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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규탄 기자회견
 4월 13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규탄 기자회견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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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지 4주가 지났다. 전국에서 연일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대학생들은 "방류 결정 철회"를 외치며 삭발식을 강행했고, 어민들은 '바다는 폐기물 처리장이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바다로 나섰다. 전국 지자체와 의회에서는 잇따라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교육감들은 일본산 수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의 우려와 반대에도 일본 정부의 태도는 변함없다. 지난 4월 28일 일본어업협동조합 대표들과 진행한 회의에서 "해양 방출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다시 한번 의지를 밝혔다. 위험하다는 것은 헛소문일 뿐 계획대로 정화하고 기준치 이하로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해양 방류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아래 IAEA)는 성명을 통해 '일본의 해양 방류 결정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고, 미국도 일본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국제 기준에 따라 방류를 진행하도록 당부했다. 

국내 원자력 공학자들도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국내로 유입되는 양이 적어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일본이 공개한 데이터를 근거로 계산한 결과, 우리 국민이 받는 방사선 피폭선량은 기준치 이하이며, 오히려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가짜 뉴스로 국내 원전 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내 학자들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일본의 데이터를 근거로 핵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기준치 이하면 피폭 되도 괜찮다는 주장이 더 섬뜩하다. 피해가 미미하다는 미명아래 오염수 방류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왜 국제기구와 소위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우려 앞에서 기준치를 들먹이며 괜찮다고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과학적 근거 없는 방류 계획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 모습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 모습
ⓒ Greg Webb / IA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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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2022년 137만 톤으로 늘어나는 오염수를 20~30년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방류 전 다핵종제거설비(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아래 ALPS)를 통해 정화하겠다지만, 이미 ALPS는 정화에 실패한 장비다. 실패한 장비를 다시 도입하여 얼마나 효과적으로 핵종을 제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제거 자체가 불가능한 핵종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거 불가능한 삼중수소와 탄소-14는 바다에 고스란히 버려진다. 

가장 큰 문제는 오염수가 언제까지 배출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오염수는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모두 제거할 때까지 계속해서 발생한다. 현재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는 체르노빌 사고에서 발생한 양보다 두 배 많은 핵연료가 초고농도의 방사능을 뿜어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로봇을 이용하여 접근을 시도했지만, 2시간 만에 녹아내렸다. 10년 만에 간신히 접근에 성공한 핵연료를 30년 안에 제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폐로가 완료될 때까지 100년 이상 오염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류된 세슘의 해양 이동 경로를 예측하여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바다로 흘러나온 세슘은 1년 만에 동해로 유입되고, 2년 후엔 하와이, 2000일이 지나면 북태평양에 도달하여 태평양 전체가 사고 이전 2배의 농도로 오염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단순히 해류의 이동만을 가지고 예측한 자료이며, 무게와 성질이 다른 핵종과 해저지형, 해양생물에 의한 피해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밝힌다. 전문가들은 실제 방류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어떤 경로로 어떤 생물을 통해 인류가 얼마만큼의 피해를 받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누구를 위한 기준치인가 
 
2011년 수소폭발이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3호기 모습
 2011년 수소폭발이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3호기 모습
ⓒ Giovanni Verlini / IA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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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이하의 피폭은 안전할까? 2012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일본 정부는 방사선 피폭 허용기준치를 연간 20mSv(밀리시버트)로 높였다. 국제 권고량인 1mSv보다 20배 높은 수치다. 보상받는 피난민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기준치를 상향한 것이다. 이처럼 방사선 피폭 기준은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방사선 물질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대기준이 아니다. 상황과 경제적 이익에 따라 변하는 기준이다. 

전 세계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 아래 ICRP)가 권고하는 연간 방사선 피폭선량 기준에 따라 자국 내 방사선 관리 기준을 만든다. 한국도 ICRP가 권고한 기준치에 따라 연간 1mSv 이하로 공공시설과 식수를 관리한다. 하지만 ICRP가 제시하는 방사선방호의 기본원칙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만들어진다.

연간 1mSv라는 기준치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는 수치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규정짓는 것 자체가 매우 논란의 여지가 큰 문제다. 유럽에서는 1년간 1mSv에 피폭될 경우 10만 명당 5.5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매년 한국의 전 국민 중 2750명이 암에 걸리는 수치다. 

유전학자들은 1920년대 ICRP 설립 당시 피폭 기준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 했다. 아무리 소량의 방사선이라도 노출되는 양에 비례하여 유전적 영향이 발생한다는 증거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ICRP는 낮은 방사선에 의한 피폭은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사고로 인한 보상을 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준치는 핵발전을 계속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만들어낸 수치인 것이다. 

후쿠시마 복원 신화
 
제염작업으로 발생한 오염토
 제염작업으로 발생한 오염토
ⓒ Dean Calma / IA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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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필사적으로 사고의 흔적을 지우고 후쿠시마 복원 신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오염수뿐만 아니라 재염 작업으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토도 재활용할 계획이다. 2019년 오염토를 재활용한 도로와 각종 인프라를 건설을 계획하고 다른 지역 농지에 불법 매립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오염토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실험까지 진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미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사고 현장 반경 15~20km 구역을 격리 지역으로 만들어 오염토와 오염수를 안전하게 장기간 보관하는 부지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안이라고 말한다. 방사능 오염 물질을 오염구역 외부로 옮기고 자연에 버리는 방법은 더 큰 추가 오염과 피해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불안에는 근거가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우려가 과학적 근거 없는 불안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3번의 대형 핵발전 사고를 경험했고 방사능 물질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11년 사고 이후 식탁에서 느꼈던 불안함, 저 멀리에서 발생한 무색무취의 오염물질이 일상에 녹아드는 느낌, 정부에서 발표한 수치로는 전혀 해소되지 않던 그 불안함은 우리의 경험적 사실을 근거로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기준치 이하이건 아니건 전 세계와 바다에 사는 생명이 감수할 필요 없는 위험이다. 우리의 불안과 분노는 과학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자들의 관점, 그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산업계, 연구를 왜곡하여 특정 산업의 이익을 방호하는 국제단체들을 향한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 후 바다는 어떤 공간이 되어 있을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허용된다면 이를 근거로 이후 또 어떤 오염물질들이 바다에 버려질까?'


고민할 필요 없는 질문으로 남기를 바란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는 결코 방류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방류 결정 철회를 위한 대대적인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10만 명의 목소리를 모아 환경의 날을 맞아 일본 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우리의 미래를 일본 정부와 핵산 업계가 멋대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서명하기 https://bit.ly/3obqrDO 
 
6월 4일 10만 명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서명을 모아 일본 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6월 4일 10만 명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서명을 모아 일본 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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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성준 녹색연합 활동가가 박찬호 탈핵의사회 운영위원님이 작성한 <탈핵신문> 2019년 10월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권고 해부'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태그:#후쿠시마, #오염수, #탈핵, #일본,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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