은 64만 2167㎡다.

이런 가운데 창원시는 지난 5월 31일, 마산해양신도시 민간복합개발시행자를 재공모했다. 앞서 네 차례 공모에서 시행자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창원시 재공모 계획을 보면, 민간사업자는 공공기반시설 부지를 제외한 민간자본유치구역 20만 3119㎡의 토지를 공급받아 민간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그런데 마산통합상인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마산해양신도시개발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용적률을 완화해 대규모 쇼핑센터나 상업단지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용적률 완화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종권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마산해양신도시를 '에너지 자립섬'으로 하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너무 쉬운 답이다. 지금 기후위기 비상상황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탈석탄'과 '에너지 전환', 그리고 '에너지 절약'밖에 방법이 없다.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면 지구는 파국이다. 그래서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막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해양신도시를 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 '에너지 자립섬'이란 무슨 의미인가.

"섬 바깥에 있는, 가령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기를 끌어 오지 않고 섬 안에서 스스로 전기를 생산해서 쓰자는 것이다. 발전원은 '태양광', '풍력', '지열', '연료전지', '수열에너지' 등 많은 방법이 많고, 많은 기술이 개발돼 있다. 통영 '연대도'는 오래 전부터 태양광과 지열로 에너지 자립마을이 됐다. 순천시는 2015년부터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사업을 시행한 이후 현재 11개 마을에서 이루어졌다."

- 재생에너지로 과연 자립이 될 수 있나.

"서울 롯데월드타워는 '수열에너지'를 활용해서 건물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냉난방 에너지를 얻고 있고, 연간 전기요금을 7억 원 절약한다. 수열에너지는 유럽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생소하다. 한국수자원공사 내 소규모 정수장에 활용하고 있고, 2023년에 완성될 부산 '에코텔타시티'에도 수열에너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프랑스 '모차르트 타워'는 옥상뿐 아니라 벽면 등 건축 외장재가 모두 태양광 패널로 100% 에너지 자립빌딩이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애플' 본사는 건물 옥상에서 17MW 태양광과 4MW의 연료전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생에너지로만 100% 가동되고 전기 소비가 적을 때는 다른 건물로 보내주기도 한다. '플러스 빌딩'인 것이다."

- 우리나라 기술로도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충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위 태양광 패널 회사가 우리나라에 있고, 잠수함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업체가 창원에 있다. 이 업체는 2018년부터 건물용 연료전지를 개발해 150여 대를 판매한 실적이 있다. 풍력을 담당하는 회사도 있다. 해양신도시에 '풍력'을 설치하면 소리 때문에 부담이 되지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풍력 관련 산업은 마산해양신도시 건설로 더욱 발전하게 되는 것은 덤으로 얻는 이득이 될 것이다."

- 건설비용이 상승하는 부담은 없나?

"당연히 건설 비용은 상승한다. 보통 20% 내외로 보는데 이에 따른 보상이 있다. 그런데 '취득세 감면'과 '저금리의 대출한도 상향', '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우선 지원',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율 최대 경감' 등의 혜택이 있다. 무엇보다 전기요금 절약으로 인한 이득이 건설비용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 본다."

- 그러면 기후위기에도 도움이 되겠는데.

"당연하다. 탄소 배출은 에너지 사용이 80%를 차지한다. 신도시에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은 그만큼 쉽다. 미국 '애플' 본사의 사례를 감안하면 밤에는 전기가 남아 다른 지역으로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지금도 시행사 선정이 어려운데.

"에너지 자립섬으로 건설하면 전 세계에서 모범사례가 될 것이고 국내외에서 선진지 견학 공간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한 관광 수입도 무시하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첨단 에너지 기술을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그러면 창원시가 왜 '에너지 자립섬'으로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보는지.

"창원시는 이곳을 '에너지 자립섬'으로 하면 도시 전체가 태양광으로 덮인다는 상상을 하는 것 같고,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또 아직까지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전기 생산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기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미국은 얼마 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대 80%로 잡았다가 지금은 100%로 상향 조정했다. 독일은 벌써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5%를 넘었고 전력 순수출국가가 됐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거짓뉴스'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지난해 6월 5일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획기적인 탄소 감축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불편을 요구해야 하고 비용을 지불할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파리 시내 주차장의 절반을 없애고 노상주차장의 3/4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지금도 주차난이 심한데 주차장을 더 없앤다고 시민들은 반대 집회를 하는 등 저항이 심했지만, 그는 기후위기를 막는 데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맞섰고 재선에 성공했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기후위기를 막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천호 박사를 비롯한 대기과학자들은 급진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6년 6개월 후 지구 평균온도는 1.5도가 상승한다며 경고하고 있다. 온도 1.5도가 상승하면 농사는 망하게 되고 먹을거리가 없어지거나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재앙이 시작된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런 엄연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탄소 과다 배출국'은 '무역 보복'을 당할 것이라 공언했다. 폰데어 라이언 유럽공동체 집행위원장은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구글, 애플, 아마존, BMW, SK그룹, 수자원공사 등 316개 대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만 100% 사용'(RE100)을 선언하고, 삼성이나 엘지(LG) 등 협력업체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수출을 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녹색건축물지원법에 따라 2020년부터 1000㎡ 이상의 공공건축물은 '에너지 제로(0)' 건물로 지어야 한다. 2025년부터 민간 건축물에도 적용하게 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마산해양신도시를 에너지 자립섬으로 개발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극복할 뿐 아니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기술발전과 에너지 절약 기술의 발전을 가져와 우리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전 세계 수백만의 10대 청소년들이 금요일마다 학교를 가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절규를 외면하면 안 된다. 창원시의 결단을 촉구한다."
 
창원마산 앞 바다를 매립해 조성해 놓은 '마산해양신도시' 터(앞에 보이는 섬이 돝섬이다).
 창원마산 앞 바다를 매립해 조성해 놓은 "마산해양신도시" 터(앞에 보이는 섬이 돝섬이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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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마산해양신도시, #창원시, #에너지 자립섬,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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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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