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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재임 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기소 주체 분리 제안을 우회적으로 반박하면서 '수사는 소추(기소)에 복무하는 개념으로 독자적 개념이 아니다'라며, 여러 차례 수사와 기소는 분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수사와 기소는 재판을 위한 것이고, 수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교과서에도 '수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 유지를 위한 준비로써 범죄사실을 조사하고 범인과 증거를 발견·수집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가 한 덩어리라고 해서 절대 분리할 수 없고, 또 하나의 조직이 관장해야 한다는 필연성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수사가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는 말이 수사와 기소를 한 조직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수사와 기소는 꼭 한 몸이어야 하나

수사·기소 분리론은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합니다. 때로는 과잉수사로, 때로는 과소수사로 검찰 수사권은 바르게 행사되지 못했습니다. 기소해야 할 사건을 불기소처분하고, 기소하지 말아야 할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한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역사적 경험이 수사·기소 분리론의 착안점입니다.

수사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 시작합니다. 수사는 그 혐의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인데,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쫓다 보면 인지적 편향이 생겨 오류의 가능성이 숨어듭니다. 수사 도중 기소하기로 마음이 기울어지면 더욱 그럴 위험성이 커집니다. 이를 제삼자가 들여다보고 한마디 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의 확신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보이고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는 눈에 띄지 않게 됩니다. 피의자의 정당한 이익도 옹호해야 할 검사의 객관의무는 뒷전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이처럼 수사·기소 분리론은 본질론과 경험론에 바탕을 둔 개혁 방향입니다. 검찰의 본연의 임무는 수사가 아니라 공소권 행사입니다. 검찰 제도의 탄생부터 검사는 소추 담당자로 출발했습니다. 법원 옆에 검찰청을 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공소 제기, 공소 유지와 공판 참여가 검사의 주된 임무입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다른 나라의 예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에 남겨진 직접 수사권도 수사 경찰에게 넘겨주고, 궁극적으로 검찰은 기소만 전담하는 기관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기소와 공소 유지에 치중해야 법원에 대응하는 준사법기관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착각이자 오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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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기 직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와 검찰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은 과연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을 파괴해 온 숱한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을 무너뜨린 건 오남용한 검찰권 아니었던가, 검찰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군부독재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를 기억해 보면, 권력의 사유화로 파괴된 민주주의와 법치를 살려낼 기회를 걷어찬 검찰이었습니다. 미적대다가 마지못해 수사하는 시늉만 내다가, 결국 언론과 특별검사에게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엎드렸던 검찰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찰이 거악 척결의 유일한 기관인 양 호도하면서 '부패완판',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부패가 완전히 판칠 것이라는 신조어도 남겼습니다. 새로 출범한 공수처와, 논의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이 부정부패에 눈감고 손 놓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지만, 그렇지 않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검찰청의 검사가 수사해야만 법치가 실현되고 민주주의가 수호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자 오만이고 선민의식일 뿐입니다.

수사는 어디서 누가 해야 하나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는 공수처, 중요범죄 수사는 검사, 그 밖의 범죄 수사는 경찰이 각각 담당하는 방식, 곧 범죄유형에 따라 수사권을 분배하는 현행 법제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원칙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원칙은 수사조직과 기소 조직의 명확한 분리로만 실현 가능합니다. 이런 점에서 공수처와 검찰청 및 경찰청 세 기관에 분산되어 그 경계가 모호한 수사권을 국가수사청과 같은 독립수사기구를 신설하여 이 기구에 집중시킴으로써 수사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의 수사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와 함께 수사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 행사에 따라 경찰의 비대화 내지 권한 남용의 우려가 제기됩니다. 그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으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명확한 분리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수사청과 같은 독립수사기구의 신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방안이면서 동시에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경찰청의 수사조직과 인원이 수사청으로 이전하면 지극히 당연하게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이 분리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립수사기구 설치는 장기적 과제여야 합니다. 물론 여당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아 있는 중대범죄 수사권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야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초에 '검찰개혁 시즌2'에 속도를 내다가 지금은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수사·기소 분리의 방향성에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경찰의 국가수사본부와 공수처의 안착이 우선입니다. 6대 범죄만 수사하는 수사청을 추가로 설치할 것인지, 모든 수사를 국가수사본부에서 할 것인지는 경찰 개혁과도 맞물려 있기에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해 추진해야 할 중장기 과제입니다.
 
 지난 6월 9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문재인정부 4년 검찰보고서 - 미완성 검찰개혁 철옹성 검찰권력>을 발간했다
 지난 6월 9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문재인정부 4년 검찰보고서 - 미완성 검찰개혁 철옹성 검찰권력>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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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하태훈 님은 참여연대 공동대표이자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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