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상업어업의 문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상업어업의 문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 타브리지 알리

관련사진보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씨스피라시>가 화제다. '요즘 애들'은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 내용을 세 줄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① 그토록 줄이자는 '플라스틱 빨대'는 바다 쓰레기 중 0.00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② 대신 바다 쓰레기 중 약 절반에 기여하는, 동시에 많은 해양 동물을 죽이는 범인은 빨대가 아닌 '수산업'이다. ③ '지구를 지킵시다'라고 주창하는 환경단체는 이 사실을 자명하게 알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빨대 쓰지 말라'는 캠페인을 '해산물 먹지 마세요' 캠페인보다 더 진심 담아 진행한다.

영화 <씨스피라시>는 담고 있는 메시지가 워낙 강력해 화제가 됐지만, 과장과 왜곡 논란도 한몫했다. 인용한 통계에 오류가 있다거나, 인터뷰 내용을 지나치게 편집했다는 거다.

망망대해 바다에 버려진 무수히 많은 쓰레기를 한 치의 오류 없이 알아낼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그리해보고 싶다. 하나하나 알아내서, 하나하나 기소하고 싶다. 전 국민, 아니 전 세계가 알아야 할 기만과 거짓을 추궁하고 드러내는 인터뷰 장면을 '지나치게' 편집하지 않는 게 더 문제 아니었을까. 

백번 물러나 모든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딱 한 장면만 보고 얘기해보자. 돌고래를 해변가 한구석으로 몰아 작살로 푹푹 찔러 죽이는 장면 말이다.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그냥 돌고래를 죽이는 그 광기 어린 살해 현장. 이 학살의 장면을 과연 그 누가 과장이나 왜곡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토록 귀여워하고 좋아라하는 돌고래 얘기다. '돌고래를 어떻게 살리지?'라고 생각했다면, 그보다 쉬운 방법을 제시한다! 돌고래를 죽일 일만 하지 않으면 된다. 인간이 돌고래를 바다에서 끄집어내지만 않으면, 돌고래는 알아서 살아갈 테니까. '내가 언제 돌고래를 죽였다고...' 싶다면 다음 방법들을 살펴보라. 돌고래를 죽이는 무난한 방법, 확실한 방법, 가장 완벽한 방법 순이다.

[무난한 방법] 작살로 찔러 죽이기

작살이 뚫은 돌고래는 옆구리에서 빨간 피를 울컥거린다. 파란 바닷물이 금세 피비린내로 물든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일본의 작은 마을 타이지(太地)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국제적으로 상업적 포경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탈퇴하고 타이지 마을에 고래 1700마리를 잡을 수 있게 허락한다. 많게는 수천 마리가 작살과 몽둥이에 맞아 죽는다. 생포해서 아쿠아리움 등에 팔기도 하고 그냥 죽이기도 한다.

돌고래가 참치류 해양 동물을 많이 먹으니, 인간이 참치를 더 많이 잡기 위해 돌고래를 죽이는 거다. 사람이 하나하나 직접 돌고래를 죽인다는 점에서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확실한 방법] 유리벽에 가두기

작살로 찌르거나 몽둥이로 때린 채 바다에 버리고 가면, 의사인 친구 돌고래가 다가와 상처를 어루만지어 돌고래가 살아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돌고래는 서로의 존재가 중요한 사회적 동물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 돌고래를 죽이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아쿠아리움에 가두는 거다. 유리벽에 가두고, 좋아하는 먹이를 대가로 주고, 훈련사와 '교류'하게끔 훈련하는 거다. '이 정도면 무난한데?'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이 방법은 돌고래를 서서히 미쳐가게 하거나, 스스로 자해하는 혹은 귀가 먹는 고통을 느끼며 서서히 죽어간다는 점에서 아주 확실하게 돌고래를 죽일 수 있다. 평생 자신이 살던 곳을 꿈꾸며 숨 막히는 좁은 창에 갇혀 살다 천천히 죽어가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한번 아쿠아리움에 갇히면 죽어야만 나갈 수 있다.

아직 국내 아쿠아리움 돌고래 사망 확률은 50%에 불과하지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교육' 목적으로 사람들이 아쿠아리움 티켓을 산다면, 기업은 이를 멈출 리 없고 사망률은 머지않아 100%에 수렴할 테다. 최근에도 매달 돌고래 사망 소식이 들린다. 한 마리 한 마리 완벽하게 죽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가장 완벽한 방법] 생선 먹기

식탁 위에 생선이 올라왔다면, 당신은 이미 돌고래를 죽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수행했다. 돌고래뿐 아니라 바다거북, 가오리, 니모의 집 산호초까지 아낌없이 죽였다. 매년 미국에서만 사람이 먹는 생선을 잡기 위해 해양 동물 90만 톤이 잡혔다 버려진다. 그나저나 '사람 400kg 어치가 죽었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데, 생각해 봄직한 표현이다.

이런 죽음을 '부수어획'이라고 부른다. 누구도 목표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잡히는 '어획물'을 칭하는 말. 한 어선에서는 8마리 참치를 얻기 위해 45마리 돌고래가 그물에 잡혀 죽었다.

프랑스 서해 바다에서는 부수어획으로 죽는 돌고래가 타이지에서 '무난한 방법'으로 죽임당하는 돌고래 수보다 10배 많다. 어선은 전 세계 어느 바다에 퍼져 있으니, 돌고래를 죽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계속 '물고기'를 주문하며 수요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묻고 싶다

코에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을 위해 대나무 빨대까지 산 당신이라면, 억울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신의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어업'은 촘촘히 짜여진 어망에 걸려 돌고래들에게 닿지 못한다. 플라스틱 빨대는 해양 쓰레기 중 불과 0.003%에 불과하고, 46%는 사람들이 먹을 물살이를 잡기 위해 사용되는 폐그물과 같은 어업 폐기물이다.

그물에는 아시다시피 문이 없다. 멸치, 고등어 등 먹으려던 '물고기'들은 어서 오고, 바다거북, 돌고래, 아기상어들은 어서 나가라고 내보내 주지 않는다. 그렇게 차별 없이 동등하게, 동물들은 수면 위로 끌려 올라온다. 천천히 숨이 멎고 몸이 축 늘어질 때, 식탁 위로 보낼 수 없는 동물들은 바다로 버려진다. 그토록 바다로 돌아가고 싶었을 테지만, 다시 바다로 돌아간 생물은 꼬리 한번 흔들지 못하고 가라앉는다. 

피 한 방울 묻지 않는 회를 새하얀 밥에 올려 입 속에 쏙 넣는 것, 손에 피 묻히지 않고 불편한 감정도 없이 돌고래를 죽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이제 묻고 싶다. 여전히 '내가 언제 돌고래를 죽였다고...' 싶은지. 돌고래를 죽이는 무난한, 확실한, 완벽한 방법이 '나'랑 정말 상관 없는 일인지.

태그:#씨스피라시, #시셰퍼드코리아, #남획, #혼획, #고래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