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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 천왕봉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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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회를 앞두고 섣달그믐 같은 기분으로 가볍게 등산했다. 오는 금요일에는 날씨도 좋을 듯하고, 철쭉도 만개하여 기분 좋은 500회 기념 산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주말에는 지리산이 몸살을 한다. 이번 주말은 더 심할 듯하다. 주말을 피해 500회 기념 등반 계획을 하길 잘한 것 같다."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78, 경남 진주) 수필가가 지난 5월 29일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온 뒤 밝힌 소감이다. 그는 이날 올해로 32번째, 평생 499번째 천왕봉 등반을 했다.

그는 오는 6일 4일 500번째로 천왕봉에 오른다. 그는 이날 오전 7시 40분경 산청 시천면 중산리를 출발해 오전 11시경 정상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의 500회 등반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많다. 그는 천왕봉을 다녀올 때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렸고, 이에 '500회 등반'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연세도 적지 않은 그가 천왕봉에 오를 때면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지난 봄 지리산을 오르다 만났던 김아무개(47, 창원)씨는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해 오신 것 같아 부럽다"고 했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정동호 수필가는 경남수필문학회 회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정년퇴직 무렵 동료들과 함께 올랐다가 이후 횟수를 헤아려 가며 천왕봉에 올랐다. 그는 천왕봉 등반을 다녀올 때마다 블로그에 기록을 남겨 놓았다.

그는 중산리-칼바위-망바위-법계사-마당바위-개선문-천왕봉을 오르내린다. 왕복 6시간 내지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칠순을 앞두고 2011년 4월 2일 등반했을 때 그는 "날씨도 춥지 않고 덥지도 않고 바람도 없어 놓았으나 황사가 있어 전망은 별로였다"며 "주위분들이 자주 걱정을 해주지만, 지리산만 오르면 늘 기분이 만점이다"고 했다.

그는 "칠순을 눈앞에 둔 나이요, 무릎도 부실하고 기력도 달린다 해서 한 발짝 한 발짝을 조심하며 반은 지팡이에 의지하며 오른다"며 "아름다운 자연을 주고 감상할 수 있게 건강까지 주심에 늘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5월 24일 498번째 등반 때 그는 "500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까마득하게 먼 길이었다. 아직은 무릎이나 다른 몸 조직에 큰 이상이 없으니 축복이다"며 "그동안 페이스북 친구들의 따뜻한 격려와 댓글이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이어 "(500회 등반하는) 그날 미세먼지도, 황사도 없이 맑은 하늘에 좋은 날씨였으면 좋겠다. 천왕봉 언저리 철쭉도 그 때쯤이면 화들짝 반겨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천왕봉 마니아" 정동호 수필가.
ⓒ 천왕봉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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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수필가는 2020년 1월 27일 400회 등반을 했고, 1년 4개월여만에 100회를 더한 것이다.

그는 "당초 예정대로 했다면 500회 등반은 오는 8월 즈음이었다. 여름이면 한참 더울 때이고, 천왕봉 주위 철쭉이 좋아 그 시기에 맞춰보자는 생각이 좀 앞당겼다"고 했다.

'건강한 등반'에 대해 그는 "너무 힘들게 올라가지 말고, 경쟁하듯이 오르지 말고, 자기 몸 상태에 맞게 '우보천리'라고 소걸음처럼 꾸준하게 오르면 된다"며 "차근차근, 사부작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고 했다.

정 수필가는 "산에 오르내릴 때 마주치는 사람들한테 인사를 하는데, 요즘 젊은 분들은 인사를 잘 안한다"며 "서로 인사를 나누다 보면 피로도 풀리고 격려도 된다. 인사를 건네면 반응을 보이면 좋다"고 했다.

안타까움도 있다. 그는 "지리산 자랑거리 하나가 구상나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많이 말라 죽는 것 같아 아쉽다. 겨울을 지나고 나니 살아 있는 나무가 별로 없을 정도다"며 "기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고 했다.

"가족들이 걱정하실 것 같다"고 했더니, 그는 "가족들이 처음에는 걱정을 하더니 요즘은 다 포기했다. 자식들도 염려를 하다가 지금은 천왕봉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제 경험으로는, 나이 들어 갑자기 산에 다니는 건 무리다. 젊어서부터 꾸준하게 다니는 게 좋다. 등산을 자주 하니 육체적인 건강도 좋고 정신정간도 좋다. 혈관이며 심장, 관절이 더 튼튼해진 것 같다. 평지를 걸어도 좋지만 별로 운동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약간 경사지를 타는 게 좋다고 본다. 건강은 개인이 지키는 것이다. 지리산 오르기에 겁을 내지 않아도 된다."

<관련기사> "내 나이 77살, 유튜브 가짜 헛소리보다 이게 더 낫다" http://omn.kr/1ooc3 (2020년 8월 22일)

태그:#지리산, #천왕봉, #정동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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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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