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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음식점,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 2435곳의 방역 현황을 점검한 결과 970곳(39.8%)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방역 수칙을 피하는 '사람 쪼개기' 때문에 방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일터의 '노동 수칙'인 근로기준법을 피하기 위해 악덕 사용자들의 '회사 쪼개기'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혜수씨는 지난해 초 A회사에 회계 담당으로 입사했습니다. A회사의 인원은 4명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은 건물, 같은 사무실에 B회사가 있었습니다. 대표이사도 동일인이었습니다. B회사는 10명 정도 일했습니다. 입사할 때 A회사에서는 혜수씨에게 "B회사를 같은 회사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A와 B회사 직원들은 칸막이도 없는 같은 사무실에서 뒤섞여 일했습니다.

혜수씨는 A회사의 세금 신고, 급여 지급, 계산서 발행, 입출금 업무 등 회계 업무를 했습니다. 그녀가 회계 업무를 잘 하자, 회사에서는 B회사의 총무회계 업무를 요청했습니다. 그는 두 회사의 회계 업무를 혼자 맡아서 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일을 했습니다. 세무사 사무실에 맡겼던 B회사의 회계업무는 혜수씨가 도맡아 처리했습니다.

두 회사 일 도맡아 처리

혜수씨는 두 회사 업무를 하는 일은 할 만했지만, 괴팍한 상사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상사는 얘기를 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가 잘못했으니까 그렇지"라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상사는 이견을 내는 걸 용납하질 않았습니다. 사람들 다 있는 데서 "아, 그렇게 하셨어요?"라며 빈정거렸습니다.

상사는 거짓말도 스스럼 없이 했습니다. 그녀가 하지도 않은 말들을 대표에게 하고, CCTV를 돌려서 보며 그녀에게 창피를 줬습니다. "야, 너 미쳤냐, 지x 하네"라는 말들을 들을 때면 정말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같이 입사한 동료들은 3개월도 되지 못해 그만뒀습니다. 그녀는 참고 견뎠습니다.

회사는 야근이 많았습니다. 혜수씨는 일과시간에 최대한 일을 해서 야근이 많지 않았지만 다른 직원들은 특히 월말과 월초에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습니다. 토요일에도 근무를 했고, 법정공휴일에도 일했습니다. 그러나 야근수당, 휴일근무수당은 없었습니다. A회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각종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그녀는 A회사를 폐업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A회사 직원 2명은 대표의 남편 회사로 갔습니다. 그녀도 고용이 승계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구인 사이트에서 B회사 회계직원을 뽑는 공고를 봤습니다. 상사가 혜수씨를 쫓아내고 다른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회사는 폐업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쫓겨났습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두 회사의 회계업무를 열심히 했는데,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 예고도 없이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혜수씨는 화가 났습니다. '회사 쪼개기'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이 된 것인데,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했습니다. 그녀는 노동청에 해고 예고 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습니다.
 
 27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권리찾기유니온,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3차 고발 접수 기자회견에서 가오나시 캐릭터 분장을 한 참석자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2020.10.27
  27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권리찾기유니온,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3차 고발 접수 기자회견에서 가오나시 캐릭터 분장을 한 참석자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2020.10.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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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대리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본사 정책이 바뀌어 상품 판매가 어려워졌다며 지점장이 사직서를 내라고 합니다. 지점장님은 퇴직금을 주기 어렵다며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퇴직금은 당연한 권리인데 무슨 딜을 하자고 하는지, 이렇게 해고를 해도 되는지 너무 속상합니다." (2021. 4)

"최저임금 받으며 일합니다. 매일 3시간 야근을 하고, 휴일에도 일합니다. 그런데 야근수당도 없고, 휴게시간도 없습니다. 입사 시 4대 보험도 가입해 주지 않았습니다. 최근 매출이 안 나온다며 사장이 그만두라고 하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어려울까요? 같은 사장이 다른 매장도 운영하고 있는데, 같은 회사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2021. 2)
 
고용노동부는 두 법인이 동일한 장소에 있는 경우 하나의 사업으로 봅니다. 두 법인이 다른 장소에 있어도 각 법인이 독립성이 없으면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두 법인이 인사, 노무관리, 회계 등이 명확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라면 하나의 사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행정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혜수씨가 일한 A회사와 B회사는 동일한 장소에 있고, 두 법인이 독립성도 없고, 인사와 회계를 동일하게 운영했고, 출퇴근 리스트나 연차관리 대장을 하나의 문서로 처리했기 때문에 법인이 달라도 하나의 사업을 운영하는 동일 사업장입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 연차휴가,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를 할 경우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해고는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폐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 사유 역시 정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경우 부당해고로 인정받을 수 있고,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을 경우 금전 보상을 청구해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혜수씨는 5인 이상 사업장이기 때문에 연차휴가 및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 수당 규정이 적용됩니다.

회계업무를 담당한 혜수씨는 두 회사가 동일한 회사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고, 출퇴근 기록 파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직장인들은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방역 수칙에 걸리지 않기 위해 '사람 쪼개기'를 하는 것처럼, '노동 수칙' 근로기준법을 피하기 위해 '회사 쪼개기'를 하는 못된 사용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전수조사를 벌여, 동일한 장소에 두 개의 법인이 있는 회사에 대해 불시 근로감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해야 합니다. 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 최우선적으로 적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국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일한다고 마음대로 해고 당하고, 갑질 당해도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350만 명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덧붙이는 글 | 박점규 기자는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입니다.


태그:#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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