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민주노총 양경수 신임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크든 작든 기업하는 분들은 최근 '주52시간 근무제'를 많이 언급한다. 주52시간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우리 업종 특성에는 맞지 않는다'는 분들이 가장 많고, '영세기업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들이 그 다음으로 많다.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주52시간제를 비롯해 최저임금과 중대재해법 등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밥상머리 노동 이슈 대화에 민주노총 위원장을 초대해보면 어떨까. 노사협상 말고 그냥 편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노동 이슈라는 게 원래 정답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월급 주는 사람의 마음 다르고 월급 받는 사람의 마음 다르기에 자주 만나 서로의 입장도 헤아려보고 더 나은 대안도 찾아야 창의적인 조직, 공정사회가 될 수 있지만, 어디 현실이 그런가. 언론이라도 대화창구 역할을 해야 하지만 외려 싸움만 부추기는 게 다반사. 그래서 좀 다른 시도를 해봤다. 보수신문과 민주노총 위원장의 가상 대화, 주제는 주52시간제부터 네이버의 직장 괴롭힘 사망까지 요즘 이슈로 잡았다. 

방식은 먼저 주52시간제와 관련해 가장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보수신문의 기사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은 내용에 대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 내용은 가상대화 형식으로 정리했다. 기사는 <한국경제>와 <조선일보> 기사였으며, 양경수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8일 오전 전화로 이뤄졌다.

주52시간제 시행 연기하라는 보수언론
 
한국경제 온라인 기사 (2021.6.6) 온라인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온라인 기사 (2021.6.6) 온라인 기사 갈무리
ⓒ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보수신문 : 오는 7월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주52시간제가 확대 시행될 예정입니다. 국내 제조기업의 98%는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체 제조기업 종사자의 약 51%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 30%를 더 고용해야 하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생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영세기업들은 7월이 두렵습니다. 업종 특성을 감안해 주52시간제 시행연기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한국은 여전히 노동시간이 긴 사회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도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긴 노동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제를 꽤 오랜 기간 주장해왔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기준 자체가 주 52시간으로 오히려 후퇴해버렸어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건강 문제, 안전 문제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노동력 재생산도 가능한데 자본과 이윤의 논리로만 접근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주로 잔업 등 노동자들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발판으로 유지해왔는데 더이상은 안됩니다. 앞으로 주 40시간 노동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주목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신문 : '코로나 이후 주문은 조금씩 들어오지만 사람 구하기 너무 어렵다'는 게 영세 제조업체 대표들 말입니다. 영세한 중소기업엔 오지 않으려 한다는 거죠. 더구나 인건비 부담도 커졌어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다 최근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마저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일할 사람이 부족한데 이렇다할 대안도 없이 주52시간제를 적용하는 것은 그동안 한국 경제를 뒷받침해온 뿌리기업들을 쓰러지게 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양경수 위원장 : 사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할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게 임금, 복지, 그리고 고용의 안정성입니다. 영세기업들이 인력난을 겪는 이유는 최저임금만 주거나, 저임금에 비해서 노동강도는 세고 고용의 안정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과거에는 대기업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공공기관 쪽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보다 임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고용안정성이 담보되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영세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혹은 복지, 또 정규직 고용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열악한 조건을 내걸고 거기에 사람이 안 온다고 탓을 해서는 안됩니다. 

수입 감소, 저녁 있는 삶이 무슨 의미? vs. 잔업 없인 못사는 임금체계가 문제

보수신문 : 경북 구미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다음 달부터 퇴근 후 대리운전을 하려고 알아보고 있습니다. 평소 주 68시간을 근무하며 기본급 180만원에 각종 휴일 수당과 야근 수당을 포함해 340만원가량을 받아 왔는데, 다음달부터 주52시간제가 시작되면 월급이 280만원가량으로 줄어들어 18개월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쉽니다. 이처럼 그동안 야근수당 챙겨 생활해오던 영세기업 근로자들은 '돈이 없는데 저녁이 있는 삶이 무슨 의미냐'며 주52시간제 시행을 오히려 두려워 합니다.

양경수 위원장 : 예 맞습니다. (많은 영세업체들의 경우)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임금이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죠. 한국 사회의 임금체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기본급으로 불리는) 고정급 비율보다 (특근수당 등) 변동급 비율이 굉장히 높게 책정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 변동급 비중이 약 40% 가까이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노동시간이 줄거나 특근이나 잔업이 줄어들면 생활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때문에 저는 급여체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생활에 충분한 임금을 보장하고, 이를 미끼로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기본임금을 보장하고) 추가 근무는 주 52시간으로 시간을 제한해야 합니다. 

보수신문 : 그런데 이런 영세업체 노동자들은 노조도 대부분 없고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임금 체계를 바꿀 수 있죠?

양경수 위원장 : 저희가 작년에 요구한 '전태일 3법' 중에 하나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법개정 요구를 계속 하고 있어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잔업수당이든 야근수당이든 특근수당이든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휴가 자체도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직장갑질금지법에서도 제외되어 있어요. 그러다보니 사실상 해고 유예에 대한 의무도 없습니다. 전체 노동자의 30~40%를 차지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보완을 통해 노동시간 문제는 최저임금 등 임금체계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자들의 최저생계와 건강권을 함께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52시간제가 벤처 싹도 자른다 vs. 더이상 열정페이 강요해선 안돼
 
 6월 7일자 <조선일보>가 보도한 "주52시간, 벤처 싹도 자른다... 실리콘밸리식 성공신화 힘들어" 제하의 기사.
 6월 7일자 <조선일보>가 보도한 "주52시간, 벤처 싹도 자른다... 실리콘밸리식 성공신화 힘들어" 제하의 기사.
ⓒ <조선일보> 보도 캡쳐

관련사진보기

   
보수신문 : 주52시간제가 벤처 싹도 자른다. 사무실에서 먹고자며 일하며 기업 일구던 실리콘밸리식 성공신화도 힘들어졌다. 주52시간제 도입 초기부터 제기되어온 '업종특성' 관련 사항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양경수 위원장 : 저는 더이상 우리 사회가 열정페이를 강요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IT업계라고 해서 무분별하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알기로 한국에서 자회사가 가장 많은 기업이 전통적인 재벌 대기업이 아니라 카카오예요. 네이버같은 경우도 자회사가 100개가 넘습니다. 자회사의 경우 그 회사의 아이템이나 기술력을 이관받고 팔아치워버리는 게 IT업계의 생리거든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다는 건 더 짧은 시간에 그들의 기술력을 흡수하고 내다버리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고용정책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IT업체들이 자회사 정책을 바꿔 직접 고용해서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기업이 이윤추구를 하는 것도 맞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 활동도 병행해야 기술 개발도 될 수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인정해줘야 빠르게 개발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겁니다.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는 장시간 노동의 문제, 무분별한 자회사 정책이나 프로젝트를 위해 사람들을 단기간 고용하는 문제들이 개선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보수신문 : 요즘 터진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은?

양경수 위원장 : 사실 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예요. 해당 임원이 네이버에 있을 때도 넷마블에 가서 일할 때도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문제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2019년에 네이버로 다시 돌아올 때도 (네이버) 노동조합이 공식적으로 반대했어요. 하지만 (회사는) 묵살했고 그 결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거죠. 관리자들의 문제나 노동현장의 시스템 문제에 대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훨씬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도로에 '사망사고' 표시하듯 산재사망 지도 만들자"
 
 민주노총 양경수 신임 위원장
 민주노총 양경수 신임 위원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가상 대화는 여기까지. 인터뷰 말미에 기자는 양 위원장에게 물었다. 300kg 쇳덩이 압사, 지게차 사고 등 안타까운 산재 사망사고 소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럴 때 노동계에서는 언론에 대해 어떤 점을 바라고 있냐고. 특히 지역언론에 대한 바람도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기자 : 중대재해법 시행을 반년 앞두고 노동계와 재계 모두 개정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타까운 사망사고 소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럴 때 언론보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양경수 위원장 : 중대재해 문제가 최근 많이 이슈가 되고 있고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는데 최근에 중대재해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매년 2400명 정도, 하루 7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있었습니다. 언론들이 보도하기 시작하니까 최근 중대재해가 급격하게 불어난 것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저는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언론이 지속적으로 감시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주식 동향은 매일 언론에서 다룹니다. 주가가 얼마고 코스닥, 코스피가 얼마고 매일같이 정보를 주거든요. 언론에서 매일 노동자들의 산재사망 숫자를 알려주고 이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 인식 자체가 굉장히 빠르게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지표도 중요하겠지만 언론이 노동자들의 안전지표도 그만큼 비중 있게 다루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 지역언론에 대한 바람은?

양경수 위원장 : 지역언론은 특히 지역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중대재해 문제를 더 깊이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행하는 부당노동 행위나 부당한 조치 때문에 노동자들이 희생된 곳이라고 알려지면 주변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겠죠. 그래서 민주노총에서는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지도를 만들어볼 생각이예요. 예를 들어 길을 가다보면 교통사고 사망사고 발생지점을 표시해 놓고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한 곳에 그런 표지판을 붙여놓으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도 경각심을 갖고 조심할 수 있습니다. 또 해당 기업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경고의 의미도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기사>
"이 와중에 주 52시간, 더 버틸 힘 없다"…중소 제조업 '비명' (한국경제 온라인기사, 2021. 6.6)
"영세기업들 '주52시간 시행' 7월이 두렵다 (조선일보 온라인기사, 2021. 6.7)
'車부품공장 30代, 월급 340만→280만원으로 줄어' (조선일보 온라인기사, 2021. 6.7)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농업 저널리즘을 연구해 경제학박사학위를 받고 FM 99.9 경기방송 편성책임자로 일하던 중 제보-부당해고-복직-폐업으로 이어지는 아수라를 겪으며 현재 경기지역 공영방송의 꿈을 향해 뚜벅뚜벅 갑니다. 이달의 피디상 2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2회, 한국방송대상 1회 수상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