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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6월3일자 1면 보도
 <중앙일보> 6월3일자 1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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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재벌 총수 사면 분위기를 띄우면 정부가 '못 이긴 척' 받아들이는 일이 다시 반복될까?

최근 보수 언론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에 불을 지피면서, 정부여당의 기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4대 그룹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사면에)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말한 데 이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6일 언론 인터뷰에서 '가석방' 가능성을 언급했다.(관련기사 : 이재용 사면 건의에 문 대통령 "고충 이해, 공감 국민 많아" http://omn.kr/1tn5q)

지난 2009년 12월 31일 이명박 정부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 사면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2009년과 2021년 비교해봤다

과연 언론들이 삼성 총수 부자 사면론을 어떻게 띄웠는지, 12년 전 이건희 사면 보도와 올해 이재용 사면 보도를 비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25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2년6개월형이 확정돼 내년 7월 만기 출소할 예정이지만, 삼성그룹 지배권 불법 승계 관련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지난 4월 28일 이건희 미술품 기부 등 사회 환원과 상속세 납부 계획 발표를 전후로 이재용 사면론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재용 사면 찬성 의견이 60~70%대로 높게 나타났다.

실제 사면이 이뤄질 경우 12년 전 아버지 뒤를 이은 '세습 사면'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14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지만, 4개월 만에 특별 사면됐다.

12년 전과 지금 모두 보수 성향 언론과 진보 성향 언론 사이의 논조 차이가 뚜렷했다. 한때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중앙일보>를 비롯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은 이건희 부자 사면 분위기를 띄우는 보도가 대부분이었고, 비판하는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진보 언론은 사면을 비판하는 보도가 대부분이고 우호적인 보도는 거의 없었다.

[보도량] 사면에 긍정적 논조, 이건희 29% → 이재용 39%... 부정적 논조의 2배
  
삼성 총수 부자 사면 보도를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이재용 사면 보도가 집중된 최근 2개월간(2021년 4월 7일~6월 7일) 보도와, 이건희 특별 사면 전후 2개월간(2009년 12월 1일~2010년 1월 31일) 보도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먼저 내용(논조) 분석을 위해 신문 스크랩 서비스인 '스크랩마스터'에서 6개 일간지 지면에 실린 기사를 검색했더니, 이건희 사면 관련 보도는 119건, 이재용 사면 보도는 150건이었다. 보도 내용이나 논조가 사면에 우호적이면 '긍정', 비판적이면 '부정'으로 구분하고, 긍정과 부정 양면을 함께 보도하거나 명확한 구분이 어려울 경우 '중립'으로 분류했다.

이건희 사면 보도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중립' 비중이 45.4%(54건)로 가장 높았고, '긍정' 28.6%(34건)과 '부정' 26.1%(31건)로 서로 비슷했다. 하지만 이재용 사면 보도의 경우 '중립' 비중은 45.3%(68건)으로 비슷했지만, '긍정' 보도 비중이 38.7%(58건)로 '부정' 16.0%(24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건희와 이재용 사면 보도 비교해보니.... 일간지 지면 기사 내용 분석
ⓒ 고정미
  
언론사별로 따지면 편중 양상은 더 심각했다. 이건희 사면에 대해 긍정 보도는 <중앙>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아> <한국>는 각각 9건, <조선>은 6건, 한겨레와 경향은 0건이었다. 전체 보도에서 '긍정' 보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과 <중앙>이 각각 64.3%, 62.5%였다. 반면 '부정' 보도는 한겨레가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향>은 6건, <조선> 2건, <중앙> <동아> <한국>은 0건이었다. <한겨레>의 '부정' 보도 비중은 62.2%였다.

이런 양상은 2021년에도 이어졌다. 이재용 사면에 대한 '긍정' 보도는 <중앙>과 <동아>가 각각 19건, <한국> 9건, <조선> 8건이었던 반면 <경향>은 2건, <한겨레>는 1건에 그쳤다. '긍정' 보도 비중은 <중앙>이 61.3%로 가장 높았다. '부정' 보도는 <경향>이 14건(58.3%), <한겨레> 10건(45.5%)이었고 나머지 매체는 모두 0건이었다.

보수와 진보 매체의 논조 차이는 이건희 사면 결정이 보도된 2009년 12월 30일자 신문 사설 제목에 분명하게 나타났다. <중앙> <동아> <한국> 논조는 우호적이었던 반면, <한겨레> <경향>은 비판적이었고, <조선>은 비교적 긍정과 부정 양면을 모두 담았다.
 
[중앙]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위한 국가적 선택 (긍정)
[동아] 사면되는 이건희 회장, 국민 기대 부응하기를 (긍정)
[한국] 이건희 '올림픽 사면' 성과가 있어야 (긍정)
[조선] 이건희 前 삼성 회장의 사면에 대하여 (중립)
[한겨레] 이 전 회장 사면, 법치주의가 부끄럽다 (부정)
[경향] 이 대통령의 군색한 이건희 사면 논리 (부정)
 
이는 문 대통령의 이재용 사면 관련 발언을 보도한 2021년 6월 3일자 신문 사설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중앙> <동아> <한국>은 문 대통령의 사면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면을 촉구했고, <한겨레>는 사면 논의 자체를 비판했다.
 
[중앙] 이재용 사면에 "공감하는 국민 많다"면 미룰 일 아니다 (긍정)
[동아] 기업에 '대담한 역할' 주문한 文, 투자 걸림돌부터 없애줘야 (긍정)
[한국] 이재용 사면 건의에 "고충 이해한다"고 한 문 대통령 (긍정)
[한겨레] 문 대통령-4대 그룹 '이재용 사면' 논의, 유감이다 (부정)

[연관어 분석] 이건희 때 명분은 하나로 수렴... 이재용은 이것저것 다 끌어와

이번에는 언론 보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건희와 이재용 사면 보도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분석 결과, 이건희 사면 관련 2개월간 보도는 47개 매체 513건이었고, 이재용 사면 관련 최근 2개월간 보도는 54개 매체 583건이었다. 2009년 12월 이건희 사면 당시 언론재단에 기사를 제공하지 않은 <조선일보> 등 일부 매체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건희 사면 보도 연관어 분석
ⓒ 고정미
 이재용 사면 보도 연관어 분석
ⓒ 고정미
 
정확성이 높은 상위 100개 기사의 연관어 분석 결과, 이건희-이재용 사면 보도 모두 '청와대'(이건희 보도 1위, 이재용 보도 2위)나 '이명박 대통령'(이건희 3위), '문재인 대통령'(이재용 1위) 등 사면 주체의 가중치가 상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이건희 사면 보도에선 '동계올림픽 유치'가 2위였고, 사면을 건의한 '대한상공회의소'(5위)를 비롯해 'IOC'(6위), '프로스포츠단체협의회'(10위) 등 경제단체와 스포츠 단체들이 많이 눈에 띈다.

반면 이재용 사면 보도에선 '한미정상회담'이 3위였고, '반도체'도 5위였다. 이밖에 'SK', 'LG', '현대자동차' 등 사면을 건의한 경제인들과 경제단체들도 다수 들어가 있다. 심지어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기장군수, 경북상공회의소, 종교계 등 이재용 사면을 건의한 지자체장과 지역단체까지 주요 연관어에 포함됐다.

이건희의 경우 '평창올림픽 유치'라는 단일한 명분이 뚜렷했던 반면, 이재용은 상대적으로 '한미정상회담' 뿐 아니라 '반도체 위기론'까지 끌어오는 분위기다. 또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예술계 사면 요구까지 활용해 전방위 여론전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권력 앞에서는 비굴한 언론" 커지는 비판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5월 2일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 관련 보도 모니터 결과 언론이 '이건희 찬가'를 불렀고 '이재용 사면론'으로 확산시켰다고 비판했다.(관련기사 :  '이건희 찬가'와 '이재용 구하기'... 언론에 넘쳤다 http://omn.kr/1t322)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언론에서 삼성을 찬양하는 보도를 하면, 여론조사에 반영돼 '이재용 사면 찬성'이 60% 이상 나오고, 그걸 다시 언론이 여론이라는 식으로 보도해 사회 의제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삼성 편들기 보도 때문에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인 민주주의와 공정, 법치주의조차 삼성의 이익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재벌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언론의 광고·협찬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삼성 종속화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면서 "언론이 정치권력 감시엔 큰 목소리를 내면서 정작 경제권력 핵심인 삼성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론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삼성 찬가, 이재용 구하기' 보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부회장 사면은 물론 가석방 움직임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사무국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일부 언론이 이재용 사면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만 보도하고, 반대하는 여론은 잘 전달하지 않는 공정성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도 이재용 사면에 대한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어 언론만 탓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무엇보다 사면 주체인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 불가)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여론 눈치를 살피며 입장을 바꿀 수도 있는 것처럼 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언론이 먼저 사면 분위기를 조성하면 정부도 마지못해 따라가는 식으로 정치적 부담을 덜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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