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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8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2019년 8월 8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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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주장에) 앙꼬가 없다, 앙꼬가. 앙꼬 없는 거 두드리다 결국 내성만 키우고 있다."

"정치인들도 상식에 맞는 짓을 해야지, 어디서 뭐 개양아치짓 하고 돌아다니면 사람들 민심이란 게 어디 가겠나? 정치에 특별히 관심 없는 사람들이 '저 사람 이미지 괜찮은데' 이러는 것과 '아우, 저거는 인간도 아닌 것이 어떻게 정치를 하냐' 이러는 건 너무 다르다.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민심은 상식이다."

"(정치인은) 어디 (검찰) 지청에서 (조사 받으라고) 나오라고 해도 어떻게든 일정 조율해서 나가야 하는 거다. '지청장은 (급이 낮아) 내가 국정감사 때 질문도 안 하는 사람인데 거기 나가서 뭐' 이러면 표가 안 나온다."

 
"(언론을 대응할 때도) 조중동한테는 '하!' 이러고 사세 약한 언론사는 개무시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정치인의 권력은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할 때 나온다."


2019년 1월 29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말이다. 이제는 자타공인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정치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마이뉴스>는 2년 5개월 전 윤 전 총장과 나눴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한다. 오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그는 검증을 피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만남은 평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장 집무실에서 이뤄졌으며, 윤 전 총장과 당시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 3인이 만난 가벼운 간담회 성격의 자리였다. 지난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을 들여다 봤다면, 이번 기사에선 그의 정치관을 확인해볼 수 있다(관련기사 : "완전 똥볼" 2년 전 윤석열, 문 정부 최저임금 인상 비판  http://omn.kr/1u2nf ).

"황교안, 아무 의미 없어... 붙으면 민주당이 백전백승"
 
2019년 8월 8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예방을 받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년 8월 8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예방을 받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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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화에선 ▲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전당대회 및 황교안의 등판 ▲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검찰 공격 ▲ 사법농단 공소장에서 나온 국회의원 재판 청탁 의혹 등 현안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와 갈등이 시작되기 전 시점이다.

이 대화가 있었던 날 오전,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황 전 총리는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며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전 총장은 그 자리에서 "(민주당이) 황교안이 대표되길 바라잖나"라며 "대선 지지율을 놓고 보자면 황교안이 (당대표 선거에서) 당연히 1등일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왜냐면 (박근혜씨) 탄핵 반대 여론도 15~20% 정도 됐기 때문이다"라며 "그 표가 그대로 (당대표 선거에서 황 전 총리에게) 갈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그거 뭐 (당대표는) 되겠지만 확장성이 제로(0)기 때문에 황교안이하고 붙으면 뭐 (민주당이) 백전백승이다"라며 "황교안 개인의 (대통령) 지지율 17% 정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정부와 검찰을 엮어 한창 공세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자당 의원들에 대한 이런저런 검찰 수사를 거론하며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고, 대화가 있었던 당일엔 의원 17명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정부 및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의 국정원 전 직원 및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거론하면서 "(자유한국당) 이놈들이 막 떠들긴 하는데 내용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내성만 키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앙꼬가 없다, 앙꼬가. 앙꼬 없는 거 두드리다 결국 내성만 키우고 있다. 이 정부 들어와 우리가 국정원이나 이런 데 직권남용으로 처벌한 것을 두고 무슨 과거 정권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는데, 정권을 잡았는데 보복할 게 뭐가 있나. 그리고 여기 검사들이 (전 정권에서) 무슨 탄압을 당한 것도 아니고. 나 역시 고등(검찰청)에 3년 있었다고 하지만 다 반까이하고 여기 왔다. 정직 때문에 2014년에 휴가 못가고 수당 조금 못 받은 거 있지만 고등에서 놀면서 월급 다 받았다.

(사법농단 연루자들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와 관련해서도) 내가 뭐 양승태한테 원한 질 일 있냐. (법원) 지들이 재판을 개떡같이 해놓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보복할 게 없다. 정보정치, 공작정치 이런 거 나는 옛날부터 다 없애라고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나는 관심 없는데, 경찰청 정보국 하는 일은 폐지시키라 이거다. 범죄정보, 치안정보, 경비정보 이런 거만 하고. 정치정보 이런 걸 왜 치안기관이 맡나. 현 정부 포함해 앞으로 이런 일 하면 교도소 간다는 걸 보여줘야지, 말로만 하면 소용없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이렇게 되면 누가 유리할까. 지금 정부는 불리하고 지금 야당은 유리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 사람들에게도 내가 그런다. '야, 너네 보복수사 어쩌고 하는데 수혜자가 누구냐. 너네가 맘대로 떠들어도 (이 정부에서) 너네 뒷조사 안 해. 너넨 다 뒷조사 했잖아. 내 뒷조사까지 다 했잖아.' 보수가 야당이면 기업체나 학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냥 털어버린다. 근데 김대중 정부 때 거의 안 했고 노무현도 그거 치사하다고 안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위험성은 남아 있었던 건데, (이번 정부에서) 그걸 범죄화 시켜버리니까 (자유한국당은) 완전 자유다. 아무튼 (자유한국당) 이놈들이 막 떠들긴 하는데 내용이 없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말 자유한국당의 '검찰의 법무부 특활비 상납'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은) 아무도 떠드는 놈이 없잖나"라고 말했다.

"힘 없는 검찰이 불러도 정치인은 어떻게든 나가야"
 
2019년 1월 21일 김승희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재판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2019년 1월 21일 김승희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재판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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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은 당시 사법농단 수사 중 나온 '국회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과 관련 민주당의 한 의원이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인은) 자기보다 힘이 없는 기관도 존중해줘야 거기서 자기의 힘이 생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에 와서)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말하며 빠지면 되는데 와서 조사도 안 받았잖나. '검찰이 오라고 해서 내가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이러면 되는데 정치인들, 특히 여야 실세 정치인 중 '검찰 이 새끼들 뭔데? 안 가!' 이러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의 힘은 유권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비선출 공직자인 검찰에 비해) 힘이 더 세다. 그러나 자기보다 힘이 없는 기관도 존중해줘야 거기서 자기의 힘이 생긴다.

(언론 대응과 관련해서도) 조중동한테는 '하!' 이러고 사세 약한 언론사는 개무시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또 본인이 법사위원이어도 검찰이나 법원이 조사나 재판을 받으라고 하면 열심히 임해야 한다. 어디 (검찰) 지청에서 (조사 받으라고) 나오라고 해도 어떻게든 일정 조율해서 나가야 하는 거다. '지청장은 (급이 낮아) 내가 국정감사 때 질문도 안 하는 사람인데 거기 나가서 뭐' 이러면 표가 안 나온다. 표가 안 나올 걸로 보이면 공천도 못 받는다."


이어 윤 전 총장은 "나는 이런 점에 있어서 좀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며 말을 덧붙였다.

"어디 가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삑삑 하고 그러면... 당에 충성하는 것처럼 보여야 공천도 받는다고 하는데, 당에 충성하다가 자기 인기 떨어지면 당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근데 경우에 따라 당하고 다르게 가서 '새끼, 이거 뭐야? 징계해야 되는 거 아니야? 해당행위 아니야?' 소리 듣더라도, '어? 이 자식은 지역에선 탄탄해' 이러면 공천에서 배제할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을) 공천 배제하는 순간 (당도) 같이 죽기 때문이다.

(비선출직)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위에다 잠시 '이랏샤이(적당히 비위 맞춰주는 모습을 표현)' 하다간 오히려 지가 이용당한다. 그냥 있는 대로, 상식에 맞는 짓을 하면 된다. 정치인들도 상식에 맞는 짓을 해야지 어디서 뭐 개양아치짓 하고 돌아다니면 사람들 민심이란 게 어디 가겠나? 정치에 특별히 관심 없는 사람들이 '저 사람 이미지 괜찮은데' 이러는 것과 '아우, 저거는 인간도 아닌 게 어떻게 정치를 하냐' 이러는 건 너무 다르다.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민심은 상식이다."

태그:#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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