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양산시의회 제181회 정례회
 양산시의회 제181회 정례회
ⓒ 양산시의회

관련사진보기

 
"주민들의 말이 옳았다."

지난 23일 경남 양산시의회는 제181회 정례회 및 행정사무감사를 마무리했다. 22일간의 긴 여정 동안 많은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양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았다.

특히, 작년에 온 태풍 '하이선'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석계산업단지에 대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심도 있게 다룰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실시간 화면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개발 관련 심의를 담당하는 도시건설위원회에서는 석계산업단지에 대해 언급조차 없었고, 그나마 기획행정위에서 석계산업단지가 위치한 상북면의 지역구 한 의원이 하이선으로 인한 피해 복구비용에 대해 질의를 했으며, 복구비용이 약 300억 가까이 든다는 내용이 오갔다.

민선 5·6기 전 시장 시절 '기업하기 좋은 도시 양산'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양산 곳곳에 산업단지를 유치했다. 그런데 다른 산업단지는 심각한 악천후 상황이 와도 별문제가 없는데 석계산업단지만 유독 태풍이 오거나 장마가 지면 산업단지 인근의 옹벽이 무너지거나 터져 나오는 등 위험천만의 사건들이 발생했다.

양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석계산업단지 복구비용에 대한 질의를 한 박재우 시의원은 2013년 8월 산업단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양산시청 앞에서 집회하는 사진을 보이며 산업단지를 반대했던 "주민들의 말이 옳았다"고 안타깝게 이야기를 했다. 복구비용의 주체에 대한 질문을 받은 담당 공무원은 산단 옹벽이 무너지고 균열이 간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과연 자연재해인가
 
▲ 산단옹벽이 터져나오다
ⓒ 허문화

관련영상보기

 
석계산업단지는 양산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곳이다. 그 전부터 오랫동안 기업을 유치해온 노후 산업단지들도 많이 있는데 유독 석계산업단지만 장마철이나 태풍에 큰 피해를 입는다. 가장 최근에 만든 산업단지이기에 최신 공법으로 더 안전하고 튼튼해야 함에도 비만 오면 무너지고 균열이 가고, 돌이 굴러 내려오는 등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2013년 산업단지를 진행할 당시 산업단지 반대 대책위를 맡으며 주민들과 학부모들과 함께 산업단지 반대 운동을 했다. 막연히 산업단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은 것이 아니었다. 산업단지를 유치하려던 곳은 산 자체가 물이 많아 아주 희귀한 고산습지가 발달한 천성산 아래였으며, 그때 당시 4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생활하던 중학교가 인접해 있었으며 자연 마을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주거지가 평화롭게 형성된 곳이었다.

산업단지를 하기에 최저 고도와 최고 고도의 표고 차가 165m나 되어 절·성토로 인한 토지의 왜곡된 형태 변경이 심각할 수 있고, 산의 평균 각도가 16.5도로 김해, 창원 등 다른 지역의 산업단지에 비해 개발 불능지나 개발 억제지로 볼 수 있는 20도 이상의 각도가 25% 이상 나오는 가파른 곳이기도 했다.

골짜기마다 물이 많이 흐르고 있어 자칫 산사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곳 인근 주민들과 중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습권과 생존권 및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산업단지 반대 운동을 했다.

개발을 추진하던 측은 허가가 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반대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겁주기식 협박에 가까운 공식 입장을 기자들에게 공공연하게 유포하기도 했다. 결국, 2013년 9월에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했던 산업단지가 주민들의 반대로 2014년 8월에 한 번의 심의에서 보류되었고, 그해 10월, 거대한 힘이 움직여 경상남도 심의에서 승인이 났다.

그리고 2015년 6월부터 약 5만 4천 그루의 나무를 벌목하여 산은 붉은 속살을 드러내었으며, 2016년 10월 태풍 '차바'와 2020년 태풍 '하이선' 때 깎아지른 옹벽이 무너지고 물이 폭포처럼 쏟아졌으며 일부 도로는 뒤집히고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이것을 자연재해라고 믿는 주민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어도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었다고들 한다. 나무가, 그것도 수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진 이후 장마가 지거나 태풍이 오기만 하면 국가 재난 수준으로 상상을 넘어서는 피해가 나오고 있음에도 자연재해를 운운하며 자연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개발도 정의로워야
 
▲ 물이 잠긴 마을
ⓒ 허문화

관련영상보기

 
개발이익을 챙기는 자 따로, 개발에 의해 피해를 오롯이 받고 책임을 떠 안는 사람 따로라면 무분별한 개발은 온 국토를 망칠 것이다. 제품을 만들 때도 '생산자책임제도'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제도인데, 요즘 플라스틱 용기가 심각한 쓰레기로 부상하면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제도이다.

수백을 넘어 수천억이 드는 개발에 대해 개발자가 책임을 어느 정도 지는 '개발자책임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개발에 따른 책임을 몇 년간 개발자들에게 지게 한다면 석계산업단지 같은 무분별한 개발은 줄어들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오염원을 내지 않은 작은 섬나라들이 해수면의 높이가 올라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것을 기후부정의라 부른다. 또한, 전기는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 소비하는데 핵발전소 같은 위험 시설물을 인구가 적은 농촌 바닷가 마을에 설치하여 주민들이 정의로운 에너지 생태환경과 먼 삶을 살며 피해를 보는 에너지부정의도 있다.

이처럼 산을 깎아 산업단지를 만들어 개발주의자들에는 개발 파라다이스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약간만 날이 궂어도 겁이 나고 비만 오면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이런 환경은 개발부정의다.

개발도 정의로워야 한다. 개발 이득을 공정하게 나눠 갖자는 것이 아니라 뭇 생명체들의 터전을 인간이 함부로 훼손해서 될 일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계속되는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정의롭게 해야 한다.

2013년 석계산업단지를 조성할 당시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2013년 9월 1일 자 경남도민일보)고 협박한 자에게 시민들은 말해야 한다. 석계산업단지에 대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산업단지 아래 주민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고, 시민 세금이 몇백억씩 들어가는 형국이니 시민들이 오히려 구상권을 청구하고 싶다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 6월 25일자 칼럼 기고


태그:#석계산업단지, #태풍차바, #태풍하이선, #개발자책임제도, #양산시상북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살아 가는 사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