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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청춘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이모택시’. 그의 미소가 환하다.
 예산청춘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이모택시’. 그의 미소가 환하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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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돼 들뜬 마음에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택시를 탔는데 그게 이모였어요. 늦은 시간 연락드려도 귀찮아 않고 늘 와 주시고, 항상 아들처럼 예뻐해주셔요. 군인 시절엔 부대까지 태워다줬는데 무척 든든하고 감사했어요. 이모를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대전에 살고 있는 박효수(28)씨가 '이모'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지난 설명절 때 예산에 와 이모를 만났고 엊그제도 통화했어요. 타지에 나와 있어 늘 그리운 마음이죠"라며 숨김없이 애정을 드러낸다.

스무 살 승객과 택시기사로 만났지만, 어느새 이모가 됐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묵묵히 얘기를 들어준다. 철없고 때론 막막하던 청춘과 10여년을 함께 한 '이모택시'는 고향처럼 따뜻하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청년들은 대처에서 각자의 삶을 바삐 살아가고 있지만, 예산 고향집을 찾을 때면 꼭 이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탄다. 틈틈이 안부전화도 잊지 않는다.

13일 늦은 저녁 이모택시에 동행했다. 충남 예산에서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경력 11년차 베테랑 복순이(65) 이모는 청년들의 목적지라면 어디든 간다. 이름이 따로 있지만 명함에 복순이를 새겨넣었고 학생들이 부르는 이름도 복순이 이모다.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는 친구들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만났어요. 주로 고등학생, 대학생이었죠. 자식같은 마음에 밤에도 먼 길 마다않고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줬어요. 오가며 이런저런 고민 상담도 하다보니 많이 가까워졌죠."

처음엔 한두 명이었지만, 그 학생들이 이모택시를 친구들에게 소개해 수많은 인연을 맺어왔단다. 군에 입대한 청년들이 휴가를 나왔다 복귀하는 길이 쓸쓸하진 않을까하는 마음에 경기 고양시, 인천시 백령도 등에 있는 부대까지 태워다 준 적도 여러 번이다.

"한 번은 어버이날이었는데 당시 대학을 다니던 한 친구가 택시를 탔어요. 삽교에 있는 집에 데려다줬는데 안 내리고 머뭇거리더니 '이모, 한 번 안아드려도 될까요?' 하는 거예요.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이밖에도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이 영양제를 선물한 이야기, 결혼해 타지로 떠난 뒤에도 이모를 찾아 꽃다발을 건넨 이야기… 인터뷰 내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의 옆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 번진다.

결혼한 뒤 강원 동해시에 살림을 꾸린 김소영(29)씨에게도 이모는 각별하다.

"20대 초반에 친구 소개로 이모택시를 알게 됐어요. 남편과 연애할 당시 이른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모가 데려다주셔 안전하게 다녀갈 수 있었어요. 사려깊게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힘든 일이 있으면 위로와 조언을 건네셨고요. 철없던 시절인데도 언제나 따스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지난주엔 밥을 사드리겠다고 했더니 집으로 초대해 진수성찬을 차려주시더라고요. 그때 처음 꽃다발을 사드렸어요. 예산 친정집을 다녀가는 날엔 꼭 이모를 만나요."

운행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잠을 자던 중에도 청년들에게 전화가 오면 언제든 운전대를 잡는 복순이 이모. 고향이 그리운 또 하나의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이모택시, #인연,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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