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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어때?"

가끔 친구들과의 단톡방이 울린다. 울산으로, 일본으로, 스페인으로, 한 명씩 떨어져 살아 몇 년에 한 번씩 얼굴 한번 보기 어려웠던 우리는 코로나19가 찾아온 뒤로 오히려 연락이 더 잦아졌다.

그간 우리가 사는 곳의 팬데믹 상황은 각 지역의 문화 차이만큼이나 다르고 다이내믹했다. 내가 사는 바르셀로나는 팬데믹이 시작할 무렵 아주 대단했는데, 다행히 두 번째, 세 번째 파도가 이어지는 동안은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파도를 타고 하루 확진자 수는 이리저리 출렁였지만, 사망자수는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기다리고 지켜보는 스페인 사람들
 
 돌아보면 지난한 팬데믹을 거쳐 오는 동안 나는 대체로 이곳 민심이 뿔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돌아보면 지난한 팬데믹을 거쳐 오는 동안 나는 대체로 이곳 민심이 뿔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 한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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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파도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랬는지 봉쇄가 풀린 뒤로 지금까지 실외건 실내건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를 열심히 해왔다. 특히 노인들에 대해 조심하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평소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끼리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애가 대단해 대가족으로 자주 모이기로 소문이 난 이곳의 문화를 생각하면 코로나19 이후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매주 주말이면 부모님 댁을 방문하고 가까운 친척들도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곤 하던 이들이 백신을 맞기 전까지는 부모님을 뵙지 않겠다는 말들을 할 때 나는 자못 놀랐다. "우리도 규칙이야 많지, 안 지켜서 그렇지"라던 내 친구 C의 말마따나 줄을 서고 규칙을 지키는 일로 크게 이름나지 않은 이곳 문화를 생각했을 때 방역은 대충만 지켜질 거라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 조심한 덕인지, 스페인은 올해 들어 다른 유럽의 나라들처럼 부분 봉쇄나 학교를 닫는 일을 겪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밤 10시나 11시 이후로는 통금을 두고 상점과 레스토랑 이용에 제한을 두는 수준이었다. 그간 꾸준히 이어져온 백신 접종 덕도 있을 것이다. 6월 들어 스페인에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맞은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40퍼센트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월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과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백신 접종은 80대 이상, 70대 이상 등으로 점차 나이대를 낮춰 오다가 최근에는 72년부터 76년생들이 대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화이자와 모더나로 접종을 시작했는데, 60대 이상이 접종 대상이 될 무렵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최근 진행 중인 45-49세 층에는 다시 화이자와 모더나를 사용한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7월에는 들어오는 백신 물량이 많아진다니 그때는 내 차례가 오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알 수 없는 것이, 이곳에는 도통 잔여 백신을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가 없다. 백신 접종을 훨씬 늦게 시작한 한국에서 동생이 잔여 백신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먼 산을 봤다. 독일에서는 물량이 많았던 아스트라제네카를 개인 병원들로 풀어 원하는 사람에 한해 젊은 사람들도 맞도록 한다는 소식이 벌써 들렸는데, 스페인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일도 있다. 지난 5월 아스트라제네카로 1차 접종을 한 뒤에 화이자로 2차 접종을 하게 되면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한 사람들에게 2차 접종을 화이자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신에 대해서 다들 호불호가 있겠지만, 스페인에서는 백신 반대가 크게 세력이 된 일이 아직 없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에 대한 뉴스들은 이곳에서도 조명을 받았지만, 백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부작용이나 사망자가 생기고 있다는 기사가 크게 화제가 된 일도 없다.
 
백신 접종 기다리는 시민들 4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일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00일이 된다.
▲ 백신 접종 기다리는 시민들 4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일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00일이 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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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백신을 맞고 가벼운 부작용이 생길 경우 백신 휴가를 낼 수 있다는 기사를 접했는데, 이곳에서는 그것이 큰 뉴스 거리가 되지 않는다. 누구든 무슨 이유로든 아프면 의사에게 가고, 확인 서류를 회사나 학교에 제출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백신 부작용이라고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돌아보면 지난한 팬데믹을 거쳐오는 동안 나는 대체로 이곳 민심이 뿔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정치나 정책을 두고 이견이야 여기라고 없을 리 없지만, 이곳의 민심은 대체로 기다리고 지켜보는 편이었다. KTX가 아니더라도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지중해성 낙천이 이들 마음속에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팬데믹 위의 길은 계속 된다  
 
 친구를 만나 어느 테라스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대부분인 코로나 이후의 일상.
 친구를 만나 어느 테라스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대부분인 코로나 이후의 일상.
ⓒ 한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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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볼까?"

이번에 메시지를 울리는 건 친구 J다. 봉쇄 이후 지금까지 내 삶은 잔잔한 파도 같았다. 집에서 일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간혹 야외로 나들이를 다녀오거나 친구를 만나 어느 테라스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스페인의 태양이 이마 위로 쏟아지고, 친구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에 고개를 끄덕이고 깔깔 웃는다.

"나는 아이도 없으면서 매일 슈퍼로 장을 보러 가. 그게 내 유일한 나들이야."
"아무래도 이번 여름에는 백신 접종이 어려울 거 같아. 그래서 캠핑카로 덴마크나 다녀오려고."

나는 아이가 있어서 매일 슈퍼를 못 간다. 일을 마치고 아이를 데려오고 내 분량의 집안일을 하려면 슈퍼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해놓고 메모해서 다녀와야 시간을 쓸 수 있어서다. 캠핑은 흥미롭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 아마 앞으로도 갈 것 같지 않다. 
 
 백신을 맞고 나면 이제 다 괜찮아질까? 누구라고 답을 알까.
 백신을 맞고 나면 이제 다 괜찮아질까? 누구라고 답을 알까.
ⓒ 한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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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나와 다른 J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열린 문 너머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본다. 내가 하지 않았을 법한 일들을 종종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걷지 않은 어느 삶의 길을 알아간다. 

백신을 맞고 나면 이제 다 괜찮아질까? 누구라고 답을 알까. 아무도 걸어본 적 없는 팬데믹 위의 길, 그 끝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불안하게 하지만, 그래서 나는 되뇐다. 괜찮아. KTX가 아니더라도 목적지로 가고 있는 거야. 

한편, 스페인 정부는 7일(현지시간) 입국 14일 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의 관광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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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살고 있는 연구자입니다. 바르셀로나의 폼페우 파브라 대학에서 박사를 마치고 박사 후 연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사이언스타임즈에 객원기자로도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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