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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폐업을 합니다.
▲ 서산 르셀웨딩컨벤션 눈물의 폐업을 합니다.
ⓒ 박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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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을 리가 있나요. 다음 달에 폐업합니다. 얼마큼 힘드냐고요? 이게 표현이 되나요 어디. 우리 업계는 소상공인 취급도 안 해주고 완전 서자예요 서자."

16일 충남 서산에 있는 르셀웨딩컨벤션 김정균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겨우 십여 건 행사가 전부였다고 하소연했다.

"작년부터 한 달에 수천만 원씩 까먹고 있는 거예요. 직원들 월급 줘야지, 운영해야지. 그런데다 이 업종은 소상공인 취급도 안 해주니 전 국민에게 다 주는 지원금 100만 원 받았어요. 그리고 작년 10월, 줄줄이 취소되고 환불되고.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더군요.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직원들을 감축시켰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4억 미만에 직원들이 5인 미만이었을 겁니다. 충남도에서 100만 원과 서산시에서 100만 원을 주더군요. '무조건 문 닫아라'하고 받은 금액이 총 300만 원입니다.

지금 보면 어떻습니까. 전국적으로 경영난 때문에 우리 같은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폐업하는 거로 알아요. 지금 심정은 말로 다 설명못합니다. 그냥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답답합니다."


이제나저제나 괜찮아지겠지. 작게나마 희망을 품으며 빚내서 버티고 살았다는 김정균 대표는 결국 부도나기 직전인 지금에서야 그만둬야겠단 판단을 했단다. 그는 앞길이 막막하다며 눈물겨운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대형예식장과는 시설 면에서 열악하기 때문에 주로 피로연이나 돌잔치를 했습니다. 얼마 전 정부가 비수도권 1.5단계로 각각 하향 조정하면서 클럽이나 룸살롱 등 전국 유흥업소 영업이 허용됐어요. 그런데 우리처럼 피로연이나 돌잔치를 주로 하는 업체는 달리 적용했죠.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유지'. 아니 결혼식과 장례식은 되고 우리는 왜 말도 안 되는 규정을 적용한 거죠? 이해되세요?

아주 소용없게 됐어요. 오죽했으면 제가 충남도에도 '방역 차원에서 문제가 있냐? 그런 차원에서 금지한다면 결혼식이 더 (방역) 문제가 있지 않냐. 밥이야 바로바로 먹고 나가지만 결혼식은 몇백 명이 장시간 모이는데 그렇다면 식이 더 위험하지 않냐.' 숱하게 건의했지만, 결혼식과 장례식은 공적모임이고 피로연과 돌잔치는 사적모임이라는 답변만 되돌아온 겁니다.

한번 봅시다. 우리 업종에서 문제 된 게 있습디까? 전부 종교집단 등에서 터지지. 지금도 식당이나 카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왜 우리만 표적이 돼야 합니까."


서산 르셀웨딩컨벤션과 같은 피로연·돌잔치 업종은 공간이 클 뿐만 아니라 종사자가 많아서 대부분 5인 이상으로 운영되다 보니 소상공인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속이 상해서 관할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하는 이야기가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단속 나간다고 하대요. 저는 어려워서 이야기하는데 그런 식으로 맞받아쳐야 하겠습니까. 위로는 못 해줄망정.

요즘 한번 보세요. 몰려다니는 거 보면 정치인들이 훨씬 많아요. 그럼 그 사람들이 다니는 건 공적모임이라 괜찮고 우리는 행사로 먹고살아야 하는데 사적모임이라 안 되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습니까.


제가 더 속상한 것은 우리처럼 중소상인들이나 피해를 당하지 국민의 혈세를 녹으로 먹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이나 정치인들은 전혀 손해를 입지 않아요. 그들이 세금으로 받았다 해서 월급의 10%라도 국가에 반납한다든지 이런 사람 있습니까!

저요, 일자리 창출해가면서 우리 지역에서 그래도 일조를 했다면 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제 (영업)할 힘이 없어서 문 닫아야 해요. 저는 다음 달 부로 폐업합니다. 이제 문 닫으려고 그래요. 1년 6개월 정도 한 4억 까먹었는데 더 까먹을 돈도 없고, 이제 은행 가도 이런 업종에는 대출도 안 해주고, 그렇다고 돈 빌려주는 사람도 없고요.

대출 이자도 못 갚고 있는데 정부에서 세금이나 국민연금 같은 거 안 내봐요. 바로 과태료 내요. 카드로 긁으러 가면 0.8% 또 긁어야 되고요. 전기요금 연장도 한 달 연장하는 것도 버거워요. 두 달만 안 내봐요. 바로 전기 끊어버리잖아요."


격양된 김 대표는 말했다. "차도 팔아먹고, 다 팔아먹었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떨궜다. 직원들 급여도 못 주는데 방법이 없었다는 말을 하며 "예식업은 단합도 안 돼요. 중앙회에 가입된 사람들이라 봐야 전국에 한 30%도 안 될 거예요. 그러니 이제는 다 끝났어요. 그냥 황망합니다"라고 했다. 한 달에 몇천만 원 빚지는 거보다 실직자가 훨씬 마음 편하다는 김정균 대표.

"7월 되면 재산세 납부 기간이에요. 세금은 탕감하는 게 없고, 받을 거는 꼬박꼬박 다 받아갑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사업하는 사람이 바보예요 바보. 헌법 제23조에 보면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되어있습니다. 특히 '재산권의 제한과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는 것이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있습니다."

김정균 르셀웨딩컨벤션 대표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남아있다.

"저는 정부의 방침을 착실히 따르다가 폐업합니다. 그런데 그 방역지침에 대한 피해 손실보상은 누가 책임지실 겁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산 르셀웨딩컨벤션, #김정균 대표, #규정을 착실히 따르다가 저는 폐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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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서산시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애경 기자입니다. 사회 약자를 위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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