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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베이의 관광명소 등대
 바이런 베이의 관광명소 등대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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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파란 하늘이 보인다. 어제 온종일 내리던 비가 그친 것이다. 오늘은 바이런 베이(Byron Bay)를 둘러보기로 했다. 두어 번 가 보았으나 바이런 베이 특유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대에 올라가서 걸었던 매혹적인 산책로도 생각난다. 바이런 베이는 지금 지내고 있는 트위드 헤드(Tweed Heads)에서 가까워 부담이 없다.

고속도로를 타고 30여 분쯤 운전하니 바이런 베이를 가리키는 도로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국도에 들어섰다. 차창 밖으로 채소를 키우는 밭이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니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골 장이 열린 것이다. 지나칠 수 없다. 차를 세우고 들어가 본다.

예상했던 대로 장에는 과일과 채소가 눈에 많이 뜨인다. 다른 시골 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기농(organic)이라고 쓰인 채소와 과일이 많다는 점이다. 동네에서 채취한 꿀도 보인다. 히피 스타일의 삶을 즐기는 사람이 선호하는 양초를 비롯한 특이한 장식품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눈여겨보니 장을 찾은 사람들의 옷차림도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이다. 

과일과 채소 몇 가지를 샀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화학 비료에 노출되지 않은 과일과 싱싱한 채소가 마음에 든다. 
 
시골장에는 유기농(organic)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다.
 시골장에는 유기농(organic)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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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베이 중심가에 있는 해변(Mani Beach)에 도착했다. 해변은 생각보다 한산한 편이다. 주차할 곳도 많다. 그러나 무료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다.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도 모두 유료 주차장이다. 예전에 왔을 때 무료 주차장이었던 곳도 지금은 모두 유료로 바뀌었다. 유명세를 치르는 동네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변을 둘러본다. 해변은 한가한 편이다. 드문드문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전부다. 이른 아침이어서일까,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해변 건너편에 자리 잡은 술집은 예전과 다름없이 사람으로 붐빈다. 아침 시간이지만 맥주를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많다. 호주 사람의 유별난 맥주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동네 중심가는 여느 동네와 다르지 않게 가게와 카페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화려한 단색으로 치장된 의상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껏 멋을 부린 수많은 종류의 모자를 전시해 놓은 가게도 있다. 개성 있는 생활 양식을 선호하는 사람을 위한 거리다.  
 
이른 아침 바이런 베이 해변(Main Beach), 아직은 사람으로 붐비지 않는다.
 이른 아침 바이런 베이 해변(Main Beach), 아직은 사람으로 붐비지 않는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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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베이 상점가, 개성있는 가게가 많다.
 바이런 베이 상점가, 개성있는 가게가 많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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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중심가를 벗어나 좋은 기억이 있는 등대를 찾아 나선다. 가파른 도로를 운전해 등대에 도착했다. 그러나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다.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떠나는 차가 보인다. 운이 좋다. 주차비를 받는 중년의 여자는 돌고래가 주위에 있을 것이라며 눈여겨보라고 한다. 돌고래는 우리 동네에서도 수시로 볼 수 있다. 아마도 돌고래 구경을 하지 못한 아시안 관광객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등대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선한 바닷바람도 온몸을 휘감으며 몸속 깊은 곳까지 훑으며 지나간다. 관광객 틈에 끼어 바다를 사진에 담는다. 등대지기라는 직업이 아직도 있을까, 만약 있다면 등대지기가 되고 싶다. 어느 곳을 가도 등대는 경치가 가장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등대앞에서 많은 관광객이 태평양을 사진에 담고 있다.
 등대앞에서 많은 관광객이 태평양을 사진에 담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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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돈된 산책로를 걸어 내려간다. 산책로 옆으로 갈대가 울창하다. 조금은 떠들썩한 중국인 그룹이 서슴없이 산책로를 벗어나 갈대 속으로 들어가 단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은 자리의 갈대는 쓰러져 있어 보기에 흉하다. 눈살이 찡그려지는 행동이다. 

아주 오래전, 1970년대의 한국이 문득 떠오른다. 그 당시에 산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들꽃을 한 아름씩 꺾어 들고 하산했던 기억이 있다. 자연보호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다.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모두 했었다. 오래전 나의 행동을 떠올리며 중국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조금 걸어 내려가니 전망대가 있다. 호주 대륙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장소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일출을 호주 대륙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다. 호주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전망대 아래에서는 돌고래들이 물속을 오르내리며 숨바꼭질하고 있다.

산책로를 걸으며좋은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다. 식당을 찾아 시내 중심가로 향한다. 이번에는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장소가 보인다.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장소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식당에 갈 때는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자는 것이 평소 생각이다. 식사를 끝낸 후 걷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색 있게 분위기를 살린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있는 도로에 들어섰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먹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바닷가에 횟집이나 매운탕 집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어디를 가도 동네를 대표하는 특별한 음식을 찾기 어렵다. 바닷가에 가면 생선과 감자튀김(Fish and Chips), 내륙에는 스테이크와 햄버거가 주를 이룬다.

도로 주변의 식당을 기웃거리며 걷는데 교회 내부에 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안식교에서운영하는 식당이다. 안식교는 음식에 각별한 관심이 있다고 막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음식점을 직접 열어 손님을 받는 것은 처음 본다. 호기심이 인다.  

작은 교회 옆에 있는 공간을 이용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손님을 위해 즉흥연주를 하고 있다. 음식은 채식 위주로 몇 가지밖에 없다. 주문하려고 기다리는데 작은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음식을 약으로 삼으라는 문구다('Let food be your medicine').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을 비치해 놓았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건강식임을 자신감 있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손님의 눈길을 끄는 식당 입구에 비치된 히포크라테스의 명언.
 손님의 눈길을 끄는 식당 입구에 비치된 히포크라테스의 명언.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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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주문한 음식을 먹는다. 특별히 맛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채식 위주의 음식이 담백하다. 선입견이 있어서일까,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음식이다. 식당을 하면서 수익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님의 건강도 생각하는 음식점이 마음에 든다. 

점심을 마친 후 거리를 걸으며 바이런 베이 분위기에 젖어본다. 자동차로 동네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 잘 보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돌아가면서 히포크라테스의 명언, 음식을 약으로 삼으라는 문구를 생각한다. 의사라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의사의 윤리강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윤리적이고, 수익만 생각하는 의사가 많아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처음 선서를 하던 초심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주 이름으로 잘 알려진 '처음처럼'은 신영복 선생님의 붓글씨다. 초심을 순수한 한국말로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을 돌이켜 본다. 선생으로 지낸 삶이 대부분이다. 선생으로서 초심을 얼마나 오래 간직하며 학생들과 함께 지냈을까, 생각하면 부끄럽다.

인생의 황혼기를 여행과 함께 가다듬고 있다.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바라보라는 글이 떠오른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하루에 한 번쯤은 갖고 싶다. 하루하루를 '처음처럼' 지내고 싶다. 
 
등대에서 해변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로
 등대에서 해변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로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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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호주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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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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